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갤노트10 공식 출시…’블록체인 월렛’은 미공개?

삼성 갤럭시노트10(이하 갤노트10)이 23일 공식 출시됐다. 지난 2월 출시됐던 갤럭시S10에 이어 이번 신제품에서도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블록체인 월렛’이 탑재된다. 키스토어는 암호화폐 계정 비밀키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소프트웨어다. 이 키스토어와 여러 블록체인 앱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월렛이다. 

하지만 갤노트10을 손 안에 넣었어도 아직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이용할 수는 없다. 키스토어를 통해 신규 계정을 생성하거나 기존의 지갑 계정을 불러들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앱과 연동할 월렛 앱은 갤럭시 앱스토어에서 검색할 수 없다. 다운로드 링크에 접속하게 되면 ‘현재 휴대전화에서 이용할 수 없는 콘텐츠’라는 알림을 받게 된다. 

실제 안내 문구.

결론부터 말하자면 월렛 앱은 보안 업데이트를 한차례 더 거친 후 이용이 가능하다. 

이날 기자가 삼성 매장에서 만난 갤럭시컨설턴트는 기술팀에 연락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해줬다. 이 컨설턴트는 “월렛은 외부 코인들과 합작하는 앱이기 때문에 보안 버전이 나온 이후에 업데이트 작업에 들어간다”며 “최근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이용자들이 늘어 아마 일주일쯤 뒤에 업데이트가 진행될 것 같다”고 답했다. 올 초 갤럭시S10 출시 당시에도 월렛 앱은 바로 상용화하지 않았다.

기자 역시 사전예약을 통해 지난 19일 갤노트10을 받아들었지만, 이 같은 사실은 4일 만에 들을 수 있었다. 첫 개통을 도와준 서비스센터는 물론 직접 찾아간 다른 센터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하지 않았다. 삼성멤버스 앱을 통해 문의했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더리움뿐 아니라 비트코인, 클레이튼도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서 지원된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예약해둔 갤노트10을 받는 날, 판매 직원은 위와 같은 내용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블록체인’이란 단어에 당황했다. “블..블록체인이요?”  블록체인 키스토어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눈치였다. 결국 그는 황급히 다른 직원을 불렀다. 체험 프로모션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왔다. 그 직원은 “’갤럭시 스토어’에서 검색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설명 역시 절반만 맞았다. 앱스토어 검색창에 ‘블록체인’, ‘키스토어’, ‘지갑’ 등을 입력했지만 다른 앱만 검색됐다. 추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기자는 올 초 게시된 갤럭시S10 리뷰를 따라서 1시간 만에 블록체인 키스토어 메뉴에 다다랐다.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설정에 들어가 생체 인식 및 보안 메뉴를 통해 만들 수 있었다. 기자는 새 블록체인 지갑 만들기 버튼을 눌렀다. 삼성에서는 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고, 지갑 복원 문구는 반드시 본인만 알아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일회용비밀번호(OTP)나 휴대폰 인증을 요구하는 2차 인증 방식보다 아주 조금 번거롭다는 점 외에는 큰 차이점이 없었다. 

12개 복원문구를 받은 후 이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마치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보안카드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았다. 이어 스마트폰 화면에서 12개 단어가 떴다. 복원 문구도 따로 옮겨 적었다. 갤럭시는 친절하게 “이다음부터는 비밀번호(pin)나 지문으로 보호된다”고 알려줬다.

인증을 마치니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별도로 다운로드하라’는 안내가 떴다. 키스토어는 말 그대로 키를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영역이라서 전자지갑 앱이 따로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운로드 링크를 누르자마자 갤노트10은 “현재 휴대전화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콘텐츠입니다”라는 안내문구를 보여줬다. 

문제가 지속된다면 ‘문의하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라는 친절한 안내가 꼬리를 물었다. 문의내용을 작성해 제출하니 2일 뒤 “정식 출시 이후에 확인해주실 것을 양해바란다”는 내용의 답변이 왔다. 

정식 출시일 전후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여러 차례 초기화해봤지만, 여전히 별다른 안내가 뒤따르지 않았다.

결국 정식 출시일인 이날 오전에 삼성 매장을 방문했다. 여러 담당자를 거친 후에야 “아직은 이용할 수 없다”는 전후 사정을 알게 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갤럭시 컨설턴트는 “왜 안 되지”로 말문을 열었다. 개통 과정에도, 온라인 문의로도, A/S센터 갤노트10 담당자도, 전문 컨설턴트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모습이었다. 기술팀을 통해서야 보안 업데이트를 기다려야 한다는 걸 제대로 고지받았다.

그나마 얻은 체험을 하나 꼽자면 삼성 갤럭시 신규 시리즈에 탑재됐다고 보도했던 앱을 사용할 때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설치해둔 디지털 스마트 지갑 ‘엔진(Enjin)’을 실행하니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등장했다. 엔진 지갑에 신규 가입할 때 삼성 월렛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갤노트10에서 새로 만든 키스토어로 엔진 월렛에서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엔진 앱을 통해 삼성 월렛을 간접적으로 접한 경험은 매끄러웠다. 이 체험이 일반 소비자에게 와닿으려면 △엔진 지갑 앱의 존재를 알고 △갤럭시 시리즈에서 이 앱이 탑재되는 걸 알고 △이 앱의 사용자경험이 나쁘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삼성 월렛이 편하다’는 추천을 받아 갤노트10을 개통했지만, 아직 코인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헤매다가 포기하는 기능에 가까워 보였다.

올 상반기 만난 삼성전자 관계자는 “키스토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두고 삼성전자 내부에서 ‘블록체인이 도대체 뭐냐’는 관심이 쏟아졌다”고 전한 바 있다. 이후 블록체인 TF는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 채원철 전무의 관할로 둥지를 옮겼다. 이더리움을 활용해 토큰이코노미를 시도했던 행보는 탈중앙 신원(DID)으로 바뀌었다. 

아직 내부에서도 교통정리 중인 것으로 읽힌다. 고객서비스(CS)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블록체인 월렛이 크게 중요한게 아닌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간 삼성전자의 블록체인 전략을 좇았던 기자 입장에서 다소 씁쓸함을 떠안는 순간이었다. 갤노트10을 개통하는 과정은 마치 왕관의 무게를 곱씹는 맛이었다.

썸네일 출처 :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