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끝나는 건가요?”…구글 ‘양자우위’ 논문 3가지 반응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된 구글의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 논문은 전세계 암호자산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 내용에 따르면 구글은 “자체 개발한 54큐비트 보안 프로세서 사이커모(Sycamore)가 기존 컴퓨터로 소화하기 어려운 계산을 단시간에 해냈다”고 주장했다. 구글표 자체 개발 양자 프로세서를 이용하면 슈퍼컴퓨터가 1만년 간 풀어야 하는 연산을 200초 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큐비트는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로 기존에 0과 1을 기본으로 삼는 데이터 단위인 비트(bit)를 확장한 개념이다. 양자 역학적으로 두 상태가 중첩될 수 있는 까닭에 양자컴퓨터는 기존에 수행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연산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즉, 구글은 논문을 통해 기존 컴퓨터가 2만 년 가까이 쏟아야 하는 계산 능력을 200초에 해내 우위를 점하는 양자 컴퓨터 처리 장치(프로세서)를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신약 개발 등에 한걸음 다가갔다며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에 버금가는 성과’로 평가받은 이유기도 하다. 

싸이커모 칩의 모습. (이미지 출처 : 네이처)

하지만, 구글의 논문이 공개된 후 한국시간 24일 비트코인 가격은 요동쳤다. 5개월 반 최저치인 7400달러 수준으로 급락한 것. 이날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의 이번 발표가 비트코인 보안성에 위협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가격 급락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그간 ‘양자컴퓨터’는 블록체인을 위협하는 존재로 평가받아왔다. 기존 슈퍼컴퓨터도 넘볼 수 없는 연산 능력이 공개 암호키 기반의 블록체인 보안성을 뒤흔들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암호화 기술을 통해 여러 관리자가 공동 관리하는 거래 장부도 양자컴퓨터 앞에 무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결국 비트코인 매도세를 이끈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블록체인 업계에선 구글의 이번 논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양자컴퓨터 연구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다면 현대암호학의 근간이 분명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특히 암호학에 뿌리를 둔 비트코인은 법적 책임주체가 존재하는 금융시스템보다 더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구글의 발표에 반기를 든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이번 결과가 ‘양자 우위’에 부합하는 연구인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의 양자컴퓨터를 거론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에선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칠 이 기술에 발맞춰 ‘양자암호학’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양자컴퓨팅 입문자를 위한 테드 강연 영상.)

  1. “현대암호학을 바탕으로 한 블록체인에 큰 도전”

먼저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블록체인은 여러 관리자가 하나의 공통된 거래 장부를 공유하며 관리하는 형태인데, 이들은 규칙에 따라 주기적으로 전체 거래 내역을 매듭지어야 한다. 

이 규칙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합의 알고리즘을 보유했다’고 간주한다. 예컨대 매 주기마다 임의의 수를 먼저 찾아내는 관리자가 마감 작업에 대한 보상으로 새 비트코인을 받는 식이다. 여러 숫자를 대입해 가장 먼저 임의의 정답을 찾기 위해선 대규모 계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 자원을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 비트코인 합의 구조를 작업증명(PoW)라고 부르는 이유다.

비슷한 성능의 컴퓨터를 재료로 삼아 경쟁하는 이 게임에서 양자컴퓨터는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판을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랜서 블록체인 개발자 홍석현 씨는 “현대 컴퓨터 구조상 길지 않은 시간(다항시간) 내에 암호를 풀 수 있는 알고리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라며 “구글이 일반화된 알고리즘에 대해 양자 우위를 달성한 게 사실이라면 현재 블록체인에 사용되는 암호화 알고리즘은 양자컴퓨터로 다항시간 안에 높은 확률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돼버린다”고 짚었다.

<블록체인의 정석> 맹윤호 저자도 “가만히 있으면 당연히 (보안이) 뚫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특히 PoW 기반의 블록체인은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기술 연구소 ‘dsrv labs’의 김지윤 대표는 “모든 블록체인이 양자저항을 내포하도록 업그레이드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거래되는) 가치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 개발자는 “일방향 암호화에 의존하는 PoW의 경우 양자저항 알고리즘이 실제 테스트 및 구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하드포크(체인 분리)를 하더라도 과거 블록들이 모두 취약해진 탓에 완전히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게 될 텐데, 사용자가 일일이 새 플랫폼에 자산을 옮겨야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9월 <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의 강연. 양자컴퓨팅이 비트코인에 위협이 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1. “‘양자’뭐라고? ‘컴퓨터’도 ‘우위’도 2%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이번 발표를 놓고 ‘양자컴퓨터의 도래’라고 단정하기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양자우위와 실제 양자컴퓨터는 수소폭탄과 핵융합 관계와 마찬가지”라며 “양자우위 검증과 양자 컴퓨터가 완성돼 상용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언급했다. 

