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도전, 게임 미래 연다”…블록체인 게임사의 근거있는 자신감

비디오 게임 ‘어쌔신크리드’, ‘저스트댄스’로 유명한 글로벌 게임 개발사인 유비소프트가 지난 10월 국내 블록체임 게임 개발사 플라네타리움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유비소프트가 스타트업을 뒷받침하는 앙트레프레너 랩에 아시아 기업이 최초로 선정된 사례였다.

이들이 글로벌 게임 제작사와 호흡을 맞추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선릉 스파크플러스에서 만난 플라네타리움의 남유정 최고운영책임자(좌), 송승걸 프로그래머, 선상미 아트 디렉터, 서기준 대표(우)는 “게임의 미래를 탐색하는 차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창발성, 커뮤니티,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스트리밍 등 게임 산업의 미래를 바꿀 여러 키워드에 블록체인이 어떻게 부합할지 고민하는,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플라네타리움이 개발하는 블록체인 게임 ‘나인크로니클’은 여타 블록체인 게임, 기존 롤플레잉 게임(RPG)과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당 게임은 아이템을 디지털 자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플레이 전체를 블록체인상에서 하거나 오픈소스 게임을 지향하는 등 독특한 행보를 택하고 있다. 이런 승부수가 블록체인 업계를 넘어 유비소프트 등 쟁쟁한 파트너십을 맺는 데 주요했다는 게 플라네타리움의 입장이다.

이날 블록인프레스는 나인크로니클을 개발하는 과정, 게임 전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이유, 시중에 있는 블록체인 게임이나 기존 양산형 게임과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게임 ‘나인크로니클’ 트레일러 영상. 출처 : 플라네타리움)

Q.나인크로니클을 알파 버전으로 공개하셨어요. 일단 그간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남유정 COO(이하 유정) :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착수한 지 1년쯤 지났네요. 대중 마케팅을 시작한 지는 3달이 안 됐고요. 감사하게도 2500여 명이 모인 글로벌 커뮤니티가 꾸준히 10~20%씩 성장하는 중이에요. 내년 상반기 오픈 베타를 출시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한창 하고 있습니다.

송승걸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이하 승걸) : 확실히 기존 서버 게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탈중앙 게임을 개발해야 하더라고요. 서버리스(serverless, 중앙 서버가 없는) 게임이다 보니 게임 패치 데이터를 온체인에 담아 클라이언트끼리 통신으로 전달해야 하는 접근법이 필요했어요. 방법론 자체가 꽤 달랐습니다.

선상미 아트 총괄디렉터(이하 상미) : 게임 내에서 아이템 조합을 어떻게 연출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일반 게임에선 조합 결과가 바로 나오면서 화려한 이펙트를 터트리는데, 블록체인 게임은 채굴 시간과 같이 몇몇 제약이 있어요. 뒷단에서 공유할 게 많으니 이를 어떻게 연출로 풀어낼까, 임팩트를 더할까 고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유정 : 맞아요. 심시티 같은 게임과 비슷한 템포랄까요. 원래 물건 제작을 의뢰하면 뚝딱 만들어지지 않잖아요.

나인크로니클도 무기를 제작하면 나중에 배달해주는 느낌이에요. 트랜잭션 전송 시간을 제약이 아니라 특성으로 게임에 어떻게 담을지 접근해서 최대한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디자인하는 데 힘썼어요. 플레이어 입장에서 마냥 로딩을 기다려야 한다면 납득할 수 없으니까요.

서기준 대표(이하 기준) : 처음에는 블록체인 코어 기술, 게임도 만들어서 블록체인에 모두 올린다고 하니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기존 비즈니스를 답습한다면 스타트업이 아니잖아요.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면서 게임 출시 타이밍도 다가오고, 기술적으로도 나아지고 있어요. ‘된다’는 걸 증명해나가고 있어서 내년이 기다려집니다.

Q.말씀하신 대로 블록체인을 자체 개발해서 게임을 통째로 올린다는 점이 주목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준 :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은 보편성을 추구해요. 여러 앱을 포용해야 하니 구조가 복잡한 편이죠.

저희는 마치 테라, 코스모스, 바이낸스체인처럼 게임에 특화한 하나의 네트워크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료 플레이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했고요. 자동화 계약 프로그램(스마트컨트랙트)이 필요 없는 방향으로 게임이 발전했어요. 게임 및 블록체인 프로그래밍을 동일하게 만들자는 접근이었습니다.

