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출신 개발자의 블록체인 클라우드…”아마존AWS의 미래는 우리”

구글, 네이버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해 관심을 모았던 블록체인 스타트업 커먼컴퓨터(common computer)가 최근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시드투자 유치를 통해 2억 원을 조달한 이후, 시장 안착을 위해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프라이빗 ICO(암호화폐 공개)가 흔한 블록체인 업계와 달리 벤처캐피탈이나 인공지능 회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점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설립 2년차에 불과한 커먼컴퓨터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4일 서울 을지로 스파크플러스에서 만난 커먼컴퓨터 김민현 대표와 김정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그 이유로 꼽았다. 

유명 쇼핑몰이나 게임,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 검색포털 순위에 ‘아마존웹서비스 (AWS)’가 등장한다. 이들 기업이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자타공인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AWS가 먹통이 되면 우리의 실생활도 마비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 서비스 고도화에 빠지지 않는 인프라다. 인공지능을 개발해 서비스로 승화하기 위해서도 이를 뒷받침해줄 대규모 컴퓨터 자원과 편리한 개발환경이 필요하다. 

커먼컴퓨터는 한 회사가 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중앙 주체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게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여러 컴퓨터가 연결된 네트워크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여러 컴퓨터 자원을 한데 묶어주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간 데이터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데이터센터 트래픽은 그에 못 미친다. 데이터센터 한곳이 아니라 여러 컴퓨터를 연결하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주목받는 지점이다. (이미지 출처 : 에테르나 캐피탈)

Q.’커먼컴퓨터’라는 이름이 독특합니다.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창업했나요?

김 : 커먼(common)은 ‘모두의, 평범한’이라는 뜻입니다. 어디에나 컴퓨터가 있다는 의미죠. ‘컴퓨터들을 잘 연결하면 재미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직접 회사 이름을 지었어요. 

저희는 오픈소스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AI네트워크라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는 컴퓨터에서 바로 실행이 가능한 프로그램 설계도인 소스코드를 공유하는 겁니다. 

이를 실행하려면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정보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합니다. 클라우드는 돈을 지불해야 쓸 수 있는 오너십 기반이고요. 사실상 공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정현 COO(이하 정) : 지금은 깃허브에 올라온 여러 프로그램이 코드로만 공유된 상태입니다. 당장 서비스화하지 못한다면 이로부터 수익을 낼 수 없어요. 죽어있는 소스코드들이 많습니다. 

김 : 그래서 오픈소스에 걸맞게 클라우드도 오픈리소스로 결합하자고 주장합니다. 전 세계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상태로 대기한다면 개발자 입장에선 이것저것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죠. 개발자들이 (코드로만 남아있는) 소스코드들을 부품처럼 끼워 활용할 수 있고, 그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마다 사용료를 정산한다면 수입도 발생할 수 있고요.

Q.개방된 자원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김 : 이달 초 시리즈A 투자 소식을 발표했어요. 그때 저희가 ‘유휴컴퓨팅 자원의 공유경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도 말씀드렸어요. 

블록체인 핵심 기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키 관리 등에 필요한 암호학(cryptography), 그리고 컴퓨터들을 연결해 한 몸으로 유지하는 네트워크 기술입니다. 이게 클라우드와 잘 어울려요. 이 기술들을 바탕으로 내 컴퓨터나 구글 클라우드뿐 아니라 더 다양한 다른 컴퓨터에 접속하게 하는 거죠. 컴퓨터들이 모인 클라우드에서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지는 식입니다.

지난 1999년도 외계 시그널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 버클리대에서 시작했던 세티앳홈(SETI@home)이라는 프로젝트와 비슷해요. 

앞서 진행 중이었던 SETI 프로젝트에 대한 미 국가 예산 지원이 중단되자 이를 지속하기 위한 슈퍼컴퓨터가 새로 필요했어요. 단 하나 혹은 소수의 대용량 컴퓨터가 아니라 전세계에서 유휴 중인 컴퓨터 자원을 활용한 분산 컴퓨팅 형태로 나아가게 됐죠. 외계인 시그널 분석에 관심있는 학자나 개발자가 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자기 소유의 연산력을 공유해줬어요.

