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 맺는 ‘암호화폐 커스터디’…규제 당국 마음 돌릴까?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거래소(ICE)이 디지털자산 거래소 백트(Bakkt) 출범 전 비트코인 커스터디(수탁업무)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 선물상품거래위원회(CFTC)와 뉴욕 금융청 승인하에 암호화폐의 안전한 보관과 관리 업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비단 백트만의 행보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받은 비트코인 지갑업체 빗고(BitGo), 글로벌 코인거래소 코인베이스는 물론 글로벌 금융공룡 피델리티도 암호화폐 커스터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코인거래소 제도화 정책과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16일 백트는 6일 (청산소를 중심으로 한) 비트코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으로 오는 23일(현지시간) 일일, 월별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백트는 “수탁업무를 보호하기 위해 1억2500만 달러 보험을 마련하고, 3500만 달러 규모의 선물 기반 펀드를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커스터디는 기존 금융권에서 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이나 전문업체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권자산을 포함한 유가증권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주로 암호화폐 계정에 접근하는 개인 키 관리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다. 백트는 여기에 비트코인 결제 및 청산, 관련 보험까지 커스터디 업무의 요건으로 추가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더블록은 백트 최고운영책임자(COO) 아담 화이트의 말을 인용해 “(CFTC, 뉴욕 규제당국으로부터 청신호를 받은) 백트는 종단간(end-to-end) 규제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금은 대부분 현물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지만, 곧 선물시장으로 그 자리를 옮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헥슬란트 리서치센터 최지혜 팀장은 “백트의 경우 커스터디로 시작해 ICE 본연의 업무이자 유저 확장에 도움이 되는 거래 사업으로 무대를 넓혔다고 볼 수 있다”며 “코인거래소나 지갑 노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키를 관리하던 것에서 커스터디가 더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암호화폐 거래 업체들은 연달아 커스터디 카드를 꺼내드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 서비스는 암호화폐 커스터디를 위한 뉴욕주 신탁사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이 기업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자회사로 지난해 헤지펀드나 패밀리오피스 고객의 암호화폐 거래 대행 및 커스터디를 위해 설립됐다.

페이스북이 이끄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Libra) 디자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커스터디 업체 앵커리지는 같은달 4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자산을 보관한 상태로 스테이킹을 포함한 블록체인 거버넌스에도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비자(Visa)와 유명 벤처캐피탈 안데르센 호로위츠가 펀딩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자포(Xapo)를 인수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 거래소가 자포의 커스터디 고객 대부분을 흡수해 비트코인 총량의 5% 이상을 추가로 관리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코인베이스의 총 관리자산(AUC)이 70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지갑 개발사로 시작됐던 빗고는 커스터디 서비스를 넘어 결제 및 청산 업무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올초 암호화폐 장외거래(OTC) 전문기업 제네시스글로벌트레이딩과 손잡고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출시한 것. 디지털자산을 오프라인 저장소에 보관한 상태에서 트레이딩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금융사들이 대량으로 초단타매매를 할 때 실물자산을 예탁원이 보관하는 것과 유사하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의 샘 맥킨베일 CEO도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은 보험, 규제 지원, 스테이킹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비트코인 대출로 이자를 받는 사업도 떠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규제 당국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디지털자산 관리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커스터디가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코인거래소 합법화부터 세금 이슈, 외국환 관련법 정비까지 제도화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커스터디 사업 모델이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는 극초기단계”라면서도 “정부에서 커스터디 쪽으로 관심을 보이고 사회적으로 니즈가 명확해 순기능이 확산될 경우 당국에서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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