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결제서비스, 구글-건강보험…빅테크와 은행이 경쟁”

‘IT공룡’, 즉 빅테크 기업은 은행을 꿈꾼다.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페이스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 다른 IT공룡 구글은 꾸준히 보험업을 눈독들이고 있다. 알리바바, 위챗 등 중국 시장을 제패한 이 두 IT기업은 이미 중국 현지 모바일결제 시장의 90% 이상을 양분하고 있다. IT공룡과 은행이 금융서비스를 이끄는 경쟁관계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 간행물에서 여밀림 연구원은 “국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진출을 금융시장 구조를 변화시킬 주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며 “빅테크와의 경쟁이 핀테크와의 경쟁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업계 안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움직임보다 IT테크기술이 금융서비스를 끌어가는 테크핀(Tech-fin)이 더 빠르고 강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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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IT공룡은 송금 및 지급결제, 보험상품, 대출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구글은 IT-헬스케어-보험을 잇는 금융서비스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험기술 공급업체 어플라이드시스템즈 지분을 매입해 건강관리 및 보험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앞서 2015년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 구글 컴페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여 연구원은 “(구글의 과거 행보는) 사업모델 수익성보다 향후 금융상품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3대 IT기업에 속하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BAT)는 자체 인터넷은행, 대출 및 보험 서비스 등으로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2018년 말 기준 중국 내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알리페이 시장점유율은 53.8%, 텐센트는 38.9%를 차지했다. 

여 연구원은 “알리바바는 글로벌 최대 머니마켓펀드(MMF)를 운용하고, 텐센트는 뮤추얼펀드 라이선스를 획득했다”며 “자국내 자산관리 사업까지 확장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인구대비 은행거래 빈도가 낮은 국가에서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확대했다”고 진단했다. 자금 이동 측면에선 은행계좌, 신용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빅테크가 은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IT공룡이 은행에 대한 의존도까지 줄이겠다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계 실사용자 24억 명에게 리브라로 직접 글로벌 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승부수였다. 여 연구원은 “이는 비트코인 관련 뉴스 외에 가상화폐에 접할 길이 없던 일반 소비자가 리브라를 통해 그 개념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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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테크핀 서비스에 은행업과 똑같은 규제 기준을 적용할 순 없다. 지난해 IT공룡의 수익 중 단 11%만 금융서비스에서 비롯됐다. 거대 소셜미디어가 금융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직전이라는 뜻이다. 빅테크와 은행을 비교분석해 규제환경을 마련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대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규제산업이라 분류되는 금융 분야에서 전초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이 2018년부터 시행한 개인정보보호법(GDPR), 프랑스가 지난 1월부터 징수한 디지털세를 예로 들 수 있다. 영국도 내년부터 디지털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여 연구원은 “IT공룡이 포진해 있는 미국은 디지털세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페이스북 리브라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규제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금융시스템 안정성 제고를 위해 건전성, 수익성과 같은 지표는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이용자 정보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위해 빅테크의 재무위험 규모 등을 평가한 다음 적절한 표준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다국적 금융서비스 플랫폼의 국내 진출에 대비해 관련 규제와 국내 산업경쟁력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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