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통화, 암호화폐로 쉽지 않은 이유

단일통화 논의의 시작점은?

이틀 전 남북 단일통화 이슈가 수면위로 부상하며 기사들이 쏟아진 적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의 상생경제 구축을 위한 제언’이라는 금융브리핑을 통해 남북 경제 공동체 구축을 위해 단일 통화를 써야 한다며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연구위원은 브리핑에서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이른바 ‘3교 정책’을 제안하며 단일 통화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가 말한 3교는 교류, 교역, 교환을 뜻하는 것으로 ‘교류’는 사람의 왕래, ‘교역’은 상품 및 서비스 매매 ‘교환’은 화폐 같은 지급수단의 유통을 일컫는다.

‘교류’를 통해 ‘교역’이 활발해지면 최종적으로 실물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교환’이 이뤄지게 되는데 이때 단일 통화를 사용하여 남북 간 지급 결제 방식을 통일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일 통화 필요성을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투자가 활성화되고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자본의 흐름이 수반될 텐데 이를 위해서라도 단일한 통화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단일통화의 암호화폐화, 소문의 진상은?

이 같은 기사가 발표되자 ‘H’ 매체에서는 “남북 경제공동체 ‘단일통화’,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로 하자”라는 기사가 보도했다.

해당 기사의 기자는 암호화폐를 단일통화로 사용하면 1) 단일통화 설계 및 발행 비용이 절감되고 2) 위폐 가능성을 불식할 수 있다며 한국이 블록체인 상용국으로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일통화의 암호화폐화, 과연 실현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남북 단일통화의 암호화폐화, 아직은 첩첩산중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나, 발행 주체 선정, 총 발행량 결정과 같은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암호화폐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남북 단일통화로 암호화폐가 쓰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바로 투명성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매매 내역은 블록체인 위에 투명하게 공개된다. 물론 매매 주체의 신원을 알 순 없지만, 통화량이 얼마나 오고 가는지는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암호화폐가 단일통화로 채택되어 발행이나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 위에 실시간으로 공개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한 나라의 통화 정책은 환율을 결정하고, 환율은 미래를 반영한다. 만약 통화 발행량이나 세부 정책들이 노출되어 버리면 그것이 환율에 선반영되어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결정 사항을 발표할 때 조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단일 화폐를 만들기 위해선 두 나라의 경제 성장 동력이 비슷해야 한다. 국가는 자국의 경제 규모에 맞춰서 통화의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조절한다. 그런데 남북한의 경우 경제 규모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단일화폐를 만들 경우 통화 조절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단일화폐, 꼭 암호화폐이어야 할까? 그렇다면 이유는?

법정화폐를 암호화폐로 대체했을 때의 장점은 하나다. 소위 그림자 금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중국 같은 경우 마약이나 총기류를 구매할 때 현금을 주고 산다. 이런 매매 내역은 당연하게도 파악이 안 된다. 이 같은 그림자 금융은 규제 바깥에 위치하므로 경제를 교란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정부 주도로 암호단일화폐를 만들게 되면 언더그라운드의 통화 흐름을 알 수 있게 되므로 억지로라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진다. 그런 목적이라면 암호화폐가 유리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단일 통화의 목적 자체가 모호하고,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가미될 수 있다. 이따금 어떤 국가들이 경제 선순환을 조성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조작하기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만약 이런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암호화폐 시장 조작국으로 찍힐 우려도 있다.

물론 암호 단일화폐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한국이 블록체인 상용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는 있겠지만, 위와 같은 경제적 변수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