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동상이몽’…미국-중국-유럽 패권다툼 속 한국은?

국제 정세는 흰 돌, 검은 돌이 없는 ‘수 싸움’이다. 바둑은 내 돌로 하는 싸움이지만, 현실에선 색깔 구분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을 수집해 둔다는 의미다.  오로지 결과를 통해 지금 둔 바둑수가 묘수였는지, 악수였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각국은 자국에 도움이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최대한 돌을 끌어와 판을 만들어간다.

지난달 26일 블록인프레스와 만난 <비트코인 제국주의> 한중섭 저자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국제 정세에 쓰일 ‘노란 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둑알을 상징하는 희고 검은 돌은 아니지만, 이 돌을 갖기 위해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저서에서 한 저자는 “인터넷 혁명 이후 약 20년 만에 찾아온 비트코인, 블록체인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숨을 고르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하려 들 것이고, 우리는 그들이 설계한 질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 목차에는 ‘프랑켄슈타인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비트코인이 2008년 금융위기의 반작용으로 탄생했더라도 이젠 프랑켄슈타인처럼 그 창조주가 제어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내용이다. 저자로부터 책을 집필한 이유, 비트코인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강화,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드는 대기업의 속내와 ‘디지털 식민지’라는 암울한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비트코인 제국주의>라는 제목으로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로 미국 월가, 실리콘밸리의 생각을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티 내거나 자랑하지 않고 용의주도하게 일을 진행하죠. 이를 나타내는 신호에 대해 얘기하면 국내 업계는 커뮤니티 속 얘기만 하고, 기존 금융권은 ‘사기’라고만 봅니다. 그래도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백서가 공개되면서 기존 금융권을 포함한 제도권, 경제학에서도 공부하기 시작했지만요.

그저 페이스북은 대놓고 일을 진행할 뿐입니다. 애플, 골드만삭스, 스타벅스 같은 기업이 ‘티 내지 않는 기업’입니다. 구글, 아마존도 분명 블록체인, 암호화폐 쪽을 들여다보면서도 티 내지 않는달까요. 이들의 행보를 말해주는 신호가 보이는데도 공론화하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지난해 1월 JTBC에서 진행된 ‘암호화폐 토론회’에서 “비트코인이 현실적으로 사기”라고 말했던 유시민 작가. (이미지 출처 : JTBC)

Q.지난달 해외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발언이 유독 잦았어요. 일각에선 ‘비트코인도 끝났다’고 평가하는데, 이 책에서는 시각이 달랐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비트코인은 결제에 쓰이지 않고, 금과 유사하지만 좀 더 투기에 가까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발언이에요.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도 ‘달러가 최고’라면서 비트코인을 언급했죠. 금융 최고급 엘리트, 미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언급할 정도로 주류가 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 업계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 지인들은 (이 상황을 두고) ‘미국 규제가 심해져서 비트코인이 다 죽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비트코인의 생존기를 모르는 이들의  의견이에요. 만약 (비트코인을) 죽이고 싶었으면 이미 죽였을 겁니다. 그간 못 죽인 것에 가깝다고 보여져요. 미국 엘리트들은 ‘죽지 않는다면,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이 흐름을 주도하자’고 방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되고요.

트럼프 대통령 트윗을 포함해 (이 흐름은) 미국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지도했다고 짐작합니다. 그는 월가 출신이에요. 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트윗을 보면 ‘비트코인이 돈이 아니다’며 이어 ‘규제되지 않은 암호자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적법한 규제자산으로 만들어 세금을 걷겠다는 메시지에 가까워요. 리브라가 은행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특징적입니다.

Q.특히 인터넷의 역사에 빗대 비트코인이 ‘제국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죠. 이 예측은 디스토피아에 가까웠습니다.

인터넷도 처음에는 60년대 군사 네트워크로 시작했습니다. 70~80년대 분위기는 지금 블록체인 커뮤니티와 유사했어요. 반권위적, 무정부주의적 성향의 사람들이나 순수한 열정을 가진 기술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분산화한 조직으로 출발했습니다.

90년대부터 미국 인터넷 사업자 넷스케이프가 대박 나면서 돈을 벌려는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이후 규제 이슈가 들어왔고, 중앙화한 소수 기관에 인터넷 환경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변했습니다. 중국은 (내수 보호를 명목으로) 이를 막았지만, 미국은 이 상황 변화를 완전히 이용했습니다.

