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트코인 14불에 팔던 개발자, 글로벌 톱3 채굴조합 수장으로…다음 행보는?

중국의 평범한 프로그래머였던 왕춘(Wang Chun) 씨는 2011년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접했다. 2009년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가동된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자신이 2019년 전 세계 3위권에 드는 비트코인 채굴조합(마이닝풀) F2Pool의 공동설립자이자 글로벌 *스테이킹 회사 스테이크피쉬(stake.fish)의 수장이 될 줄 몰랐다. 

*스테이킹(Staking) : 고유 암호화폐를 담보로 네트워크 내 거래내역 검증에 나서는 지분증명(PoS) 작업을 일컫는다. 컴퓨터 자원으로 연산작업을 수행해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는 연산작업증명(PoW), 일명 ‘채굴’과 비교된다. 담보자산이 많을수록 분기마다 새 블록(거래내역 처리 단위)을 검증한 것에 대한 보상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지난 22일 서울 선릉 스파크플러스에서 만난 왕 공동설립자는 “약 3년 전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이더리움 팀의 말을 듣고 스테이킹이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초창기 채굴 시장에 도전해 버텨낸 것처럼 스테이킹 시장도 초기부터 잠재력을 시험하겠다는 관점이다. 왕 설립자는 이 가능성을 발 빠르게 파악해 ‘총성 없는 네트워크 전쟁’을 헤쳐가고 있다. 

Q.중국에서 비트코인 마이닝풀을 시작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분야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 스스로를 프로그래머나 ‘코더’(coder)라고 규정합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돈을 벌어보려 기회를 모색하다가 2011년 인터넷에서 누군가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봤어요. 물론 그때는 금융이나 경제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비트코인이 5달러에서 일주일 만에 7달러가 되는 것을 보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죠. 그래서 당시 신용카드와 페이팔로 비트코인을 샀어요. 이날 밤에 바로 채굴도 시작했고요. 

아무래도 채굴 전력(파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 지역 마켓에 갔어요. 그래픽처리장치(GPU)만 새 것으로 사고 나머지 부품은 모두 중고로 구성했어요. 여기에 쓸 자금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거든요. 이미 많은 사람이 채굴을 하고 있어서 최적의 GPU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제 입장에선 두 달 안에 투자한 만큼 결과물이 나왔으면 했죠. 안타깝게도 비트코인 가격은 31달러에서 천천히 내려가 2달러까지 떨어졌어요. 수지타산을 맞추는 데 2년 가까이 걸렸어요. 전기세도 내기 어려웠죠. 2012~2014년 비트코인 7700개를 채굴해 이중 70%가량은 전기세를 내기 위해 약 14달러에 팔았어요. 더군다나 2013년도에는 주문형 반도체(ASIC, 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가 등장해 GPU 채굴을 대체하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으니 마이닝을 접을 수밖에 없었죠. 그때 아예 마이닝풀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왕 공동창립자가 운영하는 채굴조합 웹사이트 화면. (이미지 출처 : F2Pool)

Q.마이닝풀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또 다른 네트워크 운영방식인 스테이킹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채굴이든 스테이킹이든 (네트워크 내에서) 블록을 생성한다는 맥락에선 동일한 작업이라고 봅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보안’이 우리가 맡은 일입니다. 채굴을 수년간 해온 입장에선 PoS에서 스테이킹도 우리가 할 일이랄까요. 

2016년 말 부테린과 이더리움 재단이 캐스퍼 등을 연구하면서 제게 ‘스테이킹조합(풀)도 공부해보라’고 귀띔해줬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몇 달 후 이 대화를 회상하면서 ‘스테이킹이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채굴자 입장에선 하드웨어를 사고 선을 연결하는 순간부터 이 설비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아요. 반면 PoS는 토큰을 보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력 문제나 마이닝풀 구축 등을 덜 고민해도 되고, 환경친화적이기도 합니다. 

물론 두 방식은 저마다 장점과 이슈를 품고 있지, PoS가 PoW를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게다가 PoS는 서로 천차만별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PoW를 활용한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나카모토 컨센서스를 따르지만 이오스, 코스모스, 마스터코인 등 여러 PoS 블록체인은 똑같은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전혀 다릅니다. 언젠가 여러 방식이 하나의 플랫폼에 공존하는 것도 보게 될 겁니다.

*나카모토 컨센서스(Nakamoto Consensus) : 작업증명, 비트코인 채굴 보상, 정해진 공급량, 디플레이션 모델 등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로부터 시작된 합의 원칙을 말한다.

