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의 잇따른 암호화폐 러브콜, 경제 위기 탈출 해법 될 수 있나?

베네수엘라, 페트로 상용화 임박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석유 기반 암호화폐인 페트로(Petro)를 자국 내 통화 단위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4일 A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최대 석유회사인 PDVSA가 페트로를 가치 척도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베네수엘라 정부는 페트로에 연계된 새로운 급여 시스템과 재화 가격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8월 20일부터 두 개의 법정 통화를 갖게 된다. 하나는 페트로이고 다른 하나는  소버린 볼리바르(Sovereign Bolivar) 이다. 특히 소버린 볼리바르는 페트로와 연계되어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현행 통화인 볼리바르 푸에르테(bolivar fuerte)보다 만 배 정도 단위가 작다.

마두로 대통령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BCV)과 민영 은행은 이미 새로운 통화를 받기 시작한 상태다. 한때 전 세계 상위의 석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과연 ‘페트로’로 경제 위기 국면을 타개할 수 있을까?

신흥국 경제 위기, 암호화폐의 자발적인 사용세 증가로

신흥국들 사이에서 법화(fiat)의 자리를 암호화폐가 대체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블록인프레스는 지난 6월 아르헨티나의 자국 통화인 페소(ARS) 가치가 달러 대비 대거 폭락하면서 아르헨티나 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사용세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 터키의 리라화 환율이 크게 폭락하면서 ‘터키 환율’이 종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른 적이 있다. 이 기간 터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파리부(Paribu)의 거래량은 100%, 코이님(Koinim) 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60.25%까지 올랐다.

이는 미국과의 외교 마찰로 인한 터키의 정치적 불안함과 터키 기업들의 채무 불안, 그리고 물가 급등이 법정 통화 신뢰도의 추락에 기여한 탓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 자국민들이 가치 저장 및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다.

신흥국 법정 통화의 신뢰도는 해당 국가의 외교, 정치, 경제 전반의 안정세에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각 신흥국들에 내재된 위기 요소들은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되어 온 결과로서 법정 통화의 신뢰도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베네수엘라의 경우 2012년 우고 차베스 행정부 시절부터 현재 니콜라스 마두로 행정부에 이르는 동안 경제, 정치,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정책적 실책으로 인해 GDP(국가총생산) 폭락과 소비자 물가의 폭등을 겪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1990년대말부터 누적된 외채와 자본 유출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2001년과 올해 IMF(국제통화기금)의 자금 수혈을 재차 받았다.

그런가 하면 터키는 장기간 지속된 대외 부채와 산업 경쟁력의 부재에 이어, 미국 금리 인상의 본격화로 인해 외화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성 경제 제재 조치로 인해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는 사건도 있었다.

암호화폐, 임시변통일까 경제 해법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 금리가 다시금 인상되면서 대내외 경제 사정이 취약한 신흥국들에게서 경제 위기 징조가 먼저 터져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보유자들은 이 같은 경제 위기가 암호화폐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본다. 2008년처럼 법정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더라도 이에 구애받지 않고 미리 비트코인으로 자산을 옮긴 다음 보관하거나 해외에서 되팔아 차익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실물에 기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단지 투기성 자금의 흐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썩 훌륭한 방법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

그렇다면 베네수엘라의 페트로는 어떨까? 비록 페트로가 상용화될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석유를 기반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가격 움직임의 근거는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고 볼 수는 있다.

베네수엘라를 기점으로 다른 신흥국들도 실물 경제에 연동된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경제 위기를 타개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국가 발행 암호화폐가 정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다가올 경제 위기를 방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 그 여지가 곧 암호화폐의 사용성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