승걸 : (게임 및 블록체인 프로그래밍을 동일하게 만든다는 것의 의미는) 예를 들어 모바일 게임의 70%는 유니티라는 엔진을 사용해요. 블록체인 게임 개발 자체를 유니티와 연계해서 똑같은 환경에서 만들 수 있다면 괜찮겠다고 여겼어요. 호환성, 사용성 측면에서 좋을 테니까요. 

유정 : 현재 블록체인 게임은 게임 프로그래머가 게임을 따로 만들고, 블록체인을 아는 개발자가 따로 있고, 이 둘을 붙이는 개발 작업을 또 따로 하는 식이에요. 나인크로티클 팀은 별도의 블록체인 프로그래머 없이 유니티를 활용해서 (게임 프로그래밍에서 자주 쓰이는) C#이라는 기존 프로그래밍 언어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플라네타리움)

Q.앞서 언급하셨듯이 블록체인 위에서 구동되는 게임이라 생기는 특징도 서비스에 잘 녹여내야 할 것 같아요.

상미 : 어떻게 성취감을 주는 연출을 할지, 플레이어를 게임에 계속 붙잡고 흥미를 유발할지 고려해요. 특정 장비를 선택해서 전투에 들어가 보상을 받는 흐름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했어요. 그게 게임의 재미잖아요. 프로그래머들과도 많이 논의했던 지점이에요. 어떻게 플레이어에게 피드백할지의 문제죠.

기준 : 예컨대 아이템 조합을 마친 결과, 이 데이터가 블록체인 트랜잭션으로 기록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이럴 경우 아이템 조합에 묶여있던 재료 락업을 풀어주면서 ‘조합이 실패했으니 다시 시도해보라’고 우편으로 얘기하는 형태를 취하는 식도 가능해요.

승걸 :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트랜잭션에 포함하느냐도 의논했어요. 실제로 장비를 조합한 새 아이템을 우편으로 받아서 ‘받기 버튼’을 누르면 플레이어의 눈에는 아이템을 받은 것으로 인지돼요.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아직 트랜잭션 처리가 진행되는 단계에요. 이렇게 인지 시점과 블록체인 기록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걸 유저 인터페이스(UI)에 녹여내고자 했어요.

유정 : 장비가 도착했을 때 받기 버튼을 누르면 인벤토리에 들어온 듯하지만 블록체인에선 아직 기록되는 중인 셈이에요.

이를 연출적으로 설득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이 특성이 왜 생기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시도도 하고 있어요.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티를 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게임 흐름으로 모두 풀어내려 했는데, 이걸 어느 정도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Q.아무래도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게임 아이템이 블록체인 게임 트렌드로 보이는데, 나인크로니클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유정 : 저희는 오히려 장르 편중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봤어요. 블록체인 게임이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수집형, 방치형 게임에 국한됐다는 의식이에요. RPG 장르에서도 블록체인 게임을 재밌게 구현할 수 있다고 보여주려는 선택을 했어요.

굳이 게임을 블록체인에 전부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아이템이 블록체인에 영구히 기록되더라고 게임회사가 문을 닫아서 게임을 종료하면 결국 그 게임은 없어지고 말아요. 아이템이 블록체인에 올라와 있더라도 영구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었죠. 유저의 경험 데이터가 쭉 가치를 지니려면 모두 블록체인에 올려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어필하고 싶었습니다.

상미 : 또한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매력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비주얼을 주고 싶었어요. 상용화한 블록체인 게임의 이미지 퀄리티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봤어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스타일의 게임도 많고요. 

그래서 블록체인 게임으로도 일반 RPG 수준만큼 퀄리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한 지점들이 많습니다. 타인이 봤을 때 “여느 양산형 게임과 같다”가 아니라 “누군가 공들였구나” 하는 인상을 받도록 디렉팅하고자 합니다.

기준 : 실제로 게임 광고로 유입되는 플레이어 중 절반가량이 ‘예뻐서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었어요. 분명 블록체인 게임에 *대체불가능형 토큰(NFT)도 계속 존재할 것예요. 더불어 이 마켓을 고도화하는 질문과 이미 유저가 많은 게임에 블록체인 경제를 접목해 폭발력을 얻는 회사도 나올 것이라 기대해요. 

*NFT(Non-Fungible Token) :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에 고유번호를 붙여 희소성을 더하는 암호화폐. 크립토키티처럼 게임 내 독특한 가상자산을 구성할 때 적용되는 개념이다.

(이미지 출처 : 플라네타리움)

Q.기존 게임과 비교했을 때는 나인크로니클의 어떤 점이 매력적일까요?

