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부터 취준생까지 꽂혔다…’헥슬란트 보고서’가 특별한 3가지 이유

올해 블록체인은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국내외 공룡기업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는 기술이 됐다. 이 흐름은 IT 기술에 정통한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내 자리’를 찾아 헤매는 취준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같은 분야가 급부상하게 되면 새 먹거리는 물론 없던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는 기대 덕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블록체인의 문턱은 높다. 어려운 기술 용어를 보면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뜻하는 “문송합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새 비즈니스 기회를 짚어주는 정보는 많지 않다. 이 기술이 중요한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배워야 할지 감이 안온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블록체인 스타트업 헥슬란트의 리서치 보고서는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지난달 30일 블록인프레스는 강남 헥슬란트 사무실에서 헥슬란트 리서치센터 최지혜 팀장, 한명욱 연구원을 만났다. 그들은 헥슬란트가 ‘세상에 없던 블록체인 자료를 만들어주는 곳’으로 회자된다고 강조했다. 

헥슬란트 리서치 보고서가 내부 개발진, 액셀러레이팅 팀들로부터 얻은 양질의 정보를 바탕으로 하되 블록체인을 낯설어하는 취준생 친구에게도 참고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리서치센터가 출범한 계기, 블록체인, 암호화폐에서 사업이나 취업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이 센터에 주목해야 할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헥슬란트는 2018년 1월 설립된 블록체인 전문 기술사로 스마트컨트랙트(자동화 계약 프로그램) 감사, SK플래닛 시럽월렛에 쓰이는 암호화폐 지갑 토큰뱅크 등을 서비스한다. 올해 초 포스코기술투자로부터 4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헥슬란트 리서치센터 최지혜 팀장(좌)과 한명욱 연구원(우) (이미지 출처 : 헥슬란트)

Q.헥슬란트 리서치 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어떤 계기로 설립됐나요?

최지혜 리서치센터 팀장(이하 최) : 헥슬란트 리서치센터는 인덱스 발간, 토큰뱅크 프로젝트 상장 심사, 액셀러레이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술 리서치를 하기 위해 헥슬란트 개발자분들과 함께 협업하고 있고요.

헥슬란트 리서치센터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시점은 제가 합류한 이후입니다. 저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제약-바이오 관련 리포트를 썼었어요. 아무래도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거나 정보는 전달해 이야기하는 채널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명욱 연구원(이하 한) : 저는 원래 헥슬란트 컨설팅과 액셀러레이팅 작업에 참여해 백서 작성도 돕고,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위클리 리포트 작성자로도 일했어요. 내부적으로 여러 자료를 조사하면서 인사이트가 축적되는데, 이를 저희끼리만 갖고 있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죠. 마침 최 팀장님이 합류하시면서 작년 12월부터 인덱스 발간 등을 시작하게 됐어요. 

Q.블록체인 업계에선 6개월이 억겁의 시간 같아요. 그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데, 그간 리서치센터를 운영한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최 : 아무래도 (새로 시작하는 분야라) 참고문헌이 따로 없고, 자료를 찾아 들어가면 암호학처럼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대목이 등장했어요. 기존 산업과 달리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 플랫폼이 기술적으로 이리저리 설계된 이유까지 고려해 컨설팅하려면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했어요. 헥슬란트 개발자들과 협업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작업이었습니다.

한 : 저희는 일주일간 리포트를 썼다가도 다시 뒤집고 새로 쓰는 경우도 적잖았어요.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감이 임박했더라도 다시 리포트를 쓰는 스타일이어서요. 원래 금융권에선 주니어가 자기 의견을 오픈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블록체인 업계에선 아무래도 주니어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최 : 인덱스를 쓰면서 서로 의견을 많이 교환해요. 계속 공부하다가 깨닫는 게 또 생길 때도 많고요. 이 과정에서 막연히 ‘블록체인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생각이 많이 허물어졌어요. 무에서 유로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더 편리한, 효율적인 방향으로 걸어오다 보니 블록체인이 발전하는 현재 상황이 나타난 것에 가깝다고 느꼈어요.

Q.지금까지 4가지 리포트를 발간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리포트는 무엇이었나요?

한 : 저희가 그간 증권형토큰 공개(STO), 이더리움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 암호화폐 커스터디 시장 진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 적용 사례를 분석했어요. 3개가 비즈니스, 1개가 기술 분석이었죠. 이더리움 하드포크 기술 분석 리포트의 경우 당시 이에 대해 제대로 정리된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자료가 대부분 영어로만 돼 있었고요. 

그래서 이 리포트를 한글로 발간했을 때 반응이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개발자가 아닌 기획자도 읽기 쉽게 썼던 글로 화제도 됐고, 기술 블로그에서도 많이 인용해갔어요. 리서치센터와 헥슬란트 개발자가 함께 쓴 첫 리포트라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해당 리포트는 하드포크의 개념부터 이더리움 하드포크 역사와 코드 면면을 살폈다. (이미지 출처 : 헥슬란트)

최 : 12월에 맨 처음 발간했던 STO 보고서도 당시 많이 읽혔어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발표로 인해 주목받던 개념이었잖아요. 대개 프로젝트 내부 기준이 없어서 자사 암호화폐를 유틸리티 토큰으로 구분할 뿐, 금융상품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았어요. 해당 보고서에서 관련 내용을 거의 다 통합해 정리했죠. 이 덕분에 이름도 많이 알리고, 문의도 상당히 많이 받았습니다.

Q.헥슬란트 보고서는 ‘정석’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아요. 어렵지 않게 설명하시려고 신경 쓰신 것 같아요.

