‘크립토밸리’ 본격 시동 건 제주…노희섭 국장 “혁신은 작은 곳서 일어난다”

제주가 ‘한국의 크립토밸리’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양팔을 걷어붙였다.

청와대에 제주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거니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하는 국내 많은 행정부처와 달리 암호화폐 공개(ICO), 거래소, 블록체인 연구 및 개발(R&D), 인재양성, 국제교류, 국제·국내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함께 제주의 크립토밸리를 추진하고 있는 인물은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전략국의 노희섭 국장이다.

노 국장은 민선 7기 원희룡 도정 출범과 함께 신설된 미래전략국의 첫 수장이다. 신세계 I&C 태스크포스 총괄팀장, SK M&C 팀장, 다음 팀장 등을 지내온 빅데이터 전문가로 손꼽힌다. 정보기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덕분에 그는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깊다.

제주에서 만난 노희섭 국장

지난 26일 제주 미래전략국에서 만난 노 국장은 “새로운 시도는 지방에서 시작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돼 있어 무비자 제도와 국제 교류 및 협력, 기업의 진출 및 유입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노 국장은 크립토밸리를 추진하는 국내 다른 지역과의 차별점에 대해 “다른 지역의 접근 방식은 블록체인 단지를 조성한다든지, 세금을 투입해서 보조금을 준다는 식인데 그런 방식이 산업육성이나 IT 신기술 발전에 적합한 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며 “제주는 특별법이라는 특징이 있어 (블록체인)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준과 명확한 규제를 만들 수 있고 기업이 이끌어갈 수 있는 판을 조성한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최근 선도적인 디지털국가 에스토니아의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대통령을 만난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에스토니아는 정치인 관료, 공무원, 대통령, 국민까지 신기술에 대한 수용력이 높고, 신기술을 빨리 적용해 효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작은 정부’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혁신은 큰 곳보다 작은 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주의 특징을 활용해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이를 국가의 동력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제주는 특별케이스로 신기술을 선도적으로 위임을 하거나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지역”이라며 “당장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련한 정책들이 국회나 정부에서 결단을 내린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급변하는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노희섭 국장

제주 크립토밸리를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블록체인 허브 도시 운영 방안 Draft v0.2(이하 블록체인 허브 0.2)’ 보고서다. 제주는 이 보고서를 통해 무법지대인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순차적인 암호화폐 발행 허용, 암호화폐 거래소 관리 및 감시 기구 설치, 블록체인 영역 산업화 촉진을 위한 기업의 일부 세금 감면 혜택 검토 등을 다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노 국장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모두 다르고 파편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범정부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와 규정을 해 나가길 원해 제주 블록체인 특구가 갖는 역할 및 의의와 특구 내 암호화폐에 대한 기준, 단계적 허용 방안, 암호화폐 거래소의 규제 및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고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암호화폐를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누고 각각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다르게 적용한 부분이다. 증권형 암호화폐는 암호화폐 발행주체가 탈중앙화 되지 않고, 제3자의 노력에 의해 가치 변동이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자본시장법과 (구)증권거래법 준용을 따른다. 또 비증권형 암호화폐는 발행주체가 탈중앙화 돼 있지 않거나 단순한 권리의 분양 또는 제3자의 노력에 의한 가치 변동 효과가 없는 것으로 상품거래 관련 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암호화폐의 성격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크게 구분한 두가지 범위에 속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암호화폐가 증권형에 가까운지, 비증권형에 가까운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범정부적인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크립토펀드 등 블록체인과 관련한 우호적인 정책으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립토펀드를 제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전망도 포함돼 있다.

이에 블록인프레스에서 실제로 제주에 이와 같은 정책 변화가 있을 때 제주로 이전할 의향이 있는지  중국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들에게 물어보자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 최대 크립토펀드 중 하나인 GBIC의 테렌스 체(Terence Che) 공동창립자는 “(제주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좋은 규제와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중국 펀드들에 좋은 뉴스일 것”이라고 답했고, 노드캐피털의 로즈 첸(Rose Chen) 역시 “제주에서 우리에게 좋은 정책을 준다면 제주 이전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프로젝트 관계자도 제주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다면 무비자를 통해 중국 기업이 이전할 의향이 충분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 국장은 “지리적 분리의 특징을 이용해 국내외의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집중화를 통해 관리 및 규제 개혁의 속도감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자금조달의 장소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과 국내 확산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적으로 에어드롭에 대한 취급 규정, 다단계에 대한 규제, 암호화폐 투자 기업에 대한 규정, 암호화폐 예탁 감독에 대한 규정 및 절차 및 추가 방향성 검토가 필요한 사항들도 있다”며 “현재 블록체인 허브0.2는 논의 초기 단계로 앞으로 더욱 구체적이고 발전된 블록체인 허브 도시 운영 방안을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