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선수’들이 우버·에어비앤비 다음으로 택한 이곳

전통 금융시장의 대표 ‘선수’들이 한눈을 팔고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세계적인 투자기관 골드만삭스 출신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트위터·우버 에 투자한 나발 라비칸(Naval Ravikant), 에어비앤비·드롭박스에 자금을 투입한 리팩터 캐피탈(Refactor Capital)의 데이비트 리(David Lee) 등이 한눈을 파는 주인공들이다. 이른바 ‘보는 눈이 있는’ 이들의 시선이 쏠리는 곳은 암호화폐 시장이다.

블록인프레스가 만난 이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애리얼 링(Ariel Ling)은 18년 가까이 미국 월스트리트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전략컨설팅 및 투자전문가로 일했다. 현재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맥스(BitMax)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인물이기도 하다. 왜 그는 안정적인 정통 금융산업을 나와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였을까. 그가 생각하는 ‘코인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10월 방한한 애리얼 링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image : Block72)

월스트리트에서 오랜 기간 일했다고 들었어요.

월스트리트의 일원으로 보통주(equity), 채권(fixed income), 장외해외통화선물거래(FX)* 등 주요 자산 거래를 아우르는 전략 기획, 사업 개발, 금융 리스크 관리 및 규제 시행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도이치뱅크에선 사업 개발 총괄 및 미국 증권 중개업을 하는 최고운영책임자로 근무했고,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리만브라더스와 바클레이스 캐피탈에서 글로벌 주식 거래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했습니다.

*장외해외통화선물거래(FX) : ‘Forex’라고 불리는 국제외환시장에서 개인이 직접 외국의 통화를 거래하는 현물시장. FX마진거래(Foreign Exchange Margin Trading)라고 불린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암호화폐 산업으로 넘어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18년 가까이 쌓아온 경험으로 비춰볼 때 디지털 자산이라 불리는 암호화폐 시장이 흥미로웠습니다.

기본적으로 산업은 세 단계를 거쳐요. 처음에는 여러 아이디어와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 아이디어들이 애플리케이션으로 나오면서 해당 분야는 성장기에 접어들고요. 성숙기에 이르러 우리가 익히 아는 ‘산업’이 자리잡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암호화폐 시장은 그 시장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단계입니다. 그 점에서 잠재력이 엿보였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와 여타 산업에서 이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을 더 자세히 배워야겠다고 봤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전통 금융 분야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거래 및 거래소 시장을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팀원들도 전통 금융 분야에서의 경험을 활용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단기적으론 유동성 위해 마이닝 채굴을 하지만 장기적으론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나아갈 것” (image : Block72)

-전통적인 금융 산업과 암호화폐 거래시장 사이에 유사한 점이 있나요.

암호화폐 거래시장도 전통적인 자본시장처럼 기업들에 자본 증대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투자자에게 장기적으로 부를 축적하도록 돕습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기업공개(IPO)처럼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자금을 받는 한편, 일부 개인 투자자는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여타 상품 거래시장이 성장하는 과정과 비슷한 궤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주든 장외 해외 통화 선물거래든 처음에는 수동 거래(manual trading)로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에 전자시스템, 자동화, 나아가 극초 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가 등장했고요.

암호화폐도 처음에는 거래할 장이 없어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습니다. 이게 수동 거래에 해당합니다. 그 후 수년간 다수의 거래 플랫폼이 생기면서 전자 시스템에서의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여타 자산 거래와 비슷하게 발전하는 중이죠.

-그렇다면 현재 두 분야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대신 기존 트레이딩(매매) 분야와 암호화폐 산업은 규모, 성숙도, 시장구조 면에서 차이점을 보입니다. 일단 전통적인 자본 거래시장의 일일 거래량은 훨씬 큽니다. 미국 주식시장만 봐도 매일 4000억~6000억 달러가 오가요. 그에 비교하면 암호화폐 일일 거래량은 약 150억~300억 달러에 그칩니다.

게다가 전통 금융시장은 성숙기를 거쳐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컨대 증권 중개인은 클라이언트의 필요를 이해한 후 그에 맞는 제품이나 솔루션을 구성해 줍니다. 거래가 진행된 후에는 커스터디(custody)*도 뒤따르고요. 자산 거래가 제대로 마무리됐는지 살피는 법인도 따로 존재합니다. 한국 증권거래소에서 이뤄지는 프레임워크는 홍콩거래소, 일본거래소에서 동일하게 이뤄지죠.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 모든 단계를 한 곳에서 다 해결합니다. 클라이언트 대응, 고객정보파악(Know Your Customer, KYC), 거래 관리 및 집행, 클라이언트의 자산 관리 대행까지 해요. 거래소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모든 단계를 집어넣은 형태입니다.

나아가 전통적인 투자시장은 체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아래에서 대규모 제도권 투자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개인 투자자의 참여도가 높고 규제 및 규정, 모니터링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한 채 시장이 다소 파편화돼 있습니다.

*커스터디(custody) :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이나 주식을 거래할 때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 코인 거래소가 투자자를 대신해 암호화폐 거래 관련 각종 업무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image : Block72)

-기관 투자자가 왜 필요하고, 이들이 들어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요.

뮤추얼펀드*, 연금펀드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가 전 세계 투자 자산 대부분을 보유한 게 사실입니다. 이들이 시장에 들어오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1차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한편 (코인이 거래되는) 2차 시장에서 거래량이 늘어나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를 위해선 수천만 건의 거래량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거래 과정의 투명성도 보장돼야 하고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곳에 공정성이 더해질 테고, 그로 인해 거래가 더 많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뮤추얼 펀드(mutual fund) : 유가증권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회사

-하지만 현재로선 암호화폐 가치를 가늠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나요.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 관련 주식에 투자하고 이를 거래할 때와 비슷합니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여타 산업 전반에 걸쳐 받아들여지고 구현되기 전이었어요.  

그렇다면 당시 어떻게 트레이딩을 결정했는지 되짚게 됩니다. 당시에도 실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콘셉트로만 투자받는 곳이 있었어요. 마치 ICO 프로젝트처럼 말입니다.

결국 크립토시장이 주류에 근접할수록 당장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지, 실제 애플리케이션이 있는지, 탈중앙화의 성격이 강한 만큼 탄탄한 글로벌 사용자층을 가질 수 있을지 등등의 기준이 중요해질 것이라 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현재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있어요. 시장에서 자산 유동성은 적은 상황이고요. 각 거래소가 자기만의 독특한 관점, 가치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자 커뮤니티 관리부터 트레이딩 플랫폼까지 여러 역할을 도맡고 있다 해도 그 중에서 본인 들이 무엇을 잘 해내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또한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 어떤 형태의 유저인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와 기관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는 분명 다르잖아요.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규제와 마주해야 합니다. 규제 요건이 더 명확해질 테고, 여러 국가의 기관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 들어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