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블록체인서 출발한 메디블록, 간편 보험청구 앱 다음 행보는?

보험시장을 공략하려는 IT서비스가 늘고 있다. 보맵, 굿리치, 보험클리닉 등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도 내 보험 조회, 병원비 돌려받기, 미니보험 가입 등 보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보험 업계도 핀테크의 반열에 오르는 분위기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는 메디블록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달 간편 보험청구 앱 ‘메디패스’를 공개했다. 2017년 12월 암호화폐 공개(ICO), 올 7월 메인넷 가동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서비스가 보험 관련 앱인 셈이다.

지난 6일 역삼 위워크에서 만난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는 “의료 기관을 연결하는 작업이 결코 쉽진 않았다”고 회고했다. 데이터 출입에 민감한 보험사, 병원 등을 설득하기 위해 서비스 설계, 영업 등 각 단계마다 새로운 고충을 풀어야 했던 것이다. 메디패스를 출시한 후 앱 이용자인 환자의 반응을 살피고, 관련 기관이 필요로 하는 스마트 솔루션도 기획하는 등 이제 서비스 기업의 면모도 갖춘다는 설명이다.  

이날 블록인프레스는 메디블록이 메디패스를 준비해온 과정, 서비스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앞으로의 소비자와 사업자 간(B2C), 사업자 간(B2B) 계획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Q.블록체인 기술 개발에서 서비스 영역으로 무대를 넓혔습니다. 그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메디패스를 처음 구상할 때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메디패스를 기획하고 출시해 사람들이 이 앱을 꾸준히 써서 트래픽이 나온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 보험사를 연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봤고요.

일을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일단 의료 관련 기관들이 내부 정보가 밖으로 나가는 것만큼 외부 정보를 받는 데도 민감했어요. 외부 데이터를 받았다가 시스템 내에 부정 유입이 일어나 이를 토대로 해킹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메디블록이 주로 협의하는 대형 병원, 보험사들의 보안정책은 보수적입니다. 게다가 블록체인을 그간 이 기관들이 써본 적 없는 기술이잖아요. 외부와 함께 이 기술을 도입하려 하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메디블록 입장에서도 이런 경험을 이전까지 해보지 못했어요. 블록체인 기술을 공개하긴 했지만, 이건 서비스라기보단 일종의 기술에 더 가깝잖아요. 서비스의 토대가 되는 도구랄까요. 실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이 서비스가 블록체인에서 앞서 기대했던 대로 동작하니 보람차더라고요. 보험 청구가 30분 만에 이뤄져서 은행에서 보험금을 통장으로 보내주는 경험 말이에요. 회사 설립 후 약 2년 6개월 만에 대중적인 서비스를 내놓은 첫 경험이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 이만큼 난관을 거쳐야 한다는 것도 배웠고요. 의미 있었고, 앞으로 기대되는 여정입니다.

(이미지 출처 : 메디패스)

Q.현재 간편 보험청구를 포함해 다양한 보험 앱이 존재하는데, 메디패스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보험 관련 앱 서비스는 병원 의무기록을 사본으로 받아 촬영하거나 병원에 있는 무인 간이설비(키오스크)를 통해 보험사에 자료를 보내는 형태에요. 앱을 통해 전자문서 형태로 환자가 받는 경우는 유일하다고 보셔도 무방할 듯합니다.

대개 (보험 관련 서비스는) 병원에서 서비스 회사 서버로 보낸 후 거기서 보험사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구조라는 의미에요. 이게 마치 병원에서 보험사로 직접 청구하는 것 같은 구도를 그린다는 점에서 사업적으로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예컨대 병원에서 타 기업 서버를 거쳐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다면 이 회사 서버에서 어떻게 데이터가 수집되는지, 관리되는지, 혹시 개인정보가 활용될지 등등 이슈가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은 직접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구도를 원하지 않는 편이에요. 현재처럼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이를 보험사에 청구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이런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논란이 되는 지점이고요. 최소한 병원 측에서 원하는 데이터 흐름은 환자 판단하에 보험이 청구되는 식이에요. 

메디패스가 그걸 기술적으로 구현한 겁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블록체인을 통해 자기가 받은 데이터가 진본인지 여부를 증명할 수 있어요. 

게다가 보험사에선 종이문서 촬영과 같은 현행 간편 보험청구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종이 문서를 직접 받는 것에 비교하면 (화질, 정확도 등)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어요. 결국 보험사가 다시 고객에게 연락해 문서를 받는 프로세스를 거치는 경우가 적잖다고 합니다. 보험사 측은 추가 공수가 들어가는 걸 막고, 바로 전자문서 형태로 보험 청구가 들어와서 ‘데이터를 따로 입력하는’ 과정을 줄이려고 하는 이슈가 있습니다.

물론 (이 기술에 대해 설명해서) 기관을 설득하긴 쉽지 않았어요. 다만 가상자산 덕분에 블록체인 기술도 주목받으면서 이 기술에 관한 관심도 커졌어요. 의료 기관, 보험사 모두에 도움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지고, 서로 이해를 구하면서 피차 공부를 많이 했어요. 기관 내부에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분이 계셔서 일이 성립되기도 했고요.

