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클레이튼폰’ 숨은 공신, 헥슬란트…”블록체인 붐은 옵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엑스와 삼성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클레이튼폰’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 개발사 헥슬란트다. 이 업체는 그라운드엑스가 개발한 클레이튼 블록체인에 연동되는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  ‘클레이튼 월렛앱’ 구축에 참여했다. 삼성전자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카카오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를 모두 겪어본 셈이다.

지난 15일 강남에 위치한 헥슬란트 사무실에서 만난 강준우 부대표는 ‘블록체인의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삼성전자, 카카오, 신한은행 등 대기업이 잇따라 블록체인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을 볼 때마다 그런 믿음이 커지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헥슬란트는 전문 개발사로 이들 기업과 협력하며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과정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Q.카카오의 클레이튼 월렛과 삼성의 블록체인 월렛을 어떻게 보시나요.

-현재 웹에서 키스토어를 쓸 경우에 제약이 있습니다. 키 관리 시스템(KMS)이나 하드웨어 보안 기기(HSM) 운영이 어렵고 비용 부담도 큽니다. 쓸만한 HSM은 한 대에 3000만~50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시큐리티 월드(Secure World)라는 별도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비밀키를 저장하기 쉽게 설계됐어요. 

게다가 갤럭시 시리즈는 녹스라는 자체 보안 소프트웨어도 갖췄습니다. 삼성페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시스템이에요. 보안에 있어 검증된 글로벌 기업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보안도 담당하는 셈입니다. 신뢰를 주는 거죠.

클레이튼 지갑은 클레이를 전송할 수 있는 최초의 탈중앙화 지갑입니다. 여기에는 독특한 시스템이 하나 있어요. 이더리움 상에 구축한 디앱(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은 자체 토큰을 발행해 이를 전송하거나 사용할 때도 이더리움이 무조건 있어야 해요. 지갑 사용자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어요. 

예컨대 특정 디앱에서 자체 토큰을 만들어 에어드롭할 권한은 있더라도 사용자가 이더리움 없이 이를 외부 거래소로 보내거나 다른 지갑에 옮겨 보관할 순 없어요. 결국 어디선가 이더리움을 구입해서 옮겨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클레이튼폰을 통해 월렛을 만들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뜬다.

클레이튼은 ‘수수료 대납’이라는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네트워크 사용료를 대납하는 계정을 선택할 수 있어요. 클레이가 클레이튼 메인넷에서 이더리움의 역할을 하는데, 수수료 대납을 위해 클레이를 보유한 계정에 이 영역을 위임할 수 있죠. 그래서 내가 클레이를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스핀과 같은 토큰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현재 클레이튼폰 월렛에서는 이 기능이 제공되지 않지만, 추후 탑재될 예정입니다. 클레이튼폰에 들어간 비앱(클레이튼 기반 애플리케이션)은 그라운드엑스 측에서 미리 권한을 설정해 사용자들이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구상 중입니다. 클레이튼 월렛이 차별점을 보이게 될 특징 중 하나예요.

Q.삼성의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기반으로 클레이튼 월렛 앱을 개발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삼성의 블록체인 키스토어 가이드 문서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어요. 클레이튼 월렛 앱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가이드가 적절히 구축돼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블록체인 키 관리 스펙에는 ‘BIP 0044’라는 게 있어요. 이를 구성하는 요소로 목적(purpose), 변동(change) 등이 있고요. 이 안에 코인ID에 대한 패스도 포함돼 있어요. 그러나 개발자 모드가 아닌 제품 모드에서는 클레이튼 트랜스퍼(전송) 등의 기능이 모두 막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블록체인 팀과 소통해보니 내부에서 클레이튼 코인ID가 아닌 이더리움 코인ID를 사용했기 때문이었어요. (이런 부분들을 조율하면서) 특별히 어려울 것 없이 개발했던 기억이 납니다. 

Q.전자지갑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현재 ‘월렛 트렌드’를 어떻게 보시나요.

-아직까지는 개인 블록체인 지갑에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당장 보관의 용도밖에 없는 이유 때문이죠. 지갑이라는 개념은 은행 통장과 비슷해요. 내가 보관한 자산을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금액을 타인에게 송금할 수 있어요. 그러나 현재 은행과 전자지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사용 여부에 있어요. 

