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다음은 스니커즈?..1020 사로잡을 ‘한정판’ 거래 플랫폼은

지난해 아이폰XS가 출시되던 날, 애플 스토어 앞에 펼쳐진 광경은 두가지였다. 아이폰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과 그들에게 대기번호를 파는 사람. 아이폰 열풍을 눈치챈 소위 ‘줄서기꾼’들이 먼저 대기줄을 형성하고 2차 소매시장을 형성한 셈이다.

이는 비단 아이폰 출시일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스니커즈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한정판 스니커즈는 ‘지름신’을 부추겼다. 유명 연예인이 디자인에 참여하면 그의 팬덤은 스니커즈 경쟁에 뛰어든다. 

명품브랜드인 구찌, 돌체앤가바나(D&G), 발렌시아가 등이 자체 스니커즈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리세일(재판매) 시장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중국에선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차오시에(炒鞋)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투기성 주식매매를 일컫는 ‘차오꾸’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중국 인터넷 매체 36Kr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에선) 10년 전 부동산을 놓쳤고, 5년 전에 비트코인을 놓쳤는데, 이번엔 스니커즈도 놓칠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스탁엑스와 가수 에미넴이 ‘에미넴 조던4 코어드’ 컬렉션에 대한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 출처 : 스탁엑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나이키의 에어조던4 레트로 ‘에미넴 칼하트(Eminem Carhartt)’ 모델 열 켤레가 이베이에서 총 22만7522달러에 거래됐고, 파이트클럽 사이트에 있는 세 켤레는 1만4000~2만 달러에 달한다”며 “신지 않을 신발에 대한 리세일 시장은 소셜미디어와 결합해 하룻밤만에 젊은 기업가들에게 떼돈을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5일 블록인프레스를 만난 F1ZZ(피즈) 마르코 스타글리아노(Marco Stagliano) 대표도 이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10~20대 소비층이 시장을 이끄는만큼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 좋은 블루오션이라는 설명이다.

F1ZZ는 스니커즈 디자인을 공모해 한정판 제작을 진행하거나 유명 스니커즈의 소유권을 토큰에 담아 분산투자 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달 8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글로벌에 자체 토큰을 상장한 후 본격적으로 브랜드와 디자이너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Q.금융업에 종사하다가 스니커즈를 생산 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든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기업금융, 인수합병(M&A) 컨설팅에 주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직업상  패션이나 명품 분야를 자주 접했습니다. 이탈리아인에게는 늘 관심이 가는 주제니까요. 2011년도에 가수 제이지(Jay-Z)의 맞춤 선글라스 컬렉션을 만든 쥬얼리 디자이너와 협력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이때 명품의 희소성과 개인 컬렉션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꾸준히 패션 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다 2012년 이탈리아 전통 디자인 사관학교로 알려진 도무스 아카데미(Domus Academy)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때 프란체스코 소렌티노를 만났습니다. 지금 저희 팀 내 최고디자인책임자(COO)가 됐죠. 이 아카데미에서 산업디자인 박사를 딴 후 아카데미 프로그램 리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반대로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었고요. 각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대한 가르침을 프로그램에서 줄 수 있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함께 의기투합하게 됐습니다. 함께 학생들의 패션사업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팅하기도 했죠.

금융과 패션에 모두 관심이 많았다며 웃어보이는 스타글리아노 대표. (이미지 출처 : 아하하)

당시 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스니커즈에 대한 사업 아이템을 발표했습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신발 소유주를 찾아다니며 스니커즈를 닦아주는 서비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가죽 구두보다 스니커즈가 더 비싸고 관리해야 한다는 게 처음엔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때 프란체스코가 자기 신발을 보여줬습니다. 오렌지색과 검정색이 섞인 이 신발을 사기 위해 상점에서 4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신발 소매업자들이나 이 상품을 다시 파는 리세일 업자들을 잘 이해한다는 걸 알기에 (스니커즈의 가치가) 확 와닿았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Q.스니커즈 몸값이 뛰어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는 데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인플루언서나 유행을 선도하는 쪽에서 만드는 하이프(hype)입니다. 시장에서 트렌디하다고 여겨지는 핫한 아이템이 사람들을 이끌어냅니다. 영화 <킬빌>이 개봉했을 때 모두가 노란 스니커즈에 열광한 적도 있잖아요.

