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 타이틀 놓고 “맞다 VS 아니다”…비트코인 운명은?

비트코인을 둘러싼 ‘디지털 금(digital gold)’ 타이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글로벌 위기 때마다 위험자산과 반대로 움직이던 것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커지면서 오히려 위험자산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디지털 금’을 놓고 엇갈린 의견을 보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 지위가 유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일 암호화폐 시황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일주일 동안 약 13% 하락했다. 지난달 13일 연중 최고치인 1만 457달러 수준에서 20% 가까이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1월 한달 동안 약 30% 가까이 오르며 랠리를 연출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 속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사이 비트코인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비트코인 최근 한달간 차트 (이미지출처:코인마켓캡)

미국은 1월 3일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이끌던 거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했고, 8일에는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으로 보복하자 비트코인에 매수세가 몰렸다.

1월 9일 데이터 전문 분석 기관 아케인 리서치(Arcane Re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과 금 가격의 90일 상관관계가 지난 2016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과 금의 90일 상관관계 (이미지 출처: 1월 9일 아케인 리서치)

실제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과 이란의 미군 기지 보복 소식이 알려진 날 비트코인과 금은 동반 급등했다. 이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 대신 경제 제재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비트코인과 금은 나란히 하락했다.

보고서는 “불과 반년 전만해도 두 자산의 상관관계가 0보다 낮았다”면서도 “현 수준에서 보면 의심할 여지 없이 ‘디지털 금’이라는 상태를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13일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며 연초 이후 40%나 급등했다. 안전자산인 금가격은 2013년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7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과 금은 법정화폐 평가 절하로 인한 안전한 피난처”라며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 금과 경쟁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등 중국 이외의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펜데믹(대 유행병)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비트코인 가격도 곤두박질 친 것이다.

지난달 27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90.95포인트 급락하며 다우지수 역사상 최대 낙폭을 보였다. 다우를 포함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나스닥지수는 전고점 대비 10% 이상 빠지며 동반 조정에 들어갔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일 한때 8500달러 마저 반납, 열흘 만에 1500달러나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가진 변동성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디지털 안전자산’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이르다고 지적한다. 최근 암호화폐 비관론자로 알려진 유로퍼시픽 캐피탈의 피터 쉬프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아니라 ‘디지털 위험'”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말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스티븐 에이를리히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고가는 “비트코인이 예전에 금이나 다른 안전자산과 어느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면서도 “비트코인이 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 중단이 가격 급락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급락세가 비트코인에 대한 ‘디지털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에 벗어난 것 보다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의 거래 중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호주 암호화폐 사업가인 세르게 세르지엔코는 포브스 측에 “중국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암호화폐 거래가 상당부분 중단됐다”며 “대다수는 비트코인 대신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테더가 중국 내에서 비공식 상거래에 사용되어 왔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일부 국경 폐쇄 속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팔고 테더에 자금을 집어넣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아닌 테더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 오늘날 ‘디지털 금’ 명성과 어울린다는 얘기다. 테더는 달러화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다만,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헷지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디지털자산 전문 투자 펀드 아르카의 제프 도만 CIO는 “지금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며 “비트코인을 위험자산 혹은 안전자산 어느쪽으로 거래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이나 통화 가치 절하에 대한 헷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의 구매 수요가 강해질 수는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그 대표적 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9585.80%다. 베네수엘라의 통화인 볼리바르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90% 이상 떨어졌다. 볼리바르가 평가 절하되면서 ‘가치 저장수단’으로 비트코인 선호도가 커진다는 얘기다.

지난해 2월 베네수엘라 카를로스 헤르난데스(Carlos Hernandez) 경제학자는 미국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볼리바르를 들고 있는 건 자살행위”라며 “모든 재산을 비트코인으로 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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