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 환자가 가져가세요”…서울대병원 뛰어든 ‘마이데이터’는

마이데이터는 최근 금융, 비금융 분야를 막론하고 화제의 중심에 있다. 데이터 흐름의 중심을 개인에게 두고, 사용자를 필두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움직임이다. 사용자는 자기 데이터를 소유함과 동시에 이를 제공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서울대병원도 헬스케어 블록체인 프로젝트 메디블록, 차의과학대학교, 삼성화재,  웨어러블 업체 웰트와 함께 의료 분야 컨소시엄으로 마이데이터 데뷔 무대에 섰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연 ‘정보 주체 중심의 데이터 활용사업(마이데이터 사업)’에서다. 

이 컨소시엄은 ▲의료기관-스마트폰-블록체인 삼자 간 연동되는 의료기관용 외부 인터페이스 서버 개발 ▲건강검진 데이터 및 라이프 로그 데이터 관리·활용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웰트 등 제3의 앱과의 연동 모듈 개발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11월까지 약 10억 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아 위변조 걱정 없이 블록체인으로 의료정보를 확인하는 등 헬스케어 IT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도 여전하다. ‘병원이 환자 데이터를 파는 것이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데이터가 흐르는 방식을 뒤집을 때 산업의 폭발력만큼 그 부작용도 충분히 의논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3년까지 진행하는 ‘데이터 인공지능(AI) 경제 활성화 계획’의 큰 물줄기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해소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서울대 김희찬 의공학과 교수와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는 “마이데이터라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개인 의료정보 데이터에 관한 문제가 적다”며 “(개인이 의료 및 임상데이터를 내려받아 자발적으로 이를 공유하는) 미국 정부의 의료 캠페인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시범 사업을 통해 데이터 주권을 환자 개인에게 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헬스케어와 IT기술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정부부처 간 협업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좌)와 서울대병원 김희찬 교수(우)

Q.서울대병원과 메디블록이 함께 ‘마이데이터’ 시범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은솔 대표(이하 이): 2017년 말 서울대병원과 처음 만났습니다. 의료계에 어떻게 블록체인을 도입할지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다가 실질적으로 개념증명(PoC) 프로젝트부터 시작하게 됐죠. 올해 사업을 구체화하는 중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지원하게 됐습니다.

김희찬 교수(이하 김) : 의료 정보의 경우 위변조 가능성에 관심이 많아서 블록체인이 이를 해결해주는 기술로서 그 가능성을 시범적으로 다뤄봤습니다. (PoC 프로젝트의 경우) 가상의 데이터를 만들어 블록체인으로 옮긴 후 이를 인위적으로 바꿨을 때 블록체인에서 변조 여부를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죠.

이 : 이 과제 자체도 서울대병원 정책연구 측면에서 재정 지원을 받았습니다. 가상의 병원, 가상의 환자 리스트를 구축한 후 스마트폰 앱으로 환자 데이터를 보내고, 또 (이를) 가상의 분당서울대병원에 보내는 식이었어요. 심전도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데이터를 가상현실에서 환자를 거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이를 받았을 때 스마트폰에서 위변조될 경우 분당서울대병원이 쓸 수 없다는 이슈가 있겠죠. 가상의 데이터를 스마트폰에서 변조해보고 블록체인에서 위변조 여부를 탐지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올해 마이데이터 산업의 기본 뼈대가 됐어요.

Q.마이데이터와 헬스케어가 접목되는 추세인가요, 국내외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 :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의료정보가 다양해지고, 한 병원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 다른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이를 다룹니다.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산업이 진화하는 변화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이슈로 이런 변화가 쉽진 않습니다. 일단 단 하나라도 건강 관련 개인정보가 노출될 시 그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또 한국 병원이 산업으로 연결되는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병원이 공공재로 모든 사람에게 의료 시스템을 주는 분위기이라 영리 목적 활동에 거부감이 듭니다. 세 번째 이슈는 ‘데이터가 위변조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까’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 의료정보 분야는 외국보다 IT기술 도입이 빠르고, 진료 수준이 굉장히 높아 마이데이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기본 콘셉트가 마이데이터라고 봅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첫 영리병원이 들어선 후 이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영상 출처 : SBS CNBC)

이 : 의료계에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주목받는 흐름이죠. 애초에 1980년대부터 개인 건강 기록(Personal health record, PHR)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했어요. 당시에는 종이매체를 통해 내 데이터를 다른 병원에 전달하는 개념이었지만, 회사-연구자-병원-의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것을 시도해도 방법론의 문제가 있었어요.