1980년대~2000년대 초반생에 해당하는 밀레니얼이나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초반에 출생한 Z세대(지젠)가 독점적인 콘텐츠에 열광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브랜드에 프리미엄까지 붙은 상품들을 수집하는 식입니다. 

게다가 이런 컬렉션은 몇 천 켤레밖에 공급되지 않습니다. 위블로라는 시계 브랜드의 경우 연간 60개 시계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그 가치는 3만 달러 이상을 웃돕니다. 실제로 좋은 품질의 시계일 뿐더러 기대감이 (가치를) 올립니다 접근성을 줄여 시장 가치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저희는 공급량을 조절하는 비즈니스보단 실제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에 더 가깝습니다. 사용자가 어떤 의도로 신발을 사느냐, 구매의 목적이 투자냐 아니면 한정판에 대한 수요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당신의 입맛에 맞게 여러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투자 전문가로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한곳에 모든 돈을 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다들 리스크를 분산하려 하죠. 신발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켤레를 통으로 갖고 싶다고 생각해 신발을 해외에서 공수(shipping)해올 수도 있지만, F1ZZ 플랫폼은 한정판 자산에 대한 온라인 접근성을 열어주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최초신발공개(ISO)라는 개념이 독특합니다. 여기에 암호화폐 기술이 어떻게 쓰이나요?

저희는 두 가지 토큰을 활용해 트레이딩뿐 아니라 메이커 기능도 제공합니다. 먼저 ERC20 프로토콜을 활용한 F1ZZ 토큰, 이건 스테이블코인에 가깝습니다. 서비스를 쓸 때 이 토큰이 필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세미 *NFT, 공급제한상품(SVC, Scarce Viral Commodities)’입니다. 예컨대 제가 새 신발 컬렉션으로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 중 하나를 마켓플레이스에 내놓을 경우 이 신발을 토큰화해 1만 개 ‘에어조던 토큰’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 신발에 대한 소유권(ownership)을 표시하는 용도로 ERC1155 프로토콜로 만듭니다.

제가 최초신발공개를 하면 발행 주체는 그 마이클조던 신발입니다. 만약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칸예 웨스트 이지(yeezy)700을 토큰화할시 서로 다른 토큰이 만들어집니다. 컨셉이나 구조 면에서 위 두 토큰은 유사해야 하지만, 트레이딩할 때는 구분돼야 한다는 겁니다. 

*NFT(Non-fundgible Token) : 각 토큰에 고유 번호가 매겨져 같은 형태의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는 암호화폐를 가리키는 용어다. 1000원짜리 지폐는 서로 다른 지폐를 써도 동일하기 때문에 대체 가능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내달 ISO를 앞두고 있는 한정판 스니커즈 일부. (이미지 출처 : F1ZZ)

이지700 토큰을 팔면 자체 아쿠아 전자지갑(월렛)을 통해 F1ZZ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 토큰을 다시 비트코인, 이더리움, 법정화폐 등으로 바꿀 수 있고요. 세미 NFT를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F1ZZ 토큰이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이미 유명 스니커즈를 사고파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 많은데, 그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스탁엑스처럼 여러 운동화 재판매 사이트는 재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신발을 소유하는 것에 한정돼 있다는 뜻입니다.

신발 거래 플랫폼에서 물류는 늘 큰 이슈입니다. 매번 거래하는 과정에서 신발을 여러 차례 배에 태우는 게 편하진 않거든요. 저희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신발 진품을 확인한 후 일일이 들고 있을 필요가 없도록 합니다. 안전한 보관소에 맡겨두는 구조에요. 신발과 신발을 대변하는 소유권 토큰을 가진 사람 사이에 끈을 연결해줍니다. 