구글 논문이 발표되기 이틀 전 IBM도 공식 입장을 통해 “구글이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린다고 설명한 연산작업은 실제론 2.5일이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연산 작업의 난이도를 과대평가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2년 이론물리학자 존 프레스킬이 처음 제안했던 개념인 양자우위는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환경에서 슈퍼컴퓨터를 구동했음에도 달성하기 어려운 계산 작업을 양자컴퓨팅을 통해 해냈을 때 거론할 만한 평가라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플랫폼 글루와의 오태림 대표 또한 “양자컴퓨팅을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필요 기술의 일부를 구현한 것과 전체를 완성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원천기술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이 대비할 시간도 없이 제품부터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개발자는 “특정 문제에 대해서만 양자우위를 증명했다는 건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범용 컴퓨터인지 여부가 더 중요할 것”이라며 “후자일 경우 이론적으로 현존하는 암호화 시스템을 다 뚫을 수 있다는 의미로 (구글의 발표는) 전자에 가까울 여지가 크다”고 봤다. 구글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양자컴퓨팅 기술을 이런 목적으로 악용할 유인도 없다는 설명이다. 

관련 기사 : “양자컴퓨터 우려? 시기상조”…비트코인, 7500달러 회복 

다만, 파운데이션엑스 정성동 전략리드는 “은행이나 다른 기관은 접근 권한을 차단하고 복구할 책임 등이 있지만, 비트코인은 데이터 복구 책임에 대한 주체가 없으니 더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장치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양자컴퓨터의 발전 방향을 장기적으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난 6월 한국에 찾아온 IBM의 양자컴퓨터 ‘IBM Q’의 모습. 영상 출처 : 매일경제)

  1. “걱정할 시간에  ‘양자암호학’을 갈고 닦자”

양자컴퓨팅에 대응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논의도 고개를 들었다. 

창이 방패와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혹은 공격 기술이 방어 기술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에 저항할 수 있는 양자암호학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 구글의 논문으로 인해 업계에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단순히 이번 이슈가 블록체인에 한정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블록체인에 쓰이는 암호화 알고리즘뿐 아니라 현대암호학 전체에 양자컴퓨터가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암호학이 사회적으로 신뢰를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며 “이게 해제되는 순간 공인인증서도 무효화하기 때문에 혼란이 온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익히 사용하는 공개키-암호키 서명, 단방향 암호화 함수(해시 함수)가 단지 블록체인 산업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홍 개발자도 “현대암호학의 모든 근간이 붕괴되는 시점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오는 것”이라며 “양자컴퓨터는 단순히 성능이 빨라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확률 모델을 기반으로 한 양자 알고리즘을 동작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암호화 알고리즘의 원리를 근본부터 무력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맹 저자는 “블록체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생긴 상황에 발맞춰 양자암호학 분야도 발전할지 귀추를 주목해야 한다”며 “연구자 입장에선 논문으로 연구할 주제가 늘어나 재밌다”고 평했다.

홍 개발자는 “현재 양자 저항성을 가진 암호화 알고리즘(PQC)에 관한 연구가 미 상무부 산하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양자컴퓨터 기반 연구를 수행하는 구글, IBM 등의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양자암호학의 경우 양자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선행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 진입장벽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해당 연구가 보다 투명하게 제공되고, 특정 주체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하는 블록체인 업계가 양자암호학 분야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기대다. 

실제로 dsrv labs는 내부적으로 비트코인에 양자저항 서명 기술을 적용하는 NAWA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NIST에서 여러 수학자를 통해 양자저항성을 가진 암호학 알고리즘 표준으로 공표한 300개 안 중에서 2번의 검토를 거쳐 현재 20여 개 안이 남아있다. 그중 적절한 안을 고르는 게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암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도 이번 달 블록인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35년 전 미국 버클리에서 메타데이터(metadata)를 보호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며 “암호학의 돌파구를 제시하는 엘릭서 기술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맞게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프렉시스 플랫폼을 통해 미래 프라이버시를 위해 크게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관련 기사 :  SSL 창시자 “블록체인, 초기이기에 더 유연한 플랫폼으로 설계해야”

썸네일 출처 :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