은행 계좌를 활용해 월급을 받기도 하지만, 적금이나 다른 금융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어요. 계좌로 (카드 결제비용 등) 자동이체하는 등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하지만 블록체인 지갑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죠. 

사실상 오프라인 월렛이나 특정 지갑 앱보다는 코인거래소에 자산을 보관하는 경우가 더 많을 거예요. 코인거래소도 은행의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합니다. 해킹을 당할 경우 보상받을 여지도 있고요.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실사례도 있으니 아직 (코인거래소에) 보관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지갑’이라면 여러 암호화폐를 보관할 수 있어야 범용적으로 쓰이는데요. 지금 클레이튼 월렛에서는 클레이튼을, 이더리움 지갑은 이더리움과 관련 토큰만을 지원해요. 

기존 삼성 블록체인 월렛 앱이 이더리움과 토큰 외에도 비트코인을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변화다.

Q.지갑 앱이 사용자의 필요성을 더 충족시켜야 할 단계라고 봐도 되겠네요. 

아무래도 여러 블록체인과 이를 활용하는 암호화폐들의 특징을 모두 이해하고 사용하기에는 힘들 거에요. 그만큼 인력도 많이 들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우리는 ‘헥슬란트 노드’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약 20개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역할이에요. 고객이 어떤 코인을 어떤 식으로 쓰겠다고 신청하면 관련 권한을 고객에게 열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블록체인을 어떻게 동기화할지와 상관 없이 우리가 제공하는 *API 콜만으로 내 자산을 조회 및 이체하거나 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어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OS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하는 프로토콜 세트.

최근에는 대기업도 지갑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제공될 디지털 자산 지갑인 ‘클립’이 대표적이죠.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웹뷰(Webview) 형태로 카카오톡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때 기존 플랫폼이 각자의 마켓에 이 전자지갑을 연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카카오의 선물하기, 네이버의 오픈마켓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죠. 이런 마켓플레이스에 연동된다면 (블록체인 지갑도) 강력한 플랫폼으로 나올 겁니다. 결국 사람들을 사로잡는 킬링 비앱, 디앱이 나와야 하는 문제죠. 

Q.대기업의 블록체인 시장 진출을 어떻게 보시나요. 

-대기업들은 시중에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맞먹는 수준의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에요. 삼성전자가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월렛을 내놓은 것처럼, 카카오가 클레이튼폰을 선보인 것처럼요. 신한은행도 헥슬란트와 함께 PKMS(암호화 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요. 

최근 카카오 메일 사전예약 이벤트도 나왔잖아요. 이메일을 신청하려면 카카오콘이 필요합니다. 이 카카오콘은 클레이튼 사이드체인을 활용해요. 사용자 입장에선 이게 암호화폐인지 몰라요. 다만 이메일을 만들거나 이모티콘을 사는 등 자연스럽게 사용처가 늘어나면서 카카오콘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업계에서 실제로 대기업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지켜보고 협력하는 작업도 많아요. ‘타이밍’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꾸준히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분명 새로운 국면에 도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토큰을 발행하는 팀이 많았다면 (인프라가 더 단단하게 구축된 후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후 살아남은 블록체인 팀과 대기업이 이 기술을 도입하면서 킬링 디앱이 나올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다시금 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Q.블록체인 산업이 과도기를 거치는 지금, 헥슬란트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안드로이드나 iOS가 지금처럼 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이 플랫폼을 통해 누구든 앱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 등록 후 안드로이드 개발 키트를 내려받아 바로 개발할 수 있죠. 서버가 필요하면 아마존 클라우드를 쓸 수 있고요.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환경이 잘 구비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헥슬란트는 블록체인 환경을 손쉽게 사용하도록 SaaS(Software-as-a-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나아가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마치 구글 문서나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헥슬란트 노드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현재 기업이 노드, 키 관리 시스템, 커스터디 등을 영업하는 그림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주체에 노드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기술 컨설팅, 블록체인 접근성 및 키 관리 서비스까지 모두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 여러 기술을 준비해 왔어요. 앞으로 가능성 있는 블록체인 업계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그 근간의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예요.

썸네일 출처 : 헥슬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