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가장 의미 없는 블록체인 성능 수치: ‘TPS’

흔히 블록체인의 성능을 논의할 때 이용하는 하나의 수치가 있다. 한때는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이 수치에 매달린다. 바로 TPS다.

블록체인 TPS의 현주소

어느새 블록체인 수치화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TPS(Transactions per Second)는 블록체인이 평균적으로 초당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은 약 7tps, 이더리움은 약 20tps 그리고 EOS는 1,000tps 정도의 수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블록체인은 ‘우리는 수백만 tps가 가능하다’라고 외치며 홍보하기도 한다.

‘Transaction’의 정의

‘초당 거래 처리속도’를 논의하기 전에 정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거래(Transaction, 이하 TX)’의 의미이다.

지금까지 블록체인은 금융(송금) 분야에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다 개선된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TX에게 단순한 금전 거래를 넘어서는 의미가 부여 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의 Transaction(TX)은 ‘거래’라기보다 ‘전송’에 가깝다. 거래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전송은 일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TX의 근본적인 의미는 정보를 전송해 분산된 원장의 상태(State)를 바꾸는 행위이다. TX로 돈을 주고 받는(각 계좌의 잔고의 상태를 변경) 정보를 전송할 수도 있고, 스마트 컨트랙트의 특정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모든 Transaction은 동일하지 않다

블록체인을 우체국에 비교해보자.

블록체인이라는 우체국은 사용자가 요청하는 우편(TX)을 목적지(블록체인 노드들)까지 전달해준다.

사용자는 우체국을 통해 스팸 전단지를 보낼 수도 있으며, 거액의 수표를 보낼 수도 있다. 또한 우체국을 통해 작은 우편을 보낼 수도 있고, 무게가 나가는 냉장고를 소포로 보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블록체인을 통해 커피 한 잔 값의 돈을 지불하는 것부터상대방에게 1억 원 상당의 돈을 보내는 것까지 가능하다. 작은 우편을 보내는 것과 같은 송금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고, 냉장고를 소포로 보낼 때처럼 스마트 컨트랙트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각 TX의 가치와 크기는 다를 수 있지만, 블록체인은 이 모든 거래를 각 1개의 Transaction(전송내역)으로 취급한다.

단순히 블록체인이라는 우체국이 ‘몇 개’의 우편(또는 소포)을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각 우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수백만 건의 스팸 전단지를 돌릴 수 있는(중간에 몇 개 우편은 분실하고) 우체국이 100개의 고가 전자기기를 안전하게 배송하는 우체국보다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사 작성 기준, TPS를 최대치에 가깝게 이용하고 있는 블록체인은 이더리움 밖에 없다)

규모보다는 내실

블록체인의 TPS 경쟁은 과거 카메라 제조사들 간의 ‘메가픽셀 전쟁’을 연상케 한다.

위의 두 카메라는 제조사와 화소가 동일하다. 하지만 하나는 해당 제조사의 최상위급 카메라, 그리고 다른 카메라는 최하위급 카메라이다.

두 개의 카메라의 성능을 단순히 화소로 비교하는 것은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 또한 비슷하다.

물론 블록체인이 초당 얼마나 많은 양의 TX를처리하는 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각 거래의 완결성(Finality), 블록이 생성되는 주기, 블록 크기에 따른 처리량 변동 여부, 탈중앙성을 보여주는 노드의 수, 합의 알고리즘의 효율성, 병렬(Parallel) 확장성이 포함되었는지 등 블록체인의 성능을 고려할 때는 수많은 요소를 두루 참고해야 한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암호화폐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블록체인 마케팅 또한 대중화되는 현상이 보인다.

각 프로젝트들은 조금이라도 더 ICO 투자를 받기 위해서 ‘우리는 수천만 TPS로 확장이 가능해!’, ‘우리는 거래 수수료가 없어!’, ‘우리는 (비현실적이지만 기술적인 마케팅 용어 삽입)을 개발했다!’ 등 터무니 없는 꿈을 제시한다.

세상에서 하나를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것 같이, 블록체인도 똑같다.

속도가 높으면 완결성이 떨어지고, 대용량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면 모든 노드가 재단을 통해 운영되며, 수수료가 없으면 공격에 취약해진다. 심할 경우 이론은 있는데 개발이 안 되어 있기도 한다.

숫자 게임

사람들은 숫자에 약하다. 그리고, 마케터들은 이를 안다. 그래서 수치화 하기 가장 쉬운 TPS가 많이 이용되는 것 같다.

하지만 영업사원의 ‘수천만 메가픽셀’ 상술에 속아 카메라를 구입하고 후회했던 경험을 되새기며, 당신의 돈이 ‘수천만 TPS’라는 상술에 속아 증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블록체인은 참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돈 또한 참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질문하라.

토마스 제퍼슨이 말한 “나는 내가 더 노력할수록 운이 더 좋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라는 명언처럼, 그대의 노력의 결실이 언젠가 ‘떡상’의 열매로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