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돈돈2019]④ 사기·먹튀 난무하는 코인거래소…고객 투자금은 어디로?

[편집자주]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이른바 ‘놈놈놈’이 무법천지 만주에서 정체 불명의 지도 한 장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지도에 표시된 도착점에 당도한 놈놈놈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눈 후 끝이 난다.

이같은 줄거리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를 떠올리게 한다. 현재 이 업계에는 기술 상용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좋은 돈’과 한탕을 노리고 사기 등을 일삼는 ‘나쁜 돈’, 그리고 정체불명의 백서 하나를 믿고 투자한 ‘이상한 돈’이 있다. 정부의 규제 손길이 미치지 않은 무법천지 시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 돈돈돈은 올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투자 사기를 벌인 나쁜 돈은 법원을 향하고 있고, 말그대로 하얀 종이인 백서에 속은 이상한 돈은 차례로 쓰러지는 중이다. 좋은 돈은 현재까지 마땅한 상용화 사례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올해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정부의 규제 손길이 올해는 무법천지 시장에 닿을 수 있을까. <돈돈돈 2019>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블록인프레스가 연중 기획으로 그려봤다.

하루가 멀다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의 파산 및 거래소 관계자들의 횡령·배임 등 수 많은 사건 사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A 거래소의 대표 및 임직원이 실형을 받았다’, ‘B 거래소가 파산 선고를 받았다’ 등 거래소의 처벌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만, 해당 거래소를 이용했던 수많은 이용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다.

횡령·배임을 했던 거래소, 혹은 파산 선고를 받은 거래소에는 최대 몇천 억원 대까지 수많은 이용자들의 자금이 묶여 있다. 거래소의 책임을 떠나 거래소에 있던 이용자들의 자금은 어떻게 되는 걸까.

최근 입출금 정지 이슈가 있었던 코인제스트를 주목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실 관계자는 피해자 구제가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코인제스트가 자체적으로 자구방안을 마련해 출금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금난으로 문을 닫아 버리면 피해자 구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있었던 수많은 거래소들의 먹튀 및 배임 이슈들, 그곳의 이용자 자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돈돈돈 2019에서 그간의 거래소 이슈들과 후속 조치를 취재해봤다.

◆거래소 사건·사고 타임라인

  • 2018년 1월 코미드 ‘가짜 암호화폐 사기’

암호화폐 거래소 코미드는 해당 거래소에 회원 가입한 범인이 총 5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해서 취득한 금액을 1월 11일부터 총 10회에 걸쳐 이더리움으로 출금한 것이 파악됐다.

이러한 이슈가 있던 코미드는 거래소에 차명 계정을 만들어 암호화폐 500만 개, 원화 500억 원 가량을 허위 충전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실제 그만큼의 자본이나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있으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를 속인 것이다.

해당 이슈가 있었던 코미드는 2019년 1월 차명 계정으로 거래량을 부풀리고 전자기록 허위 작성하는 등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로부터 사기, 횡령, 배임 혐의를 받은 최 모 대표가 징역 3년, 사내이사 박 모씨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 2018년 4월 코인네스트 500억 허위 충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는 500억여원을 허위 충전한 후 이용자들로부터 암호화폐를 매수하고 타 거래소로 빼돌린 것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2018년 10월 김익환 대표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을 선고 받았고, 범행을 공모한 임원 홍모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억 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 2018년 11월 퓨어빗 투자 자금 26억 ‘먹튀’

채굴형 거래소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26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았던 퓨어빗이 잠적해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퓨어빗은 투자자들로부터 이더리움을 받은 후 잠적했고 공식 사이트 또한 폐쇄됐다. 퓨어빗 공식 소셜미디어 채팅방에서는 투자자들이 강제로 퇴출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2018년 12월 업비트 전산 조작 혐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진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업비트의 일부 운영진이 가짜 회원계정을 만들고 해당 계정에 실물자산이 예치된 것처럼 전산 조작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해당 운영진들은 법인계정 아이디로 일반회원들과 암호화폐 35종을 거래하고 대량 주문을 했으며 비트코인 시세를 경쟁사보다 높게 유지하는 봇 프로그램을 돌린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운영진들이 매도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1만 1500개로 편취 대금은 1491억원 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업비트의 재판은 진행중이며 지난 15일 업비트 재판 8차 공판기일이 진행됐고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9일이다.

  • 2019년 5월 트래빗 파산 선언

암호화폐 거래소 트래빗은 파산 선언을 하며 문을 닫았고, 투자자 자금에 대한 원화 출금에 대해 뚜렷한 공지를 내지 않아 지난 6월 투자자들로부터 먹튀 의혹으로 고소되기도 했다. 