지난 30일 암호화폐 규제 청문회를 연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모습. (이미지 출처 : 미 상원 은행위 홈페이지)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 분야도 이 과정이 똑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2단계를 넘어가면 기술은 더는 중립적이지 않게 됩니다. ‘제국’의 성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죠. 현재 ‘디지털 제국주의 2.0’의 초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회사가 준비 중인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백트(Bakkt)를 논의하는 자리에 기관투자자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관계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곳에 초청하려면 사전 조율이 돼야 하잖아요. 이미 이야기가 오가고 있고, 비트코인을 금지하지 못한다는 계산기를 두드렸다는 뜻입니다. 최근 뉴욕주에서 ‘소유주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암호자산을 뉴욕주에 귀속하는 법안을 검토한다’고 알려진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비트코인을 죽일 것이었다면 왜 관련 인프라를 깔고, 왜 관계자와 얘기하겠어요. 

물론 비트코인이 완전 미국만의 것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금이 미국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죠. 다만, 미국은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황을 가져갈 것 같다는 의미라고 할까요. 예컨대 캐나다 퀘벡에서 비트코인 채굴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식입니다. 미국은 이래저래 주도권을 중국으로부터 뺏어오고 싶어 한다는 시그널을 보입니다.

Q.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를 언급하신 부분은 논쟁적이라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지금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한다고 말하면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분명 발전 단계를 거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돈의 형태는 역사적으로 변해왔잖아요. 후추가 ‘검은 금’이기도 했고, 금본위제나 은본위제가 있던 시절도 존재합니다.

비트코인이 전반기에는 투기성 금융자산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고요. 그러다가 후반기에 화폐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 이어질지 지켜보는 겁니다.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점차 성숙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줄어드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금본위제가 폐지됐을 당시 그 가치가 10배 넘게 오르기도 했던 걸 고려해봐요. 비트코인 변동성이 줄어들고 디지털 화폐의 기축 통화가 된다면 (역으로) 비트코인 본위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1리브라가 비트코인으로 얼마다, 이런 국제 가치 척도로 쓰이지 않을까 합니다.

‘대체’ 시나리오는 맨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기업이나 은행이 당연히 비트코인을 다루고, 이 시절부터 학습해온 사람들은 당연히 디지털 금을 쓴다고 여길 수 있어요. 과도기에는 그 개념이 혼잡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비트코인이 교과서에도 등장할 정도라면 ‘디지털 금이 있는데, 왜 금을 쓰냐’고 물어보는 세대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달 한국 금융위는 동향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여타 암호화폐와 리브라를 비교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금융위)

Q.책에선 스타벅스가 백트의 파트너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페이스북 리브라를 포함해 이 기업들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까요?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중국 유명 소셜미디어 위챗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현재 위챗은 결제 뿐 아니라 내 월급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해 수익을 내는 금융 플랫폼으로 쓰입니다. 페이스북 입장에선 젊은 유저층이 떠나는 상황에 새 모멘텀이 필요하고, 광고만으로 수익 모델을 가져가기엔 취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죠. 트위터, 스냅챗 등 대안이 갈수록 더 많아지니 페이스북 입장에선 (디지털화폐 분야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스타벅스도 분명 (디지털 금융 쪽에서) 은행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하는 모양새입니다. 리브라를 벤치마킹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봄 직합니다. 백트에 투자해 파트너십으로 들어간 것도 단순히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기 위함이라기보단 최전선에서 이 분야의 정보를 들을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았던 셈입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 실물자산, 타 암호화폐 등을 담보자산으로 삼아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보증하는 암호화폐.

구글이 지난 4월에 시작한 ‘구글플레이 포인트 제도’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디지털 금융에 관한) 테스트에 임하는 게 아닐까 해요. 타 기업들은 페이스북이 먼저 이 길을 가는 걸 지켜보며 준비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Q.꼭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이 아니라도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지갑(키스토어), 마이크로소프트는 탈중앙 신원인증(DID) 플랫폼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업계는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국경을 초월하는 글로벌 시장이에요. 인프라가 있는 삼성전자나 동남아 시장을 보유해 글로벌 유저가 있는 메신저 라인 같은 기업이 유망한 플레이어라고 봅니다.

다만, 앱스토어가 되려는 삼성전자의 니즈보단 디지털 은행이 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구글 안드로이드에 자리를 내줬던 과거 경험이 있으니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중심으로 확장하는) 로직이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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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선 현재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가 크롬에 밀린 상태였습니다. 구글뿐 아니라 페이스북도 사용자가 자기 계정으로 다른 사이트에 본인인증을 할 때 소셜로그인을 제공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Bing으로 (타 매체에) 가입해 자체 검색엔진 비중이 늘어나길 바라겠죠.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선 이 시장을 뺏고 싶어 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DID에 대한 그림은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가상현실 속 토큰이코노미라는 관점에서 가상현실 소셜미디어나 게임에도 접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쿼럼(Quorum)을 활용해 JPM코인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 플랫폼 로열티 포인트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Q.결국 IT대기업들이 소위 ‘디지털 경제’로 진출한다는 건데, 소비자나 기존 금융권 입장에선 어떤 변화를 겪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도 모두 알고 있어요. 앞으로 자동화가 가속해 일자리가 많이 사라진다면 카페에서 알바하는 것보다 게임 속에서 경제적으로 효능을 누리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걸 말이죠. (그러니) 금융 플랫폼이 되고픈 겁니다. 금융이 규제산업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합니다. 하지만 이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규제로 일시적으로 막을 순 있겠지만요. 