(2015년 당시 버클리대에서 시각화한 세티앳홈 네트워크. 영상 출처 : 버클리세티)

이런 네트워크를 만드려면 우선 의견을 개진하는 이니셔티브가 좋아야 하고, 기꺼이 자기 자원을 투입할만큼 프로젝트가 재밌어야 해요. 특화한 소프트웨어도 다 배포해 내려받아야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하고요. 단발성 이벤트로 진행될 때가 많았어요. 저흰 이걸 오픈소스별로 모두 적용하려 하기 때문에 더 확장성을 가진, 일반적인 프로토콜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놀고 있는 컴퓨터 자원을 모으는 방식은 아닌거죠.

Q.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AI네트워크 같은 분산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요한가요?

김: 이제는 맥북 하나로 모든 개발을 끝내는 게 불가능한 시대가 됐어요. 여러 컴퓨터에 코드가 배포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인공지능을 분산처리, 병렬로 여러 컴퓨터를 모아서 실행할 때가 많습니다. 사물인터넷(IoT)은 소형 컴퓨터 수백만대를 두고 합니다. ‘1컴퓨터 1코드’로 보던 과거에 비해 컴퓨터의 형태가 전혀 달라졌습니다. 다양한 네트워크에 접속해야 합니다. 

이를 한곳에 모아주는 역할이 필요해졌습니다. 중앙화한 방식으로만 하긴 어려워요. 한 곳에서 모든 컴퓨터를 다 구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글도 이를 아는 까닭에 쿠베네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혼합형) 클라우드 모델을 선보입니다. 이걸 오픈소스로 시작했고요. 회사가 워낙 커서 자체 컴퓨터 리소스가 많으니 (이 문제가) 후순위에 있을 따름입니다.

소스코드를 공유하는 오픈소스도 처음에는 장벽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덕분에 안드로이드, 클라우드 등의 발전이 나왔습니다. 오픈리소스 또한 처음에는 장벽이 있더라도 향후 더 효율적일 방법이라는 게 자명합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걸 각자 모두 갖추기보단 80%를 오픈리소스에서 땡겨쓰는 방식이 자리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 : 공유주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요리하기 위해 주방부터 음식재료, 요리 도구까지 모두 갖춰야 했지만, 공유주방에는 액세스할 것들이 다 준비된 상태에요. 개발자는 딱 결과물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고요. AI네트워크에서 마켓플레이스도 제공하니 요리만 잘한다면, 공유주방에 필요한 제품을 대는 업자라면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입니다.

Q.분산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해 암호화폐, 블록체인이 어떻게 활용되나요?

김 : 저희가 만드는 블록체인은 좀 특별해요. 이를테면 이더리움이나 이오스 블록체인은 코드를 실행할 순 있지만, 코드의 종류가 한 가지 뿐이에요. 솔리디티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자동화 프로그램)를 짜서 이더리움 가상머신에서 실행하는 순서에요. 비싼 비용으로 안전을 위해 모두가 이를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AI네트워크는 대규모 연산, 다양한 연산을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만들려고 해요. 

컴퓨터자원을 모으는 작업에서만 블록체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현존하는 블록체인이 거래내역을 하나하나 검사해 60번째 확인 절차까지 지나야 확정하는 게 장점이라면 (저희 네트워크는) 방대한 리퀘스트를 모두 처리한 후 블록체인에서 후정산을 결정짓는(finalize) 식이 가능합니다. 

대용량 통신이나 통신 기록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의 과금을 개괄적으로 감당하는 데 적합하다는 뜻입니다. 아이오타(IOTA)와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아이오타는 IoT를 위한 디자인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아닌) 지금의 분산원장(탱클)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미지 출처 : 영화 아이언맨)

토큰은 리소스 제공자와 프로그램 개발자가 계약을 맺을 때 담보(staking) 역할을 합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서비스의 최소 퀄리티를 보장하는 컨트랙(계약)을 맺습니다. 평판(reputation)을 위해 토큰을 예치금을 겁니다. 이로써 프로그램과 리소스 제공자는 서비스 운영 주체로 재탄생합니다. 