파산 당시 트래빗은 내부적인 문제와 경영여건의 악화 등의 사유로 파산을 결정했다. 트래빗은 보이스피싱 피해와 대고객 신뢰도 하락 등으로 경영 악화가 심화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으며 당시 트래빗에 묶여있는 이용자들의 자산은 수백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 2019년 6월 이야비트 고객 예탁금 329억 횡령 

암호화폐 거래소 이야비트가 고객 예탁금 32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고객예탁금 329억 원, 비트코인 141억 원 상당을 빼돌려 개인 투자금, 생활비 등에 사용한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자 A씨를 특경법위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가짜 가상화폐 발행 사기 등 여죄에 관해서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총 329억원 가량의 빼돌린 고객예탁금은 A씨의 개인적인 가상화폐투자금, 생활비 등에 무단 사용됐다. 법인 고객으로부터 대량 보관 위탁받은 비트코인은 개인 고객에게 ‘돌려막기’식으로 지급해 오는 등  이야비트는 ‘무늬만’ 가상화폐거래소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 2019년 8월 올스타빗 2000억대 거래소 자금 먹튀

암호화폐 거래소 올스타빗은 암호화폐 시세 조작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2000억대 거래소 자금을 먹튀한 혐의로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올스타빗의 임직원 등은 총 3곳의 거래소를 세워 고객 2만 6000여명을 대상으로 예치금 1778억을 받아 가로챘으며 1900여명으로부터 암호화폐 사업 투자 목적으로 받은 투자금 58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총 피해액은 2350억원 가량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거래소 이용자가 출금 요청을 했는데 거래소 측이 출금을 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고소가 들어와 수사를 진행하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추가 범행을 발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스타빗은 수개월째 이용자의 출금 처리를 지연해오다 지난 12월부터 출금을 정지시켰고 지난 2월 올스타빗 대표는 가압류 결정을 받기도 했다. 

수백 명의 피해자들이 피해자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항의하고 있지만 제대로된 해명이나 조치가 없는 상태다.

관련 기사 : “암호화폐 시세 조작해 고객 유혹”…2000억대 먹튀한 올스타빗 대표 구속

  • 2019년 11월 코인빈 파산 선고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빈은 11월 5일 서울회생법원 제21부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코인빈은 앞서 두 차례의 해킹으로 이름을 바꾸었던 거래소 야피존과 유빗을 인수한 거래소라 더욱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야피존은 지난 2017년 4월 55억원의 해킹을 당했고, 이름을 바꾼 유빗은 2017년 12월 270억원의 해킹을 당한 바 있다.

파산 선고를 받은 코인빈은 파산재단을 통해 피해자 구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코인빈 박찬규 전 대표는 블록인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산재단과 변호사를 통해 가지고 있는 채권 및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 집회를 통해 채권을 나눠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많은 피해자·이용자들은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러한 사건들을 두고 업계에서는 거래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소가 최소한 갖춰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이런 ‘먹튀’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청와대 특별감찰관실 감찰담당관 출신인 법률사무소 황금률 박주현 변호사는 “암호화폐 및 거래소에 대한 규제나 기준이 없어 투자자보호수단과 보안이 현저히 미흡한 자격 미달의 암호화폐 거래소 200여 개가 넘는 등 난립하게 됐다”며 “수백·수천 명의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비전의 김태림 변호사는 “거래소가 파산했을 경우 거래소 이용자는 일반 채권자의 지위로서, 파산 관제인이 남아있는 자금을 분배한 것을 참가해서 받아낸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태림 변호사는 “이마저도 집행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남아있는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채권자 지위에서 파산 참여해도 실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집행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김 변호사 또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통상 은행이나 다른 기관들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일정 예치금을 통해 파산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이용자 보호 법률이 만들어져 있다”라며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예치금 내지 예탁금 보호 법안이 마련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한 거래소의 대표가 형사적 책임을 지는 상황과 관련해 그와 관련된 피해자로 인정되는 자가 민사소송과는 별도로 형사 절차로 배상을 신청하는 절차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익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재산에 관해 청구해도 최종적으로 집행과 관련해서 남아있는 재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집행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김 변호사는 이어 해킹을 당한 거래소의 경우 거래소마다 거래소 자금을 다 이용해서 피해보상을 완료한 거래소도 있고, 이부분을 해내지 못해 정리가 된 거래소가 있는데 해킹으로 인한 피해라도 채권자의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치금을 통한 이용자 보호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법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의정부지방법원 이정엽  부장판사는 “이용자가 채권을 가지고 있어 거래소에 요청을 해도 거래소에 자금이 없으면 받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거래소가 후에 파산하고 나면 법률적인 책임은 회사에 대해서만 물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대표이사 등 임직원이 불법 행위를 했을 경우 개인적인 책임만 질 수 있고 주주들의 책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 또한 거래소가 은행과 같이 예치금을 준비해놔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다수 은행들이 뱅크런을 방지하기 위해 지급 준비금을 예치해놓는데, 현재 거래소들은 이 기능이 없고 관리가 안되다보니 이같은 사건사고가 생기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고객별 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관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이어 “좋은 정원에 잡초와 좋은 풀이 있다고 쳤을 때, 잡초를 제대로 뽑아줘야 좋은 정원을 만들 수 있는데 이와 같이 방치할 경우 좋은 정원을 만들 수 없다”라며 규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움의 정호석 변호사는 “아직 법 제도가 없고 결국 고의나 과실이 있을 때 일반 법원리에 다라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방법을 따를 수 밖에 없다”라며 현 제도의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한빗코 김성아 대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자격과 요건을 갖춘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제로 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협회 차원에서도 자율규제로 룰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업체 혹은 준수하는 업체에 대해 공표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구책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은행에서 하는 예금자 보호법과 같은 일정 금액 이상의 예치금을 두고 고객의 원화(KRW)를 보호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며 “은행도 예금 기준 5000만원까지 보호해주고 있으니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예치금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오는 20년 1월부터 진행하는 고객정보 수집 이용 업체의 보험가입의무화처럼 거래소에서도 보험 등 가입의 의무화를 통해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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