사람들이 각자 스니커즈 디자인을 올리고 투표를 받는 메이커 기능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F1ZZ로 펀딩을 많이 받은 디자인은 시장의 검증을 받은 격이죠. F1ZZ의 이름으로 희소하게 제작될 디자인 스니커즈에는 프리미엄이 붙게 됩니다. 메이커가 1차 시장이라면 재판매는 2차 시장인 거죠.

버추얼 머천트 기능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상거래 기업에서 아쿠아 월렛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적용해 자산을 토큰화하는 시도도 할 수 있습니다. 상품에 대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인플루언서도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거쳐 (이익을 나누는) 기회를 배정할 수 있고요.

200달러가 전부인 학생 입장에선 전통 스니커즈 거래 시장에서 한 켤레만 구입할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열 켤레 신발에 투자해 신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 몸값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신발 한 켤레에 투자하는 것 보단 40개 신발 컬렉션 토큰에 투자할 수도 있는 거고요.

유저들에게 충분히 인지도를 얻어 메이커 캠페인이 잘 되면 토큰 투자자는 새 컬렉션의 초기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거죠. 처음에는 스니커즈로 시작하지만 고부가 가치 액세서리라면 어느 것이든 저희의 타깃입니다.

F1ZZ는 스니커즈 크라우드펀딩-브랜드 제작-한정판 거래-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모두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 F1ZZ)

Q.특히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컨설팅 업무를 자주 했습니다. 이때 몇몇 중국 지인들이나 시계 중개상이 특정 브랜드의 시계를 공수해와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롤렉스 모델을 대신 사다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식이었죠. 

물론 거절했죠.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제품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한국은 스니커즈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매력적입니다. 제 고객 중 한 명이었던 루시오 바노티(Lucio Vanotti)라는 디자이너는 한국 시장에만 상품을 팔고 싶다고 말 한 적도 있었어요. 이유를 물으니 한국의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라고도 답했습니다. 

유럽 디자이너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상품을 파는 경우가 아직 드뭅니다. F1ZZ 플랫폼에 참여하면 아시아 시장에서 산업디자이너로 도전해볼 수 있다고 제안할 수 있겠네요. 

Q.플랫폼 초기에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도 중요할 듯합니다. 향후 계획을 알려주세요.

소렌티노 COO가 저희 플랫폼에서 한정판을 생산하도록 유럽 브랜드, 떠오르는 디자이너나 브랜드와 접촉할 겁니다. 몇몇 주요 스니커즈 브랜드와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요. 나이키, 아디다스, 슈프림 등에서도 남성 운동화 브랜드를 먼저 염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디자이너가 이 플랫폼에 참여하느냐도 중요합니다. 브랜드보다도 디자이너의 이름이 붙으면 스페셜 컬렉션이 만들어집니다. 이 스토리를 플랫폼에서 공유한다면 특별한 스니커즈를 창조해낼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디자이너에겐 평소에 접점을 갖기 어려운 브랜드와 맺어주는 방향으로 플랫폼에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노출도도 올라갈 테고요. 스니커즈나 관련 투자에 관심이 많은 유저 기반을 파악해 인플루언서, 패션 산업에 관한 팀 역량을 연결한다면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서로 맺어줄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독특한, 가치있는 것을 선사하는 매직 레시피입니다. ‘접근성’을 주는 게 관건이죠. 사람들을 신규 금융 시장으로, 디자이너를 새로운 브랜드나 마켓으로 접근하도록 돕는 겁니다. 저희 역할을 이 산업의 이해당사자들이 원하는 바가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블록체인도 흩어진 주체들을 독특한 기술을 통해 한 곳으로 모으는 거잖아요. 말그대로 점을 연결하는 일(connecting dots)입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이 컵을 100달러로 보자’고 합의(컨센서스)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희소하면서도 널리 이름을 날리는 상품에 대한 합의, 바로 이게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컨센서스 플랫폼입니다.

썸네일 출처 : F1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