유정 : 게임 업계에서도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키워드들이 있어요. 블록체인이 어떤 지점에서 도움이 될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통상 RPG는 게임 초기에 재화든 아이템이든 물량 공세로 들어가요. 그래서 점차 인플레이션 전쟁을 신경 써야 하죠. 블록체인에선 재화가 한정된다는 조건이 달려요. 플레이어는 그 안에서 재화를 교환하든 생산하든 그 범위 내에서 어떤 행동을 벌여야 해요. 

이게 또 다른 재미를 주지 않을까 기대해요. 예를 들어 기존 게임에선 행동력(AP)을 더 충전하려면 유료 결제를 해서 포션을 먹는 방식이라면 블록체인 게임은 한정된 에너지 포션을 얻기 위해 열심히 발굴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에게 사들여야겠죠. 기존 게임과는 다른 차원에서 경험을 디자인하는 전략이자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기준 : 기존 게임들은 왜 다 비슷할까요. 결코 창발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는 아니라고 봐요.

넷마블의 북미 자회사가 된 게임 스튜디오 카밤의 케빈 추 설립자는 무료 플레이로 성공하는 유료 결제 게임의 보상 메커니즘이 이제 완벽해졌다고 말해줬어요. 그래서 더는 달리 고도화할 길이 없다는 거죠.

추 창립자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무료 플레이 모델이 아닌 수익화 모델을 만들어보려는 맥락이었어요. 암호화폐라는 매개체를 통해 플레이어끼리 콘텐츠를 제공하고, 개발자가 그 콘텐츠를 사는 등 기존 단방향 소통에 변화를 주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도 플레이어와 게임 개발사의 경계를 흐리고 콘텐츠 생산을 다각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보니 재밌다고 여기는 지점이에요. 지금 게임 시스템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수익화 방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에요.

승걸 : 게임을 오픈소스로 열어서 다양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모딩(modding, 게임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할 수 있어요. 자유로운 모딩을 통해 저희 지식재산권(IP)로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거나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애드온처럼 유저들이 게임에 임의로 기능을 추가하거나 사용자 환경을 변환시키는 확장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을 거예요. 게임을 오픈소스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습니다.

Q.블록체인 게임이 새로운 게임으로 파생되는 것에 포용적인데, 개발사 입장에선 부담스럽진 않을까요?

기준 : 코드만큼 네트워크가 돈을 부르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증명했어요. 공개를 통해 네트워크가 커지면 회사 가치도 커진다고 봅니다.

플레이어, 기여자가 늘어나면 비즈니스 모델도 상당히 많아질 겁니다. 네트워크 위에 콘텐츠를 제공해 판매하는 회사가 될 수도 있고, 나인크로니클이 게임으로 성공해서 이 기술력을 수익화하는 방향도 가능합니다.

유정 : 자체 토큰 언제 만드느냐는 이야기를 워낙 자주 들었어요. 통상적인 업계 비즈니스모델인 듯해요. 저희는 사업 모델 방향성이 다각화했기 때문에 여러 갈래로 수익화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해요.

과거 콘솔이나 오픈소스 게임에서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으로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소멸하다시피 했는데, 저희가 거의 유일한 포지션이라고 봅니다.

(이미지 출처 : 플라네타리움)

Q.플라네타리움의 향후 계획을 들려주세요.

승걸 : 장기적으로 게임이 오픈소스로 공개될 것이라 코드 품질을 제대로 갖추고 싶어요. 내년 오픈 베타 출시를 위해 마무리 작업을 무사히 하고 싶고요.

상미 :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오고 싶은 게임사를 선택할 때 나인크로니클의 아트를 보고 ‘많이 배울 것’이라는 기대를 했으면 좋겠어요. 회사의 첫 얼굴로 좋은 평가를 받고자 합니다.

유정 : 이번 알파 버전에서 피드백을 잘 수렴해서 내년 상반기에도 잘 해내고 싶어요. 팀 내에서는 탈중앙화 MMORPG로서 재화 이동, 유저의 이용 패턴, 모딩하는 개발자의 활동 등 기존에 없던 사회 현상을 만들자는 포부에요. 좋은 선례로 내년에는 자리매김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기준 : 장기적으로 기술력, 파트너십을 통해 높은 퀄리티의 서드파티 게임이 나오도록 하는 게 미션이에요. 내년에는 성과가 있으리라 봐요. 개인적으로는 커뮤니티, 창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회사 외부에서 플레이어는 늘 분노만 표출해야 하잖아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게임 제작자들이 나오고, 서로 더 많이 소통하고자 합니다.

썸네일 출처 : 플라네타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