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ID 선구자’ 마커스 대표가 본 블록체인과 미래 사회는?  

디지털 신원증명(DID)이라는 개념이 막 등장하기 시작한 2004년부터 15년간 DID에 열정을 쏟고 있는 한 연구자가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DID 컨설팅·개발사인 다뉴브 테크(Danube Tech)의 마커스 사바델로(markus sabadello) 대표다. 마커스 대표는 비엔나 기술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면서 DID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디지털 신원증명계의 선구자로 불리는 마커스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디지털 신원증명의 대표적인 컨퍼런스인 마이데이터 컨퍼런스에서 매년 연사로 오르고 있다. DID재단 의장, W3C 멤버, 소버린 재단 기술적 거버넌스 의사회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역삼동 프레스코에서 블록인프레스와 만난 마커스 대표는 이틀 전 진행된 해외전문가 초청 DID 세미나에서 한국DID 커뮤니티를 만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마커스 대표는 “SKT 등 DID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 및 개발자들과 만나고 대화했다”면서 “한국에서도 DID에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귀띔했다. 

지난 7월 SKT, LG유플러스, KT 통신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 등 총 7개사는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 공동 사업 협약을 체결해 분산화 식별자(Decentralized Identifiers) 기반 자기주권 신원지갑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커스 대표는 최근 3년간 DID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블록체인이나 새로운 암호학 기술 등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중앙화된 기업들과 관련한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겨나면서 대중들도 점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탄생하지 않았던 15년 전부터 DID를 연구하던 프라이버시 전문가 마커스 대표가 바라보는 블록체인은 어떤 효용을 지니고 있을까.

블록인프레스와 인터뷰를 갖는 마커스 사바델로 대표

◇ 블록체인 기술 등장으로 존재감 커지는 DID 

DID 예찬론자인 마커스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블록체인 정체성이나 자기주권 신원인증 서비스(셀프소버린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3년간 블록체인이 한 트렌드가 되면서 DID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탄생하면서 현실화가 멀게 느껴졌던 DID의 현실화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며 마커스 대표는 감격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셀프 소버린 아이덴티티를 누가 관리하고 제어할지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면서도 “최근 들어서 블록체인과 함께 더 유명해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마커스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DID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이 가진 큰 특징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번 기록되면 사라지지 않고 되돌릴 수 없다는 비가역성과 모두가 볼 수 있다는 개방성은 DID 측면에서는 유심히 봐야할 점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러한 특징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구조는 아닐 것”이라면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는 것은 전세계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쓰일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DID, 존재의 이유가 있다…왜?

마커스 대표는 DID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강조해나갔다. 

그는 DID가 프라이버시 독립성을 보장하고, 거대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개인의 신원을 분산 저장해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DID가 보장 되면 모든 서비스에서 집 주소 같은 개인 정보들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커스 대표는 “‘마이데이터’라고 하는 것도, 내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을 신경쓰는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등을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지켜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나와 관련된 마이데이터는 그 누구도 나로부터 가져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DID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사례로는 신분증을 꼽았다. 신분증은 술이나 담배 등을 살 때도 나이를 증명해보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마커스 대표는 “(술이나 담배를 사기 위해) 18살 이상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되지만, 신분증에는 나이 뿐만 아니라 이름이나 사진, 생일, 주소 등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며 “DID가 신분증을 대체하면 실물 카드에 내 개인정보를 전혀 공유하지 않는 방법으로 나를 증명할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이들이 프라이버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덧붙였다. 

마커스 대표는 “사람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분산화된 트위터 등 하나의 기업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여러 서비스가 있다”면서 “이런 서비스들을 많이 자각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여러 대안들도 계속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 출시와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마커스 대표는 “페이스북을 믿지 않는다”라며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정치 캠페인에 제공했던 캠브릿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기억한다면 페북과 같은 중앙화된 기업이 더 큰 힘이나 잠재력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브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리브라연합 내 몇몇 기업들이 이러한 데이터들을 통제할 수 있다”면서 “리브라에 블록체인 분산화 측면이 있다고 해도 실제 분산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썸네일 출처 :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