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완슨: 기업용 블록체인은 지금 ‘각성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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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스완슨(Tim Swanson) 같이 블록체인 분야에 오래 있으면서 블록체인에 여전히 회의적인 의견을 가진 인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팀 스완슨이 쓰는 글들은 블록체인 시장을 깊이 파고들며 날카로운 분석력을 보여준다.

스완슨은 R3에서의 시장 연구 책임자(Director of market research)를 역임했다. R3는 금융 기업들의 기업형 콘소시엄으로, 팀 스완슨은 R3에서 수백 개의 회사, 스타트업과 대학교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스완슨의 연구는 블록체인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사업화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팀 스완슨이 블록체인에 가진 회의적인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상승한 현 시점에서 블록체인 시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반드시 필요하다. 매일 수많은 신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동안 블록체인 산업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때가 되었다.

기업 블록체인 시장의 상태

스완슨은 블록체인 시장의 주류가 2017년을 기점으로 기업형 블록체인에서 ICO로 완전히 이동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Gartner Hype cycle)을 인용하며 기업형 블록체인은 지금 ‘각성 단계(Trough of disillusionment)’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각성 단계란 새로운 기술의 성능 및 도입으로 인한 효과가 기대만큼 큰 성과를 내지 못할 때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 개발을 포기하거나 혹은 소수의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을 만족시키고자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시기를 말한다.

스완슨은 “기업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경우 누구도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하며, “기업용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개발팀들은 개발 초기 미국 전체 자본시장을 1년 안에 블록체인화 할 수 있다는 지나치게 과장된 목표치를 제시했다. 실제 개발이 시작되자 그러한 목표는 애초에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에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ICO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더 쉽게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다수의 프로젝트가 ICO 위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형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것은 개발 기간 및 비용 그리고 위험성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모을 수 있는 ICO 위주로 암호화폐 시장이 형성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스완슨은 디지털 애셋(Digital Asset), 컨센시스 엔터프라이즈(ConsenSys Enterprise), 코발트 DL(Cobalt DL), 리플(Ripple) 그리고 클리어매틱(Clearmatics)와 R3 등의 다양한 기업형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예로 들며, “이러한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받은 투자금을 모두 합하면 약 5,000억 원 규모가 된다. 반면, ICO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6,500억 원 이상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팀의 입장에서 명확한 성과나 기술 개발의 과정 없이도 단기간에 큰 투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는 장점과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단기간에 큰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만나면서 ICO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과 기대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제도권 안에서 실제로 동작하고, 하나의 산업 분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요구분석(Requirement gathering)을 기반으로 상용화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비행기를 만든 후 이를 개조해서 헬리콥터를 구매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하며,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양하고 수많은 분산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폭넓고 지속 가능한 암호화폐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왜 새로운 기업형 블록체인을 개발 회사가 생기지 않는가?

이에 대해 팀 스완슨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기업형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주된 이유라고 답했다.

그는 이미 기존 기업형 블록체인 개발 회사들은 충분한 자본과 넓은 파트너십을 통해 이미 격차를 많이 벌려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오라클, IBM, SAP,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기업형 블록체인 기업을 인수할 자본과 능력이 충분하며, 오라클은 마음만 먹으면 현재 존재하는 모든 기업형 스타트업을 인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개념증명에서 시범운영까지

그는 기업용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신생 스타트업들이 반드시 인지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로 ‘금융시장 인프라 원칙(Principles of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을 꼽았다.

금융시장 인프라 원칙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안정성 강화를 목표하는 국제적 합의이다.

그는 “금융시장 인프라 원칙은 시장에서 발생한 작은 문제가 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문제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는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대부분의 금융시장 인프라에는 이러한 원칙들이 도입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을 도입하지 않은 블록체인 시스템이 실제 금융시장의 인프라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기업들이 지금까지 사용해온 인프라를 한 순간에 멈추고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인프라를 즉시 도입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대부분 기존 인프라를 사용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인프라를 도입하며 순차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스완슨은 모든 기업형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금융 인프라를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오히려 이미 만들어진 인프라 위에 블록체인 기반의 실용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더 유망할 것이라고 본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