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내민 암호화폐 과세 이슈…’자산이냐, 화폐냐’ 두 얼굴에 엇갈린 해법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질 과세원칙을 빗겨가고 있는 유일한 분야가 있다. 바로 암호화폐다. 이달 1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금액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겼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을 매매하며 소득을 얻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는 않고 있다. 이에 관한 법률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암호화폐 과세 이슈가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과세를 위해선 암호화폐의 성격을 먼저 정의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쉽지 않다. 실제 비트코인은 화폐처럼 결제수단의 성격과 가치의 증감이 이뤄지는 자산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이를 두고 법조계 등 관련 업계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가 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는 이상 조세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세법은 자산의 가치가 있는 대상에서 소득이 창출될 경우 과세 대상으로 규정한다.  

법무법인 광장 주성환 변호사/공인회계사(출처=블록인프레스)

법무법인 광장의 주성환 변호사는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거나 유사한 산업활동에는 동일한 수준의 과세를 하는 게 조세 중립성의 목표”라며 “같은 소득활동인데 A와 B의 세율이 달라져 세율이 적은 쪽으로 생산수단과 자금이 몰리게 되면 과세가 생산의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일부 세율에 차이는 있겠지만 부동산 거래든 주식 거래든 투자 자산이 조세 항목에서 누락된 경우는 없다”며 “비트코인이 투자 자산의 성향이 짙어지고 개인들이 투자로 수익을 얻고 있는데 면세되면 결과적으로 유사한 투자상품이 있을 때 자금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의 자산적 성격을 읽을 수 있는 사례로 베네수엘라를 꼽는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는 법정화폐인 볼리바르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는 모양새다. BTC베네수엘라닷컴 란디 비리토 운영자는 “비트코인이 베네수엘라 통화보다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전기세를 낼 때 조금씩 환전하는 식”이라며 “왓츠앱 같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저축용 자금(saving)을 비트코인으로 바꾼다”고 전했다.  

참고기사: 베네수엘라에선 비트코인 주목하지만…”정전사태 나면 어떡하죠”

암호화폐에 자산적 성격이 있다고 간주할 경우 적용될 수 있는 세금은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이다. 법인세는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납부하고 있으며, 소득세는 개인이 얻은 소득 중 법에 열거된 과세 대상에만 부과한다. 또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 및 유통되는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에 대한 세금이다. 

그러나 문제는 암호화폐가 화폐처럼 지급결제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처리속도나 가격 변동성 측면에서는 결제수단 역할에 한계가 있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있다.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송인규 교수(출처=블록인프레스)

이에 대해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송인규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 이익에는 세법을, 외화거래 시에는 외국환 거래법을, 암호화폐 기반 파생상품 거래에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야 할 정도로 암호화폐의 용처와 거래 목적이 다양하다”며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정에 따라 관련 법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불, 결제, 송금 등 화폐의 성격으로 활용될 경우에는 기존 화폐처럼 제도를 운영, 즉 부가가치세 같은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산업을 죽이지 않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암호화폐 과세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며, 거래 당사자의 신원이 공개키 주소로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과세 근거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의정부 지방법원 이정엽 부장판사(출처=블록인프레스)

의정부 지방법원의 이정엽 부장판사는 “블록체인에는 돈이 어느 주소에서 어디로 건너갔는지만 나올 뿐 거래 주체를 알 수 없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신원확인(KYC·Know Your Customer)을 준수하는 거래소를 통해 거래 주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산과 화폐의 구분이라든지 각종 조세제도는 옛날 개념이어서 블록체인을 포섭할 수 없다”며 “과세 실효성이 적은 의미 없는 일을 연구하지 말고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대표변호사/변리사(출처=블록인프레스)

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변호사 또한 “이더를 10만 원에 사서 100만 원에 팔았을 때 거래세든 양도소득세든 매겨야 하는데 세원 확보가 어렵다”며 “과세를 위해 법을 개정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케미랩 김한샘 대표는 “세금의 근원인 사회계약론을 따른다면 비트코인 영리활동에 과세해 수요가 과하게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게 맞다”면서도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과세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썸네일 출처: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