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경제 위기,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여파를 가져오고 있나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지난 7일 잠정 합의한 500억 달러 규모(약 53조 원)의 구제금융 중 75억 달러(약 8조 원)를 사용 요청했다고 13일에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요청은 아르헨티나 통화 당국이 페소의 가치를 방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통화 당국은 지난 몇 달간 기준금리를 40%까지 올려 외화 유출을 막고 시중 페소 통화량을 낮춰 페소 가치를 방어하려 하였으나, 환율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페소 가치는 14일 기준 6.1%까지 떨어져 지난 4월 대비 27%나 폭락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시장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1.5%에서 1.75~2.0%로 상승시키기로 확정함에 따라 달러 강세가 진행돼 아르헨티나 내 외국 자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2017년말 기준으로 외환보유고가 450억 달러(약 50조 원)까지 줄어든 상황임에도 외환 유출이 심화되고 있어 환율이 당분간 정상화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문제는 이번 여파가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신흥국들에게도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 전반에 깔린 경제 정세의 불안감에 더해 연준 금리인상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각국 통화 가치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중남미 경제 위기, 암호화폐 시장에 호재의 신호탄 될까?

이처럼 아르헨티나 통화당국이 금리를 40%까지 올리는 극약처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소 가치의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1) 우선 미국이 2008년 제로 금리 기조에서 10년 만에 2% 금리로 전환함에 따라 달러가 본국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 페소의 가치에 대한 아르헨티나인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 40%에 육박하는 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은행이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 시중 페소 물량이 은행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페소의 시중 통화량이 감소하지 않아 화폐 가치가 계속 낮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암호화폐 시장에 크게 두 가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페소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헷징(Hedging)하는 수요가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시장불안감, 정부통화정책의 실패, 평균 20%에 달하는 고인플레이션 그리고 법정통화에 대한 낮은 신뢰도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비트코인이 주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 5월 전국에 현금-비트코인 ATM기 설치를 승인하며 비트코인을 통해 외환 유출을 간접적으로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로컬비트코인 전세계 거래량
로컬비트코인 아르헨티나 거래량

실제 비트코인 P2P 거래 플랫폼 로컬비트코인(LocalBitcoins)의 거래량 데이터는 올해 아르헨티나 내 거래량이 세계 평균 거래량에 비해 상당히 높았던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미국발 금리인상 기조가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 세계 경제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생겨난 제로금리가 10여 년간 지속되며 주식, 선물,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금융위기 직후와 탄생한 비트코인도 그간 높은 가격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달러강세가 예측되며 이로써 투자 수요가 다시 은행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걸쳐 장기간 큰 하락세가 연출될 수도 있다.

중남미 시장 경제, 한국에도 영향 끼칠까

연준의 금리 인상책이 중남미 국가에 악재로 작용하고는 있지만 외환보유고가 비교적 탄탄한 한국에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선제적 차원에서 금리인상을 시사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5%인 점으로 미루어볼 때 연준이 기준금리를 1.75%~2.0%로 인상하게 되면 기준금리 차이로 인해 외화유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