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달러에서 10,000 달러까지: 비트코인이 걸어온 길

2017 history bitcoin

2017년 11월 비트코인은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10,000 달러에 거래된 것이다. 연 초 1,000 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엄청난 급등세를 바탕으로 가격이 일 년 동안 10배나 뛰어 올랐다.

2017년은 비트코인에게 인상적인 한 해였다. 가파른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비트코인과 관련된 수많은 뉴스와 논란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올 한 해 동안 비트코인이 걸어온 길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리했다.

하드포크와 ‘IFO(Initial Fork Offerings)’

2017년 초에는 비트코인 언리미티드(Bitcoin Unlimited)가 주목 받았다. 비트코인 언리미티드는 비트코인 XT와 비트코인 클래식에 이어 비트코인의 블록 사이즈를 증가 시킬 것을 제안했다. 2017년 1~2분기만 해도 전체 채굴 파워의 절반 정도가 비트코인 언리미티드 프로토콜을 지지했다. 만약,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비트코인이 두 개로 쪼개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은 비트코인 역사에서 처음이었다. 다수의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비트코인 언리미티드가 51% 공격을 통해 원조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공격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언리미티드 노드에서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하며 모든 노드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거래소들 또한 비트코인 언리미티드를 비트코인이 아닌 암호화폐로 취급하며 ‘BTC’가 아닌 아닌 ‘BTU’라는 이름으로 상장했다. 또한 뉴욕 합의(New York Agreement)가 떠오르며 비트코인 언리미티드는 힘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 비트코인은 1,000 달러에서 2,000 달러로 상승했다.

뜨거운 여름과 함께 비트코인 ABC라는 새로운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제안됐다. 과거에 제안된 비트코인 프로토콜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일부 개발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ABC 프로토콜 기반의 ‘비트코인 캐시’가 탄생했다.

8월 1일, 비트코인 캐쉬 하드포크가 실행되었을때, 시장이 우려하던 비트코인 급락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하드포크 전 3,000달러 이하에 거래되고 있었고, 하드포크 이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의 가격을 합쳤을 때 3,000달러 이상에 지속적으로 거래됬다. 그리고 그 다음 주 비트코인의 가격은 역사상 처음으로 4,000 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 하드포크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사라졌다. 뉴욕 합의를 통해 발표된 세그윗2x 하드포크는 무기한 보류됐고, 비트코인 골드 같은 ‘IFO(initial fork offering)’ 암호화폐가 시장에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금융기관에서도 인정받은 비트코인

2017년 전에는 미국 내 기존 투자기관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월가가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던 방법은 배리 실버트(Barry Silbert)의 비트코인 투자 신탁(Bitcoin Investment Trust) 정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리 실버트의 비트코인 투자 신탁은 기관이 운영하는 신탁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신탁이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사용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2017년 초까지만 해도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이 유지될 것 같았다. 수많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었던 윙클보스 형제(Winklevoss twins)의 ETF는 결국 미국 금융거래위원회 허가를 받지 못했다.

금 ETF와 같은 비트코인 ETF가 만들어질 경우 실제 비트코인을 소유하지 않아도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월가에서는 비트코인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몇 년 간의 지속적인 논의 끝에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ETF 상장을 거절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장 실패 소식은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금융거래위원회의 발표 전에는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1,100 달러 까지 상승했다. 금융거래위원회의 발표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1,000 달러 까지 하락 후 4월에 또 다시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2017년 중반 이후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3,000 달러 이하에 거래되던 7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Commodity Futures Trading Organization)가 레저X(LedgerX)에게 파생상품 거래소 인가를 내줬다. 인가를 받은 기관의 경우 비트코인 선물, 옵션, 스왑 등의 파생상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8월에는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 Chicago Board Of Trade)가 현금 결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발표했다. 시스템적으로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만, 선물 거래가 허락 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가격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돈을 걸 경우, 비트코인 트레이딩 참여자들은 실제 비트코인을 구매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대응한다. 즉, 비트코인 선물 시장의 도입은 실제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비트코인의 가격은 8월 말 5,000달러 까지 상승했다.

8월 이후 10월까지 비트코인의 가격은 5,000 달러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10월이 되자 기관투자자의 자본이 더욱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레저X가 문을 연지 1주일 동안 약 100만 달러 규모의 거래가 체결됐고, 파생상품 거래소 CME그룹은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CME의 선물 상장 소식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몇 주 만에 7,000 달러를 넘어섰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그윗 실행

비트코인 개발은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붙었다. 새로운 비트코인 코어 업데이트가 발표될 때마다 혁신적인 기능이 추가되고, 최적화를 통해 성능은 향상됐다.

2017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가장 혁신적인 업그레이드는 세그윗(SegWit, Segregated Witness)의  적용이다. 2015년에 소프트포크 방식으로 소개되었던 세그윗은, 2016년에 비트코인 코어 클라이언트에 도입되었다.

하지만 세그윗이 도입되기 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세그윗을 적용할 때 하드포크를 통해 블록 크기를 증가시킬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블록 크기 증가 이슈를 둘러싼 비트코인 개발팀과 채굴자들의 의견 충돌로 세그윗 적용은 지속적으로 연기됐다.

