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케팅 거품에 가려진 블록체인의 ‘가치’

블록체인 산업에 빠지지 않는 화두가 있다. 바로 ‘유즈케이스(Use Case)’이다.

지난 몇 년간 블록체인 컨퍼런스나 밋업, 패널 토론의 단골 주제 중 하나로 실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사례, 즉 유즈케이스가 언제 등장할지 여부는 업계 안팎의 화두였다.

그렇다면 유즈케이스가 나올 것이냐에 대한 답은 ‘예스(Yes)’다. 블록체인 산업을 취재해온 기자 입장에서  ‘유즈케이스’는 이미 등장했다고 말하고 싶다.

기자는 지난달 말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는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이 주최한 ‘이노베이션 업데이트 2019 행사-코넥트앤런’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강연을 준비하던 기자는 이날 블록체인을 잘 모르는 일반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어떤 주제를 전달하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 ‘유즈케이스’를 떠올렸다. 블록체인의 활용 사례를 통한 ‘실제 가치’를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블록체인의 ABC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는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블록체인의 가치에 대해 강연하는 블록인프레스 김가현 기자(출처 = 블록인프레스)

#블록체인의 가치는 비트코인이 이미 증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그 가치를 증명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 가치는 바로 ‘비트코인’이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비트코인의 프로토콜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주체와 객체가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블록체인의 가치는 비트코인으로서 증명됐다.

비트코인은 각국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다른 법정화폐들과 달리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다. 작은 수수료로 국경을 초월해 거래되고 있다. 실물로 보관하지 않으면서도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점점 인정받고 있다.

중앙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화폐가 나왔다는 것은 혁명이다. 국가나 거대 기관이 화폐를 더 찍어내거나 덜 찍어내면서 만들어내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롭다. 만약 전쟁이 발생해도 실물화폐로서 돈이 사라질 위험이 없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같이 법정화폐가 안정적이지 않은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법정화폐 말고 선택할 수 있는 플랜B, 즉 제 2안이 나온 것이다.

최근 아르헨티나는 무너지는 법정화폐와 관련해 미국 달러를 사는 개인과 기업들에게 구매 상한가를 정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그들에게는 법정화폐가 아닌 다른 화폐 또한 제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들이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를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예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이 있는 것과 그 옵션 자체가 없는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파리의 노란 조끼 시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반대하는 국경 콘서트 등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비트코인의 모습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파리 노란 조끼 시위는 프랑스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발표에 반대하며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에 반기를 든 노란 조끼 시위가 비트코인 매수로 이어지는 움직임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노란 조끼 시위대 중 일부는 비트코인을 푯말로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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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로 고통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돕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기부금을 받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공황과 빈곤을 겪고 있지만, 정부에서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콜롬비아 등 인접국에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원조물품이 국경을 넘지 못하고 쌓이기만 했던 사례가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기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는 별다른 통제 없이 베네수엘라에 송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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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트코인의 프로토콜에서 파생된 블록체인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유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WFP)은 시리아 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도주의적 프로젝트 ‘빌딩블록스(Building Blocks)’를 통해 피난생활로 신분 증명이 어려운 난민에게 디지털 신원을 보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통해 난민에게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함으로써 식량 지원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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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수많은 산들

블록체인은 이미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었다. 선택지가 없던 세상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 미국 IT컨설팅사 가트너는 ‘2020년 주목해야 할 전략적인 기술 트렌드 10가지’로 실용적 블록체인을 꼽았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협회(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도 ‘지난 50년간 인류에게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프로젝트 50개’중 비트코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의 가치는 과장된 마케팅 때문에 가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날 국민대 패널 토론에서 “블록체인 산업에 있는 밋업 등 수많은 마케팅부터 사라져야 업계가 정화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보통의 기업들이 실제 프로덕트를 만든 후 마케팅을 하는 것과 달리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마케팅을 우선으로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직원이 몇 안되는 회사에서 반 이상이 마케팅 부서인 프로젝트가 있기도 하다.

기자도 이 의견에 공감했다. 업계 외부 사람들은 “블록체인 업계에는 무슨 행사가 그렇게 많냐”며 의문을 품기도 했다.

2017년 말~2018년초  비트코인 폭등장이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밋업에서 발표된 내용이나 예정된 행사 소식 등을 호재로 여겼다. 하지만 지난해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80~90%로 폭락하는 초라한 결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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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 당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실제 블록체인 사용 기술이 아닌 단순한 파트너십 뉴스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과거 숨은 실력자들이 모여있는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마케팅 채용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개발에 집중하는 단계라 뽑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에겐 개발자들이 더욱 필요할 뿐”이라고 허상된 마케팅에 선을 그었다.

암호화폐 거품론은 가격에서만 기인한 것만이 아니라고 본다. 이 같은 산업 분위기도 거품론을 부추기진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부터 업계가 진정성을 찾아가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썸네일 출처 :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