리브라 소개 영상을 보면 유색인종이 많이 등장합니다. (디지털 금융이) 금융 인프라가 열악한 곳부터 혜택을 주며 퍼진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도 분명 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나중에는 안 할 수 없는 흐름이 된다는 관측입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현지 예금이나 현금을 대체할 수 있다고 언질을 줬죠. 예를 들어 기존의 현금 자동충전보다 스타벅스 코인이 할인 등 혜택을 더 준다면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고객 입장에선 (스타벅스 코인을 쓰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개인 입장에선 본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많아질 테니 (디지털화폐를 포함한 핀테크 변화가) 기능적으로 더 편리해지는 것으로 느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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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객의 주거래 은행 입장에선 파이(비중)를 뺏기는 방향인 셈이에요.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권에 끼치는 영향력이죠. 마치 소셜미디어가 미디어에 미친 영향과 같아요. 원래 독자들은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기사 등의 미디어를 접했지만, 어느새 소셜미디어의 하청기업처럼 됐어요. 전통 금융기업 입장에선 디지털 플랫폼의 하청기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은행은 더 줄어들 테고요. 카풀서비스 타다와 택시의 갈등처럼 금융권 일자리가 많아 없어질 테니 국가적으로도 진통이 예상됩니다. 

Q.유럽연합(EU)이 특히 디지털 규제에 발 빠른데, EU가 미-중 사이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뜨긴 어려울까요?

(EU 입장에선) 디지털 관련 세금과 개인정보보호법(GDPR) 규제를 만들어 최대한 테크 대기업을 귀찮게 하고 있어요. 데이터가 21세기 원유라면 향후에는 이를 사고파는 흐름이 생길 테고, (프랑스가 주도하는) 디지털세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하나의 무형자산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나중에는 데이터 자체에 세금이 붙지 않을까 짐작해요.

미국 입장에선 리브라든 소위 ‘구글코인’이든 진척시키려면 유럽의 동의도 필요해서 입장이 애매할 수 있습니다. 분명 기브앤테이크가 뒤따라야 할 겁니다. 중국이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다 할 순 없다고 미국이 유럽을 설득하는 식도 가능하겠네요. 미국은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이해관계자가 많으니 서로 윈윈하는 상황으로 설득해야 해서 시일이 더 걸릴 테고, 중국은 공산당 주도로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가 더 빨리 나올 것이라 봅니다. 중국에 패권이 확 넘어가도록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요. 

일반 CBDC와 도매용 CBDC에서 중앙은행이 기대하는 효과. (image : BIS)

다만 미국이 깔아놓은 판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적지않습니다. 프랑스만의 검색엔진, 프랑스만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회사를 떠올리지 못하잖아요. 한 국가가 글로벌 기업을 육성해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머지 국가에 선택지는 두 가지 남습니다. 미국의 편에 서서 디지털 제국의 식민지가 되느냐, 아니면 중국처럼 용감하게 맞서 싸우고 보복을 감당하느냐입니다. 

저도 이 상황 자체를 지지하진 않아요. 탈중앙화에 대한 니즈를 좋게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미뤄볼 때 유토피아가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국내 정치에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는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이렇게) 국가는 ‘블록체인 식민지’가 되는 겁니다.

Q.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디지털벤처스 제프 슈마허 설립자가 “비트코인은 0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근데 이 벤처캐피털은 백트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 비트코인에 배팅을 걸고 있지만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과거 ‘비트코인은 너무 투기성이라 본인이라면 숏(매도)치겠다’고 말한 적 있어요. JP모건은 비트코인이 사기라면서도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고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올해 3~4월에 CBDC는 발행 가치가 없다고 해놓고선 최근 들어 ‘더 빨리 출현할 수 있다’고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상충하는 현상은 계속 이어질 듯해요. 여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맥락이 뒤에 숨겨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예컨대 미 규제 당국이 리브라의 담보자산에 대한 목줄을 잡을 수 있다면 통제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리브라가 확산되는 게 달러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말은 이 스토리를 잘 모르는 댓글이라는 뜻이에요. 

한국의 스타트업, 대기업, 정부 관계자가 온 힘을 다 합쳐도 어려울 이 흐름에 국내에선 비트코인이 마냥 사기라고만 치부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연합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신호가 여럿 발생하지만요. 가격 전망, 인플루언서의 트위터 등 소음이 너무 많아서 신호가 묻히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분명 여러 국가가 물밑작업 등을 통해 용의주도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 우린 너무 액면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썸네일 출처 : 북저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