하지만 2017년 사태 해결의 여명이 시작됐다.

2월에는 ‘Shaolinfry’ 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채굴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소프트포크가 아닌 비트코인 유저들이 주체가 되는 소프트포크(UASF, User-Activated Soft Fork)를 제안했다. UASF의 등장으로 비트코인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반드시 절대다수의 채굴자들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렸다.

그 후 라이트코인의 성공적인 세그윗 도입, AsicBoost 채굴 방식 논란과 뉴욕합의에 대한 반감 등을 바탕으로 UASF를 사용하는 비트코인 향상 제안서(BIP, Bitcoin Improvement Proposal)148가 새롭게 떠올랐다. 하지만 BIP148가 시행되기로 한 8월 1일이 되기까지 BIP148는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대한 실망감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3,000 달러에서 2,000 달러로 하락했다.

여러 사건들 속에서 결국 세그윗 적용이 예정된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비트코인은 분열 없이 더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세그윗의 성공적인 도입 이후 비트코인은 5,000 달러까지 상승했다.

이 후 비트코인 segwit2x의 도입을 주장하는 BTC1 진영이 프로토콜의 적용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발표를 한 뒤 비트코인의 가격은 10,000 달러를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비트코인이 분열될 수 있는 수많은 위기와 논쟁이 다 지나간 것이다.

비트코인의 부기맨 중국의 퇴장

2013년 부터 중국은 비트코인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2013년11월 발생한 비트코인 가격 폭등은 중국 거래소가 이끌었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그 후로 비트코인 거래량의 대부분은 중국이 차지하는 중국 주도의 비트코인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이 비트코인 시장을 주도한다는 사실은 또한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이기도 했다. 2013년 비트코인 가격 폭등 후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을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루머가 퍼지자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이러한 소문은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혹은 과대 포장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 비트코인 거래 불법화’ 루머가 발생할 때 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짧은 하락세를 반복했다. 그 만큼 비트코인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국 당국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시장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 들어와서 이러한 소문이 사실이 됐다.

2017년 초 중국 중앙은행은 다수의 거래소에 감사를 파견했다. 비트코인을 불법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적절한 규제를 시행하려고 한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중국 당국은 중국 내 암호화폐의 무-수수료 거래와 레버리지 거래를 불법으로 규제하였고,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비트코인 규제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1월 중순에 비트코인 가격은 1,000 달러에서 800 달러까지 하락했다. 올해 최저 가격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곧 상승세를 회복했고, 2월에 들어서는 다시 1,000 달러선으로 복귀했다.

이후 중국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 오케이코인(OKcoin)과 후오비(Huobi)가 비트코인 출금이 한달 동안 정지될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발표의 배경에 중국 중앙은행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은 또 다시 1,000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비트코인은 가격을 회복했다.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에 대규모 파장을 미친 사건은 2017년 후반기에 일어났다. 중국 중앙은행이 ICO 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로인해 중국 내에 모든 ICO 프로젝트는 멈췄고, 투자 원금이 투자자들에게 환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의 ICO 규제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직격탄을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중국 규제당국과 거래소 관계자들은 중국의 모든 암호화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것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중국 내에서 비트코인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지는 않았으나, 대다수의 거래소는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게 됐다.

중국 내 거래소 폐쇄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 가격은 요동쳤다. 9월 초에 5,000 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9월 중순에 3,000 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하락세도 오래 유지되지는 않았다. 10월 중순에는 규제 전의 가격을 되찾고, 오래지 않아 6,000 달러까지 상승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2013년 실크로드 사건처럼 중국의 강력한 비트코인 규제가 비트코인 가격을 폭락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의 규제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한 중국의 규제 내용이 예상한 만큼 부정적이지 않다고 평가되며 오히려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이 가격을 움직인다

비트코인 상승세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요소는 ‘가격 상승’ 그 자체이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때 마다, 기존 언론사는 앞다퉈 이 사실을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해는 최고가 기록을 많이 경신한 1년이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1,000 달러를 넘긴 것은 올 해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3년에 1,000 달러를 기록했고, 2017년 초에도 1,000 달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약 4년만에 비트코인이 1,000 달러를 다시 넘어서자 이는 기자들에게는 좋은 헤드라인을 제공했다: ‘2017년, 비트코인에 해가 될 것인가?’

3월이 되자 비트코인은 최고가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이는 기자들에게 새로운 헤드라인을 제공했다: ‘비트코인 1개, 금 1온스와 가격 동일해’

4월 26일, 비트코인은 또다시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Mt Gox 거래소 해킹사건 이후 3년만에 1,277 달러의 최고기록을 세운 것이다. 대 다수의 사람들은 비트코인 드디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비트코인은 5월에 2,000 달러, 6월에 3,000 달러, 8월에 4,000 달러를 기록했다. 여름 즈음 약간의 하락세가 있었지만, 9월에 들어가면서 ‘나만 못벌고 있다’는 심리를 바탕으로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매 주 마다 천 달러 단위로 상승한 비트코인은 언론을 주목을 끌었고, 언론의 보도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됐다.

11월 마지막 주, 한국 거래소들의 주도로 결국 비트코인은 역사적인 1만 달러를 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