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51% 공격…암호화폐 탈중앙화 불가능한가

암호화폐의 탈중앙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최근 주요 암호화폐가 잇따라 ‘51% 공격’을 당하면서 시장에서는 이같은 회의감이 대두되고 있다.

51% 공격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 연산능력의 과반수 이상을 가진 특정 채굴자(혹은 채굴업체)가 네트워크상의 거래를 임의로 조작하는 것을 뜻한다. 네트워크 채굴파워의 51% 이상을 차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51% 공격을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이라 여겨왔다.

그러나 이론은 현실이 됐다. 지난 4월에는 버지코인(XVG), 5월에는 비트코인골드(BTG), 6월에는 젠캐시(ZEN)가 잇따라 51% 공격을 받아 대규모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1935개 암호화폐 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모두 100위 안에 든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는 지난 언제 비트코인골드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51% 공격으로 200억 원에 달하는 자금 유출 피해를 입은 데 대한 문책이었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던 51% 공격, 어떻게 가능했을까

블록체인 네트워크 채굴파워의 51% 이상을 차지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전용 채굴기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이 채굴기를 24시간 내내 작동시켜야 한다. 비트코인의 채굴 난이도가 낮을 때는 일반 사용자들이 자신의 컴퓨터 그래픽카드(GPU)만으로 채굴을 할 수 있었지만, 채굴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하나의 GPU만으로는 채굴이 불가능해졌다.

이때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채굴업체들이 전용 채굴기(ASIC)를 대량으로 들여와 채굴에 나섰고 네트워크 채굴 파워의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거대 채굴업체들의 독점적인 채굴 행태는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였고 GPU로 채굴하던 일반 채굴자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탈중앙 이념이 거대 자본에 의해 훼손된 것이다.

대형 채굴 업체들의 등장은 네트워크 독점 우려를 낳았고,  비트코인으로부터 비트코인골드가 하드포크 되기에 이르렀다. 비트코인골드는 비트코인과는 다른 알고리즘인 Equihash를 사용한다. Equihash 알고리즘은 대형 채굴업체들이 보유한 전용 채굴기(ASIC)로는 채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골드는 최초 하드포크됐을 당시 사토시 나카모토의 탈중앙화 이념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다시 시작된 중앙화

그러나 비트코인골드는 작년 11월 하드포크된 지 6개월 만에 51% 공격을 받았다. 비트코인골드가 비트코인에 비해 네트워크의 크기가 작아 적은 비용으로도 채굴 파워를 확보하기가 쉬웠던 탓으로 보인다. 게다가 ASIC는 비트코인 채굴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GPU는 비트코인골드 채굴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해킹이 더 쉬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해킹 세력은 암호화폐 채굴업체처럼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져 채산성이 악화되더라도 타격이 없다. 비트코인골드는 비트코인보다 네트워크를 배반할 이유 커진 셈이다.

잇따른 51% 공격으로 국내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는  ‘완전한 탈중앙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발언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금수저가 근원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이 사회는 흙수저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누리꾼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