Q.실제로 서비스로서 가치를 창출하려면 더 많은 병원, 보험과 연계돼야 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영업을 뛰게 되는 듯합니다. 직접 병원에 찾아가기도 하고요.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처럼 큰 규모의 사업 단위에 보험청구가 포함되면서 엮이기도 하고요. 

관련 기사 : “진료기록, 환자가 가져가세요”…서울대병원 뛰어든 ‘마이데이터’는

올해 말, 내년 초까지 대형병원 3곳 이상에 서비스가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런 방식의 청구가 가능하다는 게 증명된다면 이후 규모가 작은 병원이나 보험청구가 상시로 이뤄지는 병원을 대상으로도 영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쪽을 모두 늘려야 해요. 병원은 보험사가 늘기 바라고요. 현재 실손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삼성화재와 손을 잡은 상태입니다. 추가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있고요.

Q.메디블록이 의료 데이터를 환자에게 돌려준다는 컨셉으로 시작됐는데요. 메디패스도 그 일환이라 볼 수 있을까요?

메디패스는 청구 영수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요. 의료 데이터도 그 분류에 따라 특성이 나뉩니다. 외래, 입원, 응급, 건강검진 센터 등으로 층위가 갈라지고 이 안에서 영수증과 같은 청구데이터, 처방전, 진료기록, 검사 결과가 서로 다른 데이터에요. 각각 민감도가 다릅니다. 예컨대 진료기록은 검사 결과 외에도 의사가 진료하며 남긴 메모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처음부터 큰 문을 다 열긴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진입할 수 있는 지점이 필요했죠. 그래서 다루기 조금 더 용이한 데이터에서 시작해 타깃을 넓혀가는 중입니다. 청구 데이터는 의료법 시행령 등에 따라 세부 항목이 어느 정도 표준화했어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해야 하니 더 그렇고요. 그에 비해 실제 진료 데이터는 훨씬 표준화하지 않았습니다. 이 업계에서 일을 진행하면서 이런 구분이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보험 청구 과정. (이미지 출처 : 메디블록)

Q.메디패스가 간편 청구 외에도 환자에게 어떤 형태로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업계, 의료계에서 공급자 중심의 시스템이 점차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어요. 의료정보학에서도 ‘환자 중심 시스템’을 거론하고요. 올해 화두가 개인 중심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였습니다. 메디패스가 이런 시스템을 향하는 걸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카드 사용내역을 이메일로 받아보고, 최근에는 뱅크샐러드와 같은 서비스에서도 이 데이터를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진료명세서도 지금까지는 종이로 받아봤지만 앞으로 앱을 통해 상세내역을 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 봅니다.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던 측면 중 하나는 ‘사람들이 메디패스를 보험 청구에만 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본인이 병원에서 진료받은 내역을 그냥 자세히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본인 부담금, 공단 청구액, 약품비, 진찰료, 투약조제료 등 보험청구서 내역이 굉장히 상세하거든요. 환자들이 이를 살펴보면서 혹시 불필요한 검사를 받진 않았는지, 잘못 청구된 게 없는지 확인하려는 니즈가 있는 듯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진료를 받았는지 리마인드하는 용도로도 쓰이고요. 마치 여행 사진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차례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계속 챙겨보시고요. 

과거에는 종이로 출력해서 귀찮다고만 생각했는데, 앱을 통해 이 내역을 확인하게 되면서 (이용자로부터) ‘뭔가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생기는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서비스는 결국 계획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쓰임 받아서 대박이 난다고 하잖아요. 메디패스도 이전까지는 뭔가 계획해서 내놓으려 하다가 점차 그때그때 고객의 요구를 받자는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Q.내년도 메디블록, 메디패스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메디패스는 실질적으로 메디블록이 처음 내놓은 블록체인 의료 서비스에요. 개인이 가진 데이터를 제삼자가 진본 증명을 해 활용하도록 하는 첫 사례입니다. 저희가 할 일이 산적한 상황이에요. 하나씩 풀어가려고 합니다. 

현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전자의무기록 자체를 환자가 모니터링하는 개념 증명(PoC)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 기록이 의료 기관 밖으로 나가진 않지만, 환자가 이 기록의 진본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에요. 의료분쟁 관련해서 환자, 의료 기관 모두에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환자를 위한 솔루션을 꾸준히 개발하려 합니다.

규모가 작은 의원을 대상으로 플랫폼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하려 합니다. 대형병원은 자체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고, 새 서비스를 모듈 형태로 붙일 때 이를 지원할 인력이 있어요. 하지만 의원 입장에선 ‘프로그램에 접목하기 어렵대’라는 말이 나오면 일을 진척하기 어렵습니다. 이 프로그램 업체에서도 모듈을 붙이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예 병원이 쓸 수 있는 시스템을 파는 비즈니스를 하고자 합니다. 스마트병원을 위한 토탈 패키지를 팔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향후 건강 관련 데이터 등이 임상 연구에 쓰일 때 진본 증명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고요. 메디블록, 메디패스 모두 빠르게 뻗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썸네일 출처 : 메디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