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시리’에 말한 내 사생활, 엿들었다고?”…공개사과한 애플

애플이 아이폰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와 사용자가 나눈 대화를 계약업체 직원들이 들을 수 있게 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리와 관련된 일부 정책을 변경하겠다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CNN, 가디언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 뉴스룸을 통해 “우리는 프라이버시가 근본적인 인권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애플은 “시리의 성능을 개선하는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사용자와 시리가 나눈 녹음 파일을 사람이 듣고 평가하는 그레이딩(채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며 “우리가 가장 중요시 하는 목표를 완전히 살리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이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와 나눈 대화를 자동으로 녹음하지 않고 성능 개선을 위해 컴퓨터로 생성한 스크립트를 계속 사용하겠다”며 “사용자가 시리와의 녹음을 제공하겠다고 설정을 변경할 경우 애플 내부직원만 오디오 샘플을 청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애플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연단에 선 팀 쿡 대표. (이미지 출처 : 애플)

앞서 지난달 가디언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과 계약을 맺은 외부 업체 사람들이 시리와 나눈 대화, 마약 거래, 의료 개인정보, 성관계 관련 정보까지 듣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애플은 나스닥의 대표 기술주로 불리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새로 뜨는 기술주 MAGA(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최대IT공룡인 애플은 그 어떤 기업 보다도 프라이버시를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애플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19에서도 사용자 위치 데이터, 로그인 기능 등을 새로 선보여 ‘프라이버시 퍼스트’라는 입지를 확고히 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FAANG, MAGA에 이름을 올린 구글도 이달 초 구글 음성 어시스턴트의 녹음 파일을 리뷰하는 작업을 임시 중단한 상태다. 네덜란드에 있는 외주업체 검수인이 1000개 이상의 구글 음성 파일을 독일 뉴스 사이트에 넘긴 이후였다. 미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독일 규제당국도 구글에 ‘음성 어시스턴트에 대한 검수를 3달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어시스턴트)

이처럼 IT플랫폼이 일상이 될수록 프라이버시 이슈는 빈번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정보가 흐르는 구조부터 이에 대한 암호화 기술, 관련 규제까지 프라이버시에 고심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마켓 플랫폼 에어블록의 김희연 사업개발 팀장은 블록인프레스 기고를 통해 “애플이라는 기관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순간 사용자 프라이버시도, 데이터 주권도 더욱 큰 위험에 처한다”며 “사용자가 데이터를 더 자유롭게 흘려보내면서도 그 공개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에서 PGP 창시자 필 짐머만 박사는 “감시 기술이 확산하고 있지만, 암호화 기술은 우리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며 “기술적 대비, 입법 활동, 정치적 위력을 더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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