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그래프는 왜 ‘넥스트 블록체인’ 됐나…“외할머니도 쓸 수 있는 기술돼야”

헤데라 해시그래프(Hedera Hashgraph)는 ‘넥스트 블록체인’이라 불린다. 블록체인의 속도와 보안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해시그래프 알고리즘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의 리먼 베어드(Leemon Baird)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가 직면한 기술적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며 샤딩이나 사이드체인 등의 해결책은 불완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해시그래프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이같은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블록인프레스는 지난 4일 인천에서 열린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에서 베어드 대표를 만나 그가 제시한 대안에 대해 물었다.

Q. 가장 큰 블록체인의 기술적 난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어려운 문제는 보안성과 속도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등가교환의 관점에서 더 안전해지면 속도는 더 느려진다. 헤데라 해시그래프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방법을 찾았다. 매우 안전하면서도 속도를 높이려면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블록체인과 굉장히 다르다.

헤데라 해시그래프 리먼 베어드 대표(출처=블록72)

Q. 해시그래프 알고리즘을 두고 ‘차세대 블록체인’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컨센서스(합의) 프로토콜이 매우 빠르다. 1만 건의 암호화폐 거래를 1초 안에 처리할 수 있다. 그것도 메인넷에서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는 점차 빨라지게 된다. 동시에 안전하다. 우리는 비동기식 비잔틴 장애 허용(ABFT)이라는 합의 방식을 활용한다. 쉽게 말하면 공격자가 네트워크를 공격하거나 마비시키기 어려운 방식이다. 일단 해시그래프 방식을 채택하면 훨씬 빠르고, 안전하고, 공정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Q. 헤데라 해시그래프의 자체 위원회가 있다고 들었다. 

39개 기업으로 구성된 위원회(Council)가 있다. 서로 다른 산업군에 속한 전 세계에 있는 39개 거대 기업이 위원회에 속해 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들이 남극과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 인도 통신사 타타, 독일 도이치텔레콤, 미국 IBM도 위원회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 세계 정상급 로펌과 온라인 소매업체, 항공업체도 있다. 한국의 인지도 높은 기업과도 위원회 멤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 참여가 결정된 후 이름을 공개할 예정이다. 

Q. 위원회는 고정된 검증인 노드로 볼 수 있나. 그렇다면 탈중앙화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탈중앙화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현행 분산원장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수천 개의 컴퓨터가 각 블록체인에 참여하고 있지만 (하드포크 같은) 프로그램 변경 등에 대해서는 소수의 개발자들이 의사 결정을 내린다. 예컨대 비트코인의 경우 중국의 소수 채굴업자들이 사실상 해시를 조절하며 컨트롤하고 있다. 

4일 인터뷰 중인 헤데라 해시그래프 리먼 베어드 대표(출처=블록 72)

그러나 헤데라 해시그래프의 위원들은 분산원장에 어떠한 요소를 추가할지, 기반 코드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 노드에게 얼마를 지불해야 할지 등 모든 사안의 결정에 참여한다. 게다가 각 위원들은 최대 6년 동안만 위원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구성원은 계속 바뀐다.

Q. 위원회 멤버는 어떻게 교체하나.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3년만 위원으로 있을 수 있다. 이후 투표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표를 받으면 3년간 더 머무를 수 있다. 6년 이후에는 이유불문하고 위원회를 떠나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기업이 위원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위원은 기존 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헤데라 해시그래프가 지리적, 산업적, 시간적으로 탈중앙화된 구조를 가지는 이유다. 그 어떤 프로젝트도 이렇게까지 탈중앙화된 구조를 갖지 못했다.

4일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에서 발표 중인 베어드 대표(출처=PR 브릿지)

Q.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당신이 약물, 다이아몬드, 예술품의 거래 기록을 단일 원장에 저장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누군가 그 기록을 조작하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그 원장이 담긴 컴퓨터에 접근해 기록을 조작할 수 있다. 원장이 하나이기 때문에 기록을 조작해도 알아채기 쉽지 않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이다. 블록체인에 참여한 수많은 컴퓨터가 원장 내용을 나눠갖기 때문에 조작될 위험이 낮다. 기록 원장의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블록체인을 두고 ‘트러스트리스(무신뢰형, Trustless)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실 블록체인은 완전한 무신뢰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다. 블록체인 사용자들은 자신의 거래를 검증할 노드 대부분이 해커가 아닐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즉, 이들이 거래를 해킹하지 않는 착한 노드일 것이라는 점을 믿어야 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여전히 신뢰 기반 시스템이다. 노드의 3분의 2 이상이 맘만 먹으면 이론적으로는 거래 내역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Q. 블록체인을 이용해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을까. 

아직 블록체인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너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말 큰 문제다. 그러나 점차 외할머니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외할머니가 사용하고 있는 게 블록체인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기술과 인터페이스가 발전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블록체인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아이폰의 사례를 들어보자. 외할머니는 아이폰 내부에 집적회로가 있는지 모른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기술은 아름답거나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폰의 디자인은 아름답다. 그러나 내부에 어떤 회로가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블록체인도 결국 제품 뒤에 숨어야 한다.

썸네일 출처: 블록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