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크기 무제한으로 키운다”…BSV 주장에 엇갈린 전문가 의견

블록체인 업계의 화두는 확장성이다. 확장성이란 블록체인에서 증가하는 거래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블록체인의 상용화를 결정하는 열쇠라 불리는 이유다. 확장성을 높이는 방법 중에는 블록 자체의 용량을 키우는 것이 있다. 그래야 블록체인이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로 기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비트코인 사토시 비전(이하 BSV)이다.

BSV는 2018년 11월 비트코인캐시(BCH)에서 체인분리된 암호화폐이다. BSV 진영은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원래 비트코인 블록의 크기를 키워 확장성을 높이려 했다고 말한다. BSV 진영의 대표 인물인 호주 출신 컴퓨터 과학자 크레이그 라이트는 미디엄 블로그를 통해 현재 1MB인 블록 크기가 무제한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한번에 약 4.3GB짜리 거래 데이터도 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SV 로고(출처=깃허브)

업계 전문가들은 BSV의 확장성 확보 방안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블록 크기 확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블록 크기가 고정돼 있으면 거래 처리가 적체된다고 꼬집는다. 블록체인 바깥에서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이 아닌, 블록의 크기를 키워 내부에서 거래를 처리하는 온체인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BSV 기반 서비스 개발사 메인메타의 박한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초창기 비트코인 모델에 있었던 *옵 리턴(OP-RETURN)코드를 복원하면 블록에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며 “대다수 암호화폐들이 빠른 결제에만 중점을 두지만 BSV는 (온체인 방식을 통해) 결제뿐 아니라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데이터베이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OP-RETURN 코드: 블록체인에서 일어나는 거래 검증 데이터뿐 아니라 글, 이미지, 영상 등 비거래 데이터를 넣을 수 있게 해주는 코드. 이 코드가 복원되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노드는 사용자가 블록에 저장한 비거래 정보를 보관해주는 대가로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비트코인 SV 밋업에서 발표 중인 크레이그 라이트(출처=블록인프레스)

블록을 소유권이 명확한 데이터베이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메인메타 이강영 공동창업자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영구불변하게 저장하는 대가로 소액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노드는 그 수수료를 받은 대신 데이터를 자신의 서버에 저장해준다”며 “또 다른 사용자는 가치있다고 판단한 데이터에 소액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구독하는 로직을 구현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노드의 부담이 커져 BSV 주장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드가 사용자 데이터를 서버에 보관하는 데 드는 비용뿐 아니라, 사용자의 구독 요청 시 데이터를 송출해주는 네트워크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다.

 

블록 크기가 점차 커지고 있는 비트코인 SV의 모습(출처=Coin dance)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지닥의 문제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은 마치 책이 계속 쌓이는 도서관처럼 데이터를 저장한다”며 “데이터 저장 기술이 발전해 매년 저장 비용이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몇십만 명씩 늘어난다면 이를 노드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SV 블록체인에 4.3GB짜리 데이터 하나만 담긴 블록이 10분에 한 개씩 생성된다고 가정해도, 24시간 동안 쌓이는 데이터 양은 약 600GB다. 이렇게 쌓이는 데이터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는 “BSV 진영이 펼치는 논리와 철학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시장은 경제논리로 가야 한다”며 “이미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충분히 경쟁력 있고 저렴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을 데이터베이스로 쓰겠다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노드가 감당해야 할 네트워크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용자가 블록에 담긴 데이터를 열람하려면, 노드는 해당 데이터를 검색한 뒤 이를 매번 출력해서 보여줘야 한다. 그 출력 비용을 네트워크 비용이라 한다.

블록체인 및 핀테크 서비스 개발사 알케미랩의 김한샘 대표는 노드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동일한 데이터를 갖는 게 블록체인의 핵심 원리”라며 “예컨대 10명의 풀노드가 있는 블록체인을 가정하면, 한 명이 부담하기도 힘든 방대한 데이터를 10명이 똑같이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비효율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데이터 원본은 기업 서버에 두고, 그 데이터의 진본성을 증명해줄 수 있는 정보 일부만 추출해서 해시값으로 만들어도 충분하다”며 “비트코인처럼 해시값만 담는 블록체인도 현재 용량이 수백GB에 육박하는데, BSV처럼 데이터 원본을 넣으려는 시도는 무리수”라고 덧붙였다.  

*풀노드: 블록체인의 데이터를 모두 갖고 있는 노드

썸네일 출처: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