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디지털 금”…강남 부자들에도 통할까?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digital gold)’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처럼 통화가치에 연동되지 않으면서도 희소성이 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최근 비트코인과 금 가격의 상관관계를 보면 이 같은 공식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금 가격의 상관관계는 지난달 초 기준 3개월 동안 0.827로 최근 1년간 상관계수 0.496 보다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 수록 비트코인과 금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강남 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선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신흥 투자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브렉시트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확대한 반면, 비트코인을 아직 ‘안전 대피처’라고 생각하고 투자 비중을 확대하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 대형증권사 청담동 지점 PB임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자산가들이 달러예금이나 금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면서도 “안전자산 투자 대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한다거나, 문의하는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출처=체인파트너스

올해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환율 전쟁 후폭풍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지난달 원화가치는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3년여 만에 1900선을 이탈했다. 코스닥 지수는 하루만에 7% 폭락해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내기도 했다.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렸다. 국제 금값은 6년 5개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20%나 오른 것.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도 17%나 뛰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는 동안 비트코인의 몸값도 치솟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초 보다 3배나 뛰었다. 6월 말에는 1만4000달러를 회복하며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트코인도 안전자산으로 부상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았다. 하지만 2017년 최고점 이후 폭락한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목격한 자산가들에겐 여전히 위험자산일 뿐이다.

비트코인은 2017년 한해 2000% 가량 폭등했지만, 2018년 11월 폭락장을 연출하며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이끌었다. 당시 비트코인은 한달만에 37% 곤두박질쳤다. 2011년 4월 약 40% 가까이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앞선 PB임원은 “고객의 투자성향 차이도 무시할 수 없지만, 거액자산가들 중에 보수적인 투자자들 대부분은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이라고 보는 경우는 없다”고 언급했다.

IBK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김탁규 PB팀장은 “올해 금값이 뛸때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나 엔화 가치는 동반 상승했다”며 “금값이 상승할 때 비트코인이  오른 것을 두고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동반 상승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의 가치가 없어진다고 상대적으로 비트코인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본질적 의구심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에 비트코인에 대해 변동성 보다는 희소성 있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가 디지털화되면 기존 안전자산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다.

체인파트너스도 연초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각국 및 기업 이해관계, 일부 국가들의 법정화폐 가치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단시간내 0으로 수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체인파트너스는 “비트코인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완전히 없어지거나 가격이 0으로 폭락하는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미래에 디지털 금으로 취급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최초의 비트코인 투자펀드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5월 “금을 버리고 비트코인에 투자하라”는 광고를 시작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은 안전하고 국경이 없는 디지털 시대를 위한 디지털 금”이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대치WM센터 김동의 부장은 “디지털 시대에 사는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개념이 통용되기 시작한다면 언제가는 그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나 아마존이 (IT의 대장주가 된 것처럼)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관련 업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비트코인의 가치도 디지털 금으로 통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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