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어디까지 경험해봤니?’…”문화는 이미 진행 중”

블록체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은 탈중앙화다. 중앙 주체가 아니라 다수의 참여를 통해 ‘시스템’이 유지되는 구조다. 블록체인은 여러 관리자가 함께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암호화폐 또한 여러 사람이 거래에 참여해야 가치가 생긴다. 플랫폼 내 정책을 커뮤니티에서 투표로 결정하는 블록체인도 있다.

탈중앙화가 낯선 개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광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10일 과학책방 갈다에서 주최한 살롱 세미나 <블록체인과 문화> 두 번째 강연에서는 ‘우리 문화가 어떻게 탈중앙화 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SF 작가 김창규 씨는 “문화의 탈중앙화는 이미 진행 중”이라며 “연예인 팬덤 커뮤니티만 봐도 마치 하나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광고판에 연예인 광고를 달기 위해 돈을 모으거나 공연 표를 암거래하는 등 인터넷 안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미 자기들만의 언어와 세계에서 현실의 자신과 상관없이 새 정체성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탈시스템을 추구하는 사이버펑크 문화에서 비트코인이 파생됐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젊은 층이 전통 방송국 콘텐츠보다 1인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 취미나 경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비출판물(동인지) 문화, 게임 마인크래프트로 블록을 쌓아올려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 등. 김 작가는 “인터넷 속도 향상과 영상스트리밍 기술 등이 이런 변화를 가능케 했다”며 “기술 발전을 통한 탈중앙화는 특히 네트워크 관련 기술에서 한 번쯤 거칠 세계”라고 강조했다.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정지훈 교수 또한 인터넷의 발전 방향에 탈중앙화가 포함돼 있다고 풀이했다. 정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게 됐다”며 “생산비용이 ‘0’에 수렴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협력하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그 예시로 개발자의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있다. 그는 “합의를 통해 코드에 공정하게 기여하고 그만큼 성과를 나누는 과정을 진행하는 게 개발자 커뮤니티의 일상으로 정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