Q.마이닝풀로 시작해 스테이킹 회사까지 설립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스테이킹 분야에선 슬래싱(slashing)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검증인이 오프라인 상태로 블록 생성을 놓칠 경우 검증인 노드가 슬래싱을 받습니다. 담보자산의 40% 가까운 양을 PoS 정책에 따라 네트워크가 가져갑니다. 테조스 등의 블록체인은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코스모스의 경우 오프라인에 대한 벌칙(punishment)을 받습니다. 만약 두 검증인이 거래내역을 상호배반적으로 검증해 서명(signing)해도 비슷하게 난처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즉, 인프라가 늘 100% 온라인 상태인지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 PoW도 똑같아요. 비트코인 블록 하나가 1만4000달러쯤 가치를 띈다고 계산해볼 때, 초당 블록 생성의 가치는 20달러예요. 만약 마이닝풀 시스템이 순간 동작하지 않으면 (최근 비트코인 가격을 1만 달러 선으로 놓고 볼 때) 매초 20달러씩 잃는 셈이에요. 시간이 곧 돈이에요.

마이닝풀은 전통적인 웹사이트와 확연히 달라요.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는 유저에게 미리 ‘점검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공지한 후 밤에 보수작업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이닝풀은 유저가 아닌 기계를 상대합니다. 기계는 잠드는 법이 없어요. 항상 온라인에 연결돼 있도록 관리해야 해요. 

Q.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비트코인2019’에서 “마이닝풀은 탈중앙화하고 있다”고 했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더 많은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네트워크 연산 난이도도 최고치를 기록했고) ‘산업형’ 마이닝이 되고 있다는 의미였어요. 최근 생태계에선 이전에는 없었던 수많은 마이닝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더 많은 경쟁자를 수용할 공간이 생겼어요. 

반면 비트코인에는 한계가 존재하고요. 매일 144개 블록만 생성돼요. 마이닝풀이 무한정 들어올 순 없어요. 마이닝풀 입장에선 수익 차원에서라도 매일 블록을 생성하는 주체가 돼야 하니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마이닝풀 중앙화 이슈는 채굴기 하드웨어 제조사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봅니다. 

Q.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국은 한 인간이 아니라 (국가이기 때문에) 규제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저도 ‘중국 내에서 마이닝이 금지된다’는 등의 외신을 봤지만, 채굴자들은 여전히 제 할 일을 잘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규제 이슈를) 그다지 좇지 않아요. 그보단 경제적 유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종종 경찰이 중국 내 채굴조합에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채굴자가 하드웨어를 도둑맞는 등의 이슈 때문이고요. 경찰이 현장을 살피면서 ‘채굴자가 어디 출신인지’, ‘하드웨어 상태가 어떤지’ 등을 묻습니다. 도리어 크립토자산, 마이닝풀 등이 법의 보호를 받는 것에 가깝습니다. 도둑이나 신원 문제가 있어서 검거가 이뤄지는 걸 문제라고 볼 순 없잖아요. 누가 저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양면을 모두 생각하면서 상황을 바라봐야 합니다.

애초에 (마이닝풀이) 한 국가에만 기반을 두려고 하지도 않고요. 위치 측면에서도 탈중앙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한계 때문에 지구를 벗어날 순 없으니 이 안에서 중립적이고자 하는 겁니다. 채굴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정성, 신뢰성, 그리고 전력 비용 등을 포함한 경제성입니다. 고객들은 자신이 투입한 자산이 다음날 없어지는 사태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정치적 이슈든 경제적 유인이든 이 맥락에서 중요할 따름입니다.

Q.비트코인 하드포크(체인 분리)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올해도 큰 이슈가 있을까요.

이제 비트코인 하드포크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그간 비트코인 하드포크는 거의 실패에 가까웠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소프트포크(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라면 모를까, 하드포크는 떠올릴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으로 남을 겁니다.

솔직히 누가 비트코인 자체를 힘으로 휘두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년쯤 전에도 블록 사이즈를 키우는 문제가 거론됐지만, 비트코인 블록 사이즈는 커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비트코인에 대해 목청을 높이면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 중에도 코드에 기여하는 이들이 있지만, 애당초 그 뒤에는 조용히 비트코인 코드에 더 많이 기여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기술 전문가가 아니면서 정치에 더 관심을 두는 이들이 적잖은 것뿐입니다.

Q.F2Pool과 스테이크피쉬의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종종 비트코인 신봉자들이 보입니다. 혹은 이더리움이 최고라는 사람도 있고요. 초창기에 비트코인 추종자를 자처하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많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종교도 믿지 않습니다. 우린 처음 마이닝풀을 열 때 비트코인으로 시작해 당시 유명했던 코인들도 받아들였습니다. 유저에게 최대한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보통 일은 아니었습니다. 마이닝풀이 새 코인을 리스트에 넣는 일은 코인거래소의 상장보다 더 많은 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이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수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우린 글로벌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PoW와 PoS를 포괄하는 하나의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올해 이 서비스를 공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