최 : (위와 같은 이유로) 보고서 컨셉도 우리끼리 알아보는 식이 되는 걸 원치 않아요. 기본 개념을 잡고, 독자가 함께 결론으로 다다르도록 여러 전제조건, 배경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한 : 이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저희가 생각하는 쉬운 단어와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적절한 단어가 또 다르잖아요. 이런저런 맥락을 고려하다 보면 리포트 초안을 40장씩 쓸 때도 있어요. 이를 다시 편집하는 과정을 반복하죠.

최 : 그간 선보였던 보고서들도 다른 곳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를 A부터 Z까지 설명하는 콘텐츠였어요. 업계에선 ‘이런 자료가 없었는데 써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백서와 같이 이벤트 중심으로 쓸 수도 있지만, 지속해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거나 좋은 방향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보고서를 쓰고자 합니다.

한 : 제가 금융 관련 학과를 졸업해서 주변에 문과 친구들이 많아요. 다들 개발자가 될 순 없으니 비즈니스 기획, 리서치센터를 지망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얼마나 공부해서 통찰력을 갖춰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친구 중에서도 블록체인 쪽에 관심을 두는 친구에겐 저희 보고서가 바로미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Q.올해 블록체인, 암호화폐가 여러 분야와 연결되는 듯합니다. 타 분야와 협업할 계획이신가요?

최 : 아직 기존 증권리서치 영역에선 ‘블록체인은 시기상조’라거나 ‘비트코인도 결국 여의도에 통합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세요. 독립된 한 주체라기보단 투자자산 중 하나로 들어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라요. 언젠가 이 기술이 여러 산업에 적용되고, 이들을 개선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기존 증권리포트는 대개 경제 분야, 퀀트, 자동차, 유통 등 내가 담당한 분야에서 시총이 큰 소수 기업만 살피는 식이지만, 6월에 발간한 비즈니스 모델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는) 게임, 금융, 의료, 콘텐츠, 원자재 등의 섹터를 모두 훑어봤어요. (실제로 협업하는) 헥슬란트 파트너사를 위주로 검토하다 보니 블록체인이 적용됐을 때의 그림이 정말 다양하게 그려지더라고요.

비즈니스모델 리포트 중 게임 서비스 플랫폼에서 소위 토큰이코노미가 적용될 수 있는 구상도가 제시됐다. (이미지 출처 : 헥슬란트)

한 : 블록체인은 하나의 산업이라고만 볼 순 없어요. 광고시장이든 데이터 관리든 여러 산업과 연결되는 느낌이에요. 한 산업을 조사하면서 여러 영역을 봐야 하는 게 쉽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파악하니 도움이 됩니다.  대개 산업을 구분 짓는 게 당연했지만, 원래 IT는 무엇이든 연결하게 되는 기술이잖아요.

최 : 최근 기업 견학을 온 학생들에게도 비슷하게 말했어요. 블록체인은 산업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중에 어느 산업이든 이 기술을 적절하게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요. 이렇게 성장하는 분야에서 2~3년이 지난 후에는 어느 산업이든, 어느 기업이든 여러분을 위한 책상 자리 하나쯤 골라 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Q.액셀러레이팅 파트너사를 통해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하셨다는 점도 인상 깊은 것 같습니다.

한 : 액셀러레이팅을 기반으로 한 인사이트가 리서치가 되고, 이 리서치가 다시 액셀러레이팅 팀에 인사이트를 주는 선순환 구조 같습니다. 단순히 인터넷에 있는 정보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최 : 아무래도 리서치센터가 액셀러레이팅도 하다 보니 근거 없이 내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PM(프로덕트 매니저)의 입장, 의사결정 과정 등을 알고 얘기하는 효과가 있어요. 애초에 리서치센터 리포트 카테고리가 임의로 나눈 게 아니라 액셀러레이팅한 팀에 따라 조사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예컨대 STO 팀 액셀러레이팅을 했을 때 프로젝트팀을 위한 거버넌스, 정책을 만들다 보니 리서치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가장 적합한 것을 도출해드리고, 적용 과정에서 피드백이 오가죠. ‘프로젝트 입장에선 이것보다 저것에 더 중점을 두는구나’ 깨닫기도 합니다. 이게 산업리포트에 반영됩니다.

Q.헥슬란트 리서치센터의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최 : 저희가 그간 교과서와 비슷한 보고서를 많이 출간했어요. 다음번에는 리서치센터의 의견을 드러내는 게 미션이에요. 그래서 다른 의견이 등장한다면 또 대화하는 형태로 새 보고서를 발간하는 방향이 어떨까 해요. 

한 : 저희가 낸 리포트가 안줏거리처럼 ‘왜 이렇게 썼느냐’는 말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색깔을 살리되 너무 미래지향적인 글보단 현재 근거에 따라 진단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예컨대 지금 술을 많이 마시면 여러 기작을 통해 지방간이 생긴다는 식으로요. 앞으로는 전망을 좀 더 강조해볼까 합니다.

최 : 세부 카테고리도 확장하려고 해요. 기업 소개 리포트도 냈었고, 지금은 산업 리포트 위주에요. 나중에는 내부에서 감사용으로 쓰는 기업 평가 기준을 활용해 관련 보고서를 내거나 시황 리포트를 내는 등 더 다양한 주제로 자주 인사드릴 수 있어요. 블록체인을 잘 모르더라도 리브라, ‘탈중앙 금융(DeFi)’ 등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고 먼저 제안해주시는 분을 찾아 채용할 계획도 있습니다.

썸네일 출처 : 헥슬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