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실리콘밸리] 원룸 월세만 400만원, 실화?…”연봉 7000만원=홈리스”

[블록인프레스 김가현 기자] “실리콘밸리에서는 연봉 7000만원이면 홈리스야”

출장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한 지난달. 도착한 날 현지에 사는 한 지인이 기자에 한말이다. 지인의 말을 듣고 기자는 장난으로 한 말이겠지라며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봉 7000만원이면 한국에서는 고액 연봉에 속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청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연봉은 3519만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자의 연봉이 6607만원이면 상위 10% 안이라고 했다. 연봉 7000만원이 홈리스란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인은 “사실 연봉 1억원을 받아도 실리콘밸리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다”라고 덧붙여 기자를 놀라게 했다. 

지인의 말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에 근무하고 있음에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집값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즈워프 전경

#원룸 월세 #최소400만원 #실화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IT 1세대 기업에서 매니저 직급으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미취학 아동 2명을 포함한 총 네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침실 2개짜리 집에 살고 있는데, 월세가 최소 5000달러(한화 608만원)라고 설명했다. 국비 지원이 되지 않아 고액의 비용이 드는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야하기 때문에 한달 고정비만 최소  7000달러(한화 851만원)라고 전했다.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육아로 인한 고정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인 가구도 매월 나가는 고정비가 상상했던 것보다 컸다. 작은 거실과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진 1베드룸의 최소 월세는 3000달러(한화 365만원). 서울 오피스텔 평균 월세가 54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최소 6~7배나 비싸다.

지난해 7월 말 자료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원룸 평균 월세는 3334달러(한화 406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월세는 기본적인 주거에 드는 최소 비용일 뿐, 샌프란시스코의 물가 또한 만만치 않았다. 미국 내에서도 높은 물가로 악명이 높아 일상 생활에 드는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는게 실리콘밸리 거주자들의 얘기다. 

샌프란시스코의 윗동네와 아랫동네의 분위기는 정말 다르다

#연봉 1억 이하는 ‘저소득층’

그렇다면 이런 비용 부담감을 안고 살아야하는 실리콘밸리의 중산층 기준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가 발표한 소득한계 지표에 따르면 1인 가구를 기준으로 연소득 8만 2200달러(1억 16만원) 미만이면 저소득층으로 분류된다. 

실리콘밸리 4인 가구의 저소득층 한계선은 11만 7500달러이다. 극빈층 기준 연소득 4만 4000달러로 각각 한화 1억 5000만원, 5360만원 가량이다.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지역은 연소득 35만달러(한화 4억 2647만원) 정도 돼야 중산층으로 인정되는 수준이다. 

연봉 1억원 미만이면 저소득층이라니, 우리나라 기준으로 사회 초년생은 대부분 저소득층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연봉 정보 업체 하이어드(Hired)에 등록된 샌프란시스코 등 IT 종사자 평균 연봉은 약 14만 2000달러로 한화 1억 5000여만원 정도이다. 예전 같으면 “실리콘밸리의 평균 연봉은 1억 5000만원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냥 부러움을 담고 바라봤을 텐데 이제는 그 눈빛을 거두게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전경

#탈 실리콘밸리 #넥스트 실리콘밸리는?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현실에 적응하며 지내고 있을까? 답은 ‘No’다. ‘조인트 벤처 실리콘밸리’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에 베이 지역을 떠난 사람들의 숫자는 6만 4300여명이다. 지난해에는 실리콘밸리를 떠난 인구가 유입 인구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 등 유수 기업들이 생겨나고 세계적인 인재들이 몰려오면서 실리콘밸리의 몸값도 함께 너무 커져버렸다”라며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점점 실리콘밸리 외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집값이 싼 교외로 떠나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몇몇 관계자도  실리콘밸리가 아닌 다른 지역에 터를 잡아 원격으로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유명 IT회사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실리콘밸리는 이제 지는 해”라며 “많은 IT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시애틀, 텍사스주의 오스틴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이미 너무 집값을 포함한 몸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넥스트 실리콘밸리가 어느 곳이 될지를 눈여겨 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애틀 아마존 본사

#테크붐이 불러온 집값 대란, 반면교사 삼아야

실리콘밸리의 테크붐이 불러온 살인적인 집값과 물가, 그로 인해 떠나는 인재들…이것이 비단 남의 일일까?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국내 IT와 게임업계 공룡들이 모여있는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는 서울 강남 못지 않게 집값이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판교 일대 아파트값은 3.3㎡당 4000만원으로 치솟으며 강남의 평균 분양가 4350만원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일 수도 있는 실리콘밸리의 현실을 반면교사 삼아 적어도 우리는 똑같은 절차를 밟지 않도록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연봉 7000만원에 홈리스라니, 너무 가혹하지 아니한가

이미지 출처 :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