이후 이 서비스를 쓸 때 내는 콜당 과금이 정해집니다. 콜이 발생할 때마다 프로그램 작성자와 서비스 자원을 빌려준 쪽에 사용료가 분배됩니다. 조정할 수 있는 계약입니다. 내부에선 이 계약을 룰(rule)이라 부릅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야 네트워크 내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할 수 있어서 스마트 컨트랙트 보다는 더 간단한 형태입니다.

Q.아무래도 아마존AWS,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가 대세입니다. 초기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요?

김 : 먼저 타깃으로 삼는 쪽은 오픈소스에요. 우리가 만든 서버나 아마존 AWS클라우드 어떤 서버를 사용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 위에서 편하게 오픈소스 작업을 하라는 기조입니다. 

개발자들이 모여들어 저희 리소스만으로 감당하지 못할 사이즈가 됐을 때 리소스 제공자를 불러들이려 합니다. (소스코드를 기반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게 먼저입니다.

예를 들어 깃허브 사이트에 ‘실행 버튼’을 달아줄 수 있습니다. ‘AI네트워크에서 실행하기(Run on AI Network)’ 버튼을 누르면 깃허브에 적은 소스코드가 프로그램으로 바로 실행되게 하는 겁니다. 이런 버튼을 저희가 먼저 달거나 개발자가 달도록 방법을 알려줘서 최대한 많이 확산시켜야 합니다.

최근에는 몇몇 유사 서비스들이 실제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깃허브 코드를 웹상에서 바로 개발하도록 개발 환경을 통합하는 형태입니다. 물론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아니라 장기적인 스케일을 가져갈 순 없어 보였지만, 후발주자로 시작하게 되면 쉽지 않은 경쟁이 되리라 판단합니다.  

Q.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유휴자원을 활용하려는 타 프로젝트들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김 : 아무래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슈퍼컴퓨터를 구현하려는 골렘(Golem)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오아시스랩, ANKR 네트워크도 꼽을 수 있겠네요. 

아직은 다들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클라우드의 가능성이 커서 (이를 필두로) 콘텐츠, 데이터, 보안 등 각자 포커스를 다르게 두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픈소스와 개발자 경험에 집중해서 풀어보려 하고요. 2~3년 뒤에는 타 프로젝트와 협업하는 관계가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 경쟁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연관성이 멉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포그 컴퓨팅’이라는 개념도 나오는 추세다. 영상 출처 : TMook)

기존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 AWS의 람다(Lambda)나 구글의 펑션스처럼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서버를 따로 설정하지 않는(서버리스, server-less) 컴퓨팅 분야에 경쟁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컴퓨팅 자원을 끌어와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와는 결이 다릅니다. 대규모로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는 기존 플레이어가 괜찮을 듯합니다. 

반대로 특별한 자원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똑같이 유휴자원을 활용할 때) 이들은 마치 코스트코처럼 리소스를 많이 써야 가성비가 나오고, AI네트워크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처럼 다품종 소량생산에 가깝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향후 커먼컴퓨터, AI네트워크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김 : 현재는 노드 수가 많지 않아 토큰 가격이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 네트워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올라간 프로그램 개수가 많으면, 그 가치는 더 상승할 수 있어요. 이더리움의 스마트컨트랙트 갯수처럼 AI네트워크도 프로그램이 많이 올라가는 게 네트워크가 잘 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컴퓨터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둘 다 많다면 이 네트워크가 잘 크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넷을 올 4분기에 론칭하려 합니다. 이에 발맞춰 편리한 툴과 서비스도 같이 나올 예정입니다. 이더리움이 스마트컨트랙트를 블록체인 위에 올려둔 개념이라면 AI네트워크는 더 큰,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들이 네트워크에 떠있는 컨셉입니다. 

현재 블록체인은 금융시스템 위주로 많이 쓰이고 있죠. 하지만 블록체인은 결국 특이한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암호화폐 상품 외에도 클라우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는 구조입니다.

인공지능 모델은 굉장히 큽니다. 여기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외부의 코드를 서로 잘 조립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입장에선 대기업 정도의 시설이 없더라도 제 역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협업을 가능하도록 하는 네트워크가 돼서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도 많이 기여하겠습니다.

썸네일 출처 : 커먼컴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