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실리콘밸리] “암호화폐 수익도 못 내고 세금만 40%?”…배보다 배꼽이 큰 과세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세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투자자들이 많아요.”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길에서 만난 한 현지 블록체인 회사의 A 대표는 미국 암호화폐 세금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미국 세법상 암호화폐 거래로 인해 생기는 수익은 국세청(IRS)에 무조건 신고를 해야한다. 이 때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도해 현금화 했을 때 뿐 아니라 코인간 거래 내역도 신고 대상이다. 이 때문에 실제 수익이 늘지 않아도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는 상승장에 수익을 신고했다가 현금화를 하지 않은 경우다. 

수익을 신고했을 때보다도 세금을 부과해야 할 시기에 암호화폐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황인데, 신고 당시 상승장 기준 가격으로 매겨진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IRS에 따르면 현금화 한 수익이 아니라 암호화폐로 가지고 있어도 수익이 있다면 거래한 시간에 맞춰 미국 달러 기준으로 ‘공정시장가(Fair market value)’를 계산해 보고해야한다.

출처 = IRS

A 대표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난처한 이들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이 2만 달러까지 올랐던 폭등장에 코인간 트레이딩을 했다가 2018년 가격이 급락해 실제 수익보다 세금이 더 많이 나오는 사례들이 많았다는 웃지못할 사연을 공개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이 명확히 재정되지 않은 상황. 그래서 A 대표가 전한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블록체인을 포함한 미국의 다양한 IT기업 관계자들에 이 같은 상황을 질문하니 “흔한 일”이라고 답했다. 

# 미국에선 ‘암호화폐=자산’…투자기간 1년 기준 세율 차이나 

IRS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일반 암호화폐 거래를 투자 자산으로 분류해 자본이득세(CGT·Capital gain tax)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채굴은 일반 소득세로 과세하고 있다. 

미국에서 만난 한 현지 변호사 B씨는 “1년 이상의 장기 투자 소득이냐 1년 이하의 단기 투자 소득이냐에 따라 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1년 이하의 단기 투자 소득은 정규 소득(regular income)에 적용돼 최고 37%까지 세금이 부과된다. 1년 이상의 장기 투자는 최고 20% 세율이 적용된다는 설명했다. 과세율은 소득에 따른 과세 등급별로 달라진다.

1년 이하의 기간동안 보유하면 단기 자본이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단기 자본 이득은 소득으로 간주는데 정규 급여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미국에서는 정규 급여에 최대 40%의 세금이 부과된다.

#세금 _ 2만달러 _ 수중엔 _ 1만달러뿐

“당장 세금을 내야 하는데 가진 현금은 없어 난감하다.” 

투자 기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 수익의 최대 40%를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가격이 올랐을 때 차익 실현하지도 않았는데, 코인간 거래를 해서 수익을 신고했던 이들이 세금을 내는 것은 투자자들의 고민을 크게 만든다. 시장 상황에 따라 코인을 현금화했을 때 금액보다 부과된 세금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 세법상, 한번이라도 다른 코인으로 전환하면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신고 하지 않을 경우에는 패널티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현금화를 하지 않더라도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 트레이드 했다면 그로 인한 수익을 보고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금은 2만 달러나 되는데, 코인의 가치는 1만 달러 뿐인 경우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미국 현지에서 만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 C씨는 2017년 암호화폐 시장 상승장 당시 코인간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을 보고했고, 2만 달러에 가까운 세금을 부과 받았다. 2018년 시장이 급락하면서 코인의 가격이 떨어졌고, 세금을 낼 때 코인 가치를 환산했더니 1만 달러까지 떨어졌던 경우를 언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상승장 때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이 10배~20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다 2018년 하락장에는 80~90% 폭락했다. 즉, 2018년 세금 납부를 해야 할 당시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락해 폭등장에 올랐던 가치를 모두 반납한 것이다. 

C씨는 주변에 실제로 부과된 세금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암호화폐 세금 미납자_1만명이나?

그렇다면 미국에서 암호화폐 관련 세금 미납자는 얼마나 될까?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는 IRS가 1만여명의 암호화폐 보유자들에게 “가상자산 세금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한 범칙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IRS는 규제 준수 절차를 통해 납세자 명단 확보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수입을 신고한 후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을 보이는 이들에게 서한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달 말까지 이 작업을 할 것이라 밝혔다. 

IRS 찰스 레티그(Charles Rettig) 위원은 “납세자들은 서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세금 신고 내역을 다시 살펴 필요 시 과거 수입 내역을 수정해 세금, 이자, 법칙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미 국세청, 암호화폐 소유자 1만명에 “세금 내라” 서한

#한국은 _ 세금문제 _ 어떻게?

미국은 암호화폐를 제도권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해 암호화폐를 투자 자산으로 분류, 과세 대상으로 포함했다. 일본은 암호화폐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15%~55%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이와 관련해 정확한 세금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볼지 화폐로 볼지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상태다. 

다만 한국도 암호화폐 과세 추진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부장관은 암호화폐에 대한 해외 과세 사례를 검토해 과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를 차익 실현한 수익을 얻지도 못했지만, 코인간 거래만으로 얻은 수익으로 세금화 하는 미국. 부과된 세금이 현금화한 코인의 가치보다 더 커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세금을 미납하는 일부 미국인들.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조용히 검토 중인 한국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썸네일 출처 :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