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코인 가격이 오르면?”…비트코인 몰수 판결의 비하인드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암호화폐 비트코인(BTC)을 몰수하는 첫 최종 판례가 나왔다. 피고인이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취득한 191개 BTC를 몰수 가능한 재산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건 1심에서는 ‘비트코인이 물리적 실체가 없다’면서 몰수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2심, 대법원 판결에서 어떻게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재산으로 인정된걸까. 압수하는 과정은 어땠을까. 몰수 이후 해당 비트코인에 대한 공매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7일 서울 서초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는  ‘2019년도 과학수사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을 맡았던 당시 수원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최상훈 검사가 참석했다. 최 검사는 비트코인을 몰수한 최종 판결을 이끌어낸 과정에 대해 공개했다. 공매도 현황은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 김윤후 과장이 답변했다.

연단에 선 최 검사는 “경찰에서 피의자의 비트코인을 압수할 때 수사관 개인이 지갑을 만들어 이체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피의자가 비트코인 비밀 키를 진술하지 않는 등 협조하지 않을 경우 코인거래소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선 피의자도 혐의점을 인정해 위와 같이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 이체기록은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돼 동일한 압수물이라는 점을 유지했다.

이후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검찰 측은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216 BTC에 대해 몰수 청구를 했지만, 1심에선 이를 기각하고 3억4000만 원을 추징하는 판결을 내렸다. 전체 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특정하기 어렵고,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파일이라 몰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학술대회 현장. 법과학 전문가나 사이버수사관 관계자들이 주로 참여했다.

항소심을 앞두고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개월에 걸쳐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볼만한 과정을 추적했다. 피고인의 음란사이트 서버에서 비트코인 이체 주소, 그 액수가 기재된 목록, 블록체인에 기록된 주소 등을 참고했다. 이 과정에서 191 BTC를 범죄수익으로 특정했다.

이 분석 자료는 2심에서 추가 증거로 제출됐다. 지난달 미국 법무부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역을 분석해 다크웹 기반의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이용자를 추적한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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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데는 비트코인의 특성도 한몫했다. 

최 검사는 “비트코인은 복제 내지 이중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채굴 또는 법정통화 구입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은닉 재산을 ‘몰수, 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 재산’으로 정의한다. 

몰수 대상을 형법상 *물건 뿐 아니라 재산으로 확장한다면 비트코인도 재산으로써 몰수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물건 :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건의 소유권을 박탈해 국고에 귀속하는 강력한 처분을 몰수라고 지칭한다. 범죄 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고자 한 물건,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하거나 취득한 물건이 몰수 대상이다. 

이번 사건에서 몰수된 비트코인은 아직 공매 절차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김 과장은 “아직 형사법 문제뿐 아니라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이 먼저 규정돼야 한다”며 “민사적으로라도 규정이 된다면 전체 체계에 맞게 형사집행도 이뤄지도록 준비할고자 내부적으로 처리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미 법무성의 법집행기관인 연방보안관(US Marchals)이 범죄자로부터 몰수한 비트코인 공매도 절차를 수립하고 있다. 김 과장은 “최근 학술대회에서 보니 미 연방보안관이 아예 비트코인 공매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는 에이전트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었다”며 “해외 사례와 입법례를 축적해 국내 규정이 보안되면 진행하겠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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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트코인이 연루된 범죄를 처벌할 때 형법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비트코인이 범죄에 직접 악용됐는지 여부, 혹은 그로부터 취득한 물건이나 범죄행위로 생긴 재산으로 보는지에 따라 해석이 다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 검사는 “비트코인 압수할 때 그 가격이 100만 원 전후였지만, 2018년 1월 본심에선 2000만 원을 상회하는 시점”이었다며 “압수한 비트코인을 반환할 경우 피고인이 경제적 이득을 더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해 정책적으로 몰수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법무법인 율촌의 윤정근 변호사는 “형법 기본 체계는 재물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재산상 이익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엄격히 구별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특성상 가격이 시시각각 바뀌지만, 디지털의 형태이기 때문에 가치 교환의 매개로도 사용될 수 있다. 경범죄에 속하는 범죄로 취득한 비트코인의 경우 범죄수익 은닉규제법에 정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몰수할 수 없다. 하지만 무형재산이라는 이유로 몰수할 수 있는 이중잣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형법 제357조 제3항은 배임수재죄와 관련해 재물을 몰수 대상으로, 재산상 이익은 추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비트코인은 어느 한 쪽에 명확히 포섭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재산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유형의 재산권들이 다양하게 출현하는 상황에 형법의 규정체계도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썸네일 출처 : KBS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달호2 : 죄와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