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수용 교수 “동대문-노량진이 왜 ‘블록체인 랜드마크’가 돼야 하냐고요?”

“동대문 패션몰과 노량진 수산시장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정보의 디지털화)을 통해 블록체인 랜드마크로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만난 컴퓨터공학과 박수용 교수는 블록인프레스와 인터뷰를 통해 1~2년 안에 서울에서 블록체인 랜드마크가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박 교수가 그린 청사진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이 두 시장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한 대표적 명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활용하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추고 있다.

박 교수는 “이들 지역이 블록체인 랜드마크가 되면 동남아도 이를 벤치마킹 할 수 있다”면서 “한국이 가진 블록체인 기술을 전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일반 대학원에 블록체인 학과 개설을 주도한 박 교수는 블록체인 선구자로 업계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서강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컴퓨터 및 정보과학 석사, 조지메이슨대에서 소프트웨어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2대 원장을 지냈으며 중소기업 중앙회 전문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연구센터에는 45명의 학생들이 모여 블록체인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학회 2대 회장으로 역임 중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연구와 인재 양성에 몰두하고 있는 박 교수는 정부의 규제를 생각하면 답답함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블록체인 육성’ 발언을 본 박 교수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 주석은 지난 24일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이 주최한 집단 학습에 참여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한 곳에 모여 새로 앞서 가는 블록체인 기술을 들여다보고 연구한 것”이라면서 “시 주석이 직접 블록체인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블록체인을 특정 부처에서만 다루고 있다”면 “전체적으로 산업과 연계해 들여다보지는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광과 도박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예를 들기도 했다. 과거 라스베이거스는 도박과 매춘, 마약이란 오명이 뒤덮인 도시였다. 하지만 1959년 네바다 게임위원회가 출범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카지노 허가와 운영 규정을 만들어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도박을 양성화 시킨지 50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관광지로 우뚝 섰다.

박 교수는 “정부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을) 무조건 ‘출입금지’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어떤 식으로 바라볼 지 관점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암호화폐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어떻게 키워나갈지 고민하고 그러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담보 대출 서비스나 송금 등 금융업에서만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확산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위험하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게 박 교수의 속내다.

그는 “정부에서 관련 전략을 지체하지 않고 수립했으면 좋겠다”면서 “암호화폐 산업이 울타리 안에 있도록 같이 규정을 반드시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가 사기나 투기하고만 관련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면서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락을 부추겼던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는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당장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다. 또한 ‘양자 컴퓨터’로 블록체인 기술에 큰 타격이 생길 가능성도 크지  것이란게 두 번째 이유다.

구글은 지난 23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슈퍼 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연산은 단 200초에 해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러자 암호화 기술을 통해 여러 관리자가 공동 관리하는 블록체인 거래 장부도 양자컴퓨터 앞에 무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박 교수는 “물론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현재의 암호화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긴 하다”면서도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는 것이 블록체인을 파괴할 만한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얘기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 양자컴퓨터가 등장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암호화를 무너지게 할 가능성은 있지만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자체를 업그레이드 할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양자컴퓨터 기반의 블록체인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올해 블록체인 학회장으로서도 바쁜 한해를 보냈다. 11월에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과 관련한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은 찰떡궁합”이라며 “아직까지는 이 둘을 결합한 기술이 없지만,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올해보다 업계 상황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2017년 암호화폐 버블 이후,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위기를 이겨내고 생존한 기업들은 오히려 성장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부실한 기업들이 많이 사라진 올해는 ‘자정의 시간’이라는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오히려 기술력을 갖춘 곳들이 지금 생존한 상황”이라며 “재작년 까지 관망하던 대기업이 차근차근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내년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의 유명 교수 헤르만 지몬의 말을 빌리기도 했다.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지몬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며 “디지털화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디지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얘기를 생각하면 “돈도 디지털화할 수 밖에 없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가져온 변화의 물결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초 페이스북은 2020년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출시를 예고했지만, 가국 규제 당국은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각국의 규제 장벽에 리브라가 힘든 상황을 마주하게 됐지만, 결국엔 페이스북에 이어 글로벌 공룡들도 디지털화폐를 구상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박 교수의 관측이다.

박 교수는 “내년에 리브라가 출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결국엔 페이스북에 이어 아마존이나 MS 같은 대기업도 디지털 변화 흐름에 동참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썸네일출처=블록인프레스, 서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