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아니라 투자요”…복지비에 ‘투자’ 옷 입힌 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

복지 예산에 색다른 아이디어를 입힌 사업가가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배정되는 정부 예산이 선순환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한국에 들여온 인물이다. 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의 이야기다. 

곽 대표는 민간 투자로 공공사업을 수행한 뒤 성과에 따라 정부가 집행한 예산을 투자자에게 이자와 함께 상환하는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이하 SIB)을 국내에 선보였다. 최근에는 SIB를 토큰화한 ‘스마트 SIB’를 개발했다. 이 덕분에 투자자는 지급받을 이자 계산을 자동화하고, 유사 시 토큰을 처분해 유동화할 수 있게 됐다.

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0년 한국의 무상급식 논쟁을 겪으며 사회적 금융에 주목했다. 단발성으로 쓰이는 복지 예산을 투자의 개념으로 선순환시키면 사회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자금이 모일 것이란 생각을 떠올렸다. 

지난달 23일 블록인프레스와 인터뷰 중인 곽제훈 대표(출처=블록인프레스)

지난달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곽 대표는 “2011년 서울시에 처음 제안한 SIB 사업이 2014년 들어 조례 제정과 함께 시작됐다”며 “서울시와 진행한 SIB 1호 사업은 경계선 지능 아동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경계선 지능 아동은 지능지수가 일반(85이상)과 지적장애(70 이하) 사이인 아동을 말한다. 

이 아동은 나이가 들수록 지능이 퇴화해 지적장애인이 된다. 지적장애인이 되기 전에 정서 학습 치료를 하면 향후 지출해야 할 막대한 규모의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1호 사업은 UBS증권 서울지점, 엠와이소셜컴퍼니, 사단법인 피피엘 등 세 곳으로부터 사업 수행비를 투자받았다. 대교문화재단은 투자금으로 경계선 지능 아동 치료를 진행하고,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사업 결과를 평가해 서울시에 제출한다. 

팬임팩트코리아가 서울시와 1호 SIB 사업을 출범한 모습(출처=팬임팩트코리아)

이후 서울시는 사업 성공률에 따라 정부 예산인 ‘사회성과보상금’을 투자자들에게 이자와 함께 지급할 예정이다. 사업 수행비는 기부금이 아니라 투자금인 셈이다. 

팬임팩트코리아는 민간 투자자와 투자 계약을 맺는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 스마트 SIB를 통해 운영기관과 투자자 간의 계약을 토큰화했다. 투자자에게 일정 비율로 토큰을 지급하고 이들이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 모델(출처=팬임팩트코리아)

곽 대표는 “대부분의 소셜임팩트 투자자는 사업 종료 시까지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기다리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금이 장기적인 사업에 묶이는 건 좋지 않다”며 “투자자들이 처분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처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SIB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규제였다. 스마트 SIB가 증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려면 자금 조달 과정에서 공모 펀드로 비춰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서울시청 SIB 대담회에 참석한 곽제훈 대표(출처=팬임팩트코리아)

공모펀드는 50인 이상을 대상으로 신규 발행 증권의 구입을 권유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특정 개인에 개별적으로 접촉해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을 이른다. 투자자 수를 49인 이하로 제한하면 공모에 비해 규제가 엄격하지 않다고.  

곽 대표는 “투자 계약을 맺을 때 투자자와 별도 부속 협약을 맺어서 최종적으로 토큰을 가진 사람한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토큰으로 대신한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증권형 토큰 공개(STO)인데 사모방식으로 규제를 피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9일 그라운드엑스 개최로 열린 블록체인포소셜인팩트 컨퍼런스에 참석한 곽제훈 대표(출처=팬임팩트코리아)

서울시에 SIB 사업을 제안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유관 부서를 찾아다니며 공무원을 설득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정부의 예산 정책이 SIB의 사업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는 “정부는 단년도 예산집행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내년에 쓸 예산을 전년도 말에 확정한다”며 “SIB 사업은 몇 해에 걸쳐서 진행되는 다년도 사업이기 때문에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SIB 1호 사업의 취지는 사회공헌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이런 모델을 좋아해준 덕분에 토큰 기반 SIB 사업 모델을 꾸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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