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방산비리’ 막는다…신뢰성 한계 문제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방위사업 지원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방위력 개선 사업 입찰-평가-결과까지의 전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업무협약을 통해 적용대상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29일 방사청은 “아비도스, 블록체인기술연구소를 사업자로 선정해 지난 4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올해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업으로 방사청은 방위력 개선사업에 대한 제안서 접수부터 평가 결과까지 여러 이력을 블록체인 기술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방산 정책자금 신청 및 집행, 군용 총포화약류 운반 신고 및 허가 등의 관리에도 신뢰성을 더하겠다는 설명이다. 군수물품 인증과 납품을 위한 검사 및 납품 조서 관리, 방산 물자 수출입 승인, 기술 판정 등 신규 업무에도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전망이다.

방사청 김태곤 기획조정관은 “방위사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신기술이 실용적이고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협약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확대 방안을 지속 발굴, 방위사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방산비리 유형. (이미지 출처 : 국민대학교)

이처럼 이력 관리는 방산비리를 줄이기 위한 활로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 비리 실태와 원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방위사업 혁신계획에서 시험성적서 위변조 등 악성 비리 행위가 발각되면 1.5배 가중처벌에 처하고,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이력 조회 및 관리 장치를 마련해 군과 방위산업체 간의 유착을 방지하겠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 A씨는 “투명하지 않은 평가 체계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최소한의 니즈는 채워질 것”이라며 “자금 신청 및 집행 면에서 블록체인에 기록해 자금 흐름을 유의미하게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다만 일각에선 방사청의 블록체인 시범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이력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효할 수 있지만, ‘오라클 문제’가 불거지는 등 블록체인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라클의 이론적 구조. (이미지 출처 : 체인링크)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주체인 오라클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가져오지 않을 경우 블록체인이 데이터 신뢰도를 보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라클이 거짓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더라도 블록체인은 그 기록을 보존할 뿐, 그 기록의 사실 여부 자체를 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이력을 기록하기 전) 뒤에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후 온체인에 적당한 거래 기록만 남길 경우 기존 방산비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며 “예컨대 농산물 관리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때도 결국 산지 표시 위조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자산이 아닌 오프라인 제품에 대해선 블록체인만으로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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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방산비리’는 이력 관리 전후 과정을 포괄한다. 논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방사청이 국방 무기체계를 구축할 때 국외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방위사업 비리), 국내에서 개발하는 무기체계 연구 개발, 생산 및 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방위산업 비리), 방사청을 비롯한 모든 군부대가 전력운영유지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장비, 물품구매, 용역계약 등의 군납비리를 통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A씨는 “블록체인에 기록될 평가 내역은 방사청 담당자가 입력할 것이니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회계흐름상 실제 자금이 잘못 사용되는지 여부는 정책자금을 받은 기관, 단체, 기업의 내부 회계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고 짚었다.

허가형(프라이빗)체계를 기반으로 둔다면 굳이 블록체인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A씨는 “이미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구축해 쓰고 있을 텐데,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따로 유지하는 행정절차, 리소스 부담이 들어 실제 도입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썸네일 출처 :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