마치 스마트폰에서 쓰는 사진과 같이 이전에는 클라우드나 자기 서버에 여러 병원에서 끌어온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것으로 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구조였어요. 병원 입장에선 자기 관할의 의료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정부기관에선 (저장공간을 구축한) 기업이 개인정보 이슈를 감당할 수 있을지 관리감독 이슈가 생겨요. 시민단체 입장에선 기업에 대해 ‘의료정보를 마음대로 쓸 것 같다’는 감시대상으로 볼 수밖에 없고요.

김 : 그런 관점에서 마이데이터는 데이터의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데이터를 주인인 개인에게 돌려주면 그 다음에 주권을 가진 개인의 판단 하에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경제적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본인이 리스크를 판단해 동의하고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제삼자에게 제공한다면 동의 절차에서 생기는 사전고지 문제를 ‘본인 판단’으로 인증할 수 있어요. 

의료정보를 경쟁력 있게 활용하기 좋도록 구성할 때 그 장벽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마이데이터가 제공합니다. 의료정보 활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Q.삼성화재 등 보험회사가 컨소시엄에 참여해 화제였습니다.

이 : 마이데이터의 개념은 단순히 사진을 올리는 걸 넘어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어야 해요. 

(예컨대) 간편 보험 청구를 떠올릴 수 있죠. 과거에는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떼 보험사에 팩스를 보내거나 사진을 찍어 청구했잖아요. 마이데이터 사업은 환자의 이런 페인포인트(불편함, pain point)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영수증 정보, 처방전 정보를 환자 스마트폰으로 받은 다음, 전자문서 형태로 보험사에 직접 보낸다면 환자에게도 직접 이득이 있어요.

김 : 보험사도 종이 기반으로 일할 때는 종이에 적힌 정보를 또다시 누군가 입력해야 했는데,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에도 (마이데이터 사업이) 상당히 도움이 될 거예요.

이번 컨소시엄이 구상하는 사업안. (이미지 출처 : 메디블록)

Q.서울대병원이 과기정통부 사업을 따낸 것도 꽤 상징적으로 보이네요.

김 :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미래 기술이 의료에 어떻게 접목될지 미리 대비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면서 했던 고민 중 하나는 ‘의료사업이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닐까’하는 점이었어요. 마이데이터 산업은 과기정통부 주관이고요. 우리는 양자를 조율하는 입장에 가까워졌어요. 실제로 진료정보 교류와 같은 시범사업에 복지부가 연구비 재원을 써왔어요. 개인이 매개가 돼서 병원 사이를 잇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 서버에 A병원 정보를 올리면 B병원에서 접속하는 방식이에요. 

병원 입장에선 개인이든 클라우드로 흐르는 방향이든 궁극적으로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여요. 과기정통부는 연구 투자나 주제 결정 측면에서 발빠르게 일을 추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요. 다만 복지부가 의료분야 규제나 관리 임무를 가진지라 마이데이터를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어요. 이를 규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니 양 부처가 잘 연합해야 하는 상황이죠. 

Q.판단 책임을 개인에게 맡기더라도 개인정보 보호 이슈는 여전할 것 같아요.

이 : 의료법상 의료기관에서 내 의료기록을 사본 형태로 환자가 요구할 시 이를 받을 수 있게 돼 있어요.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개인 차원의 법적 문제는 없어요. 다만 우려는 있을 수 죠. 개인이 제공한 데이터가 예컨대 중매업체에 수집돼 ‘이 사람은 건강상에 문제가 있으니 가입이 안 된다’는 식으로 악용한다든지요. 

그래서 개인 의료 데이터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아는 곳에서 다루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민감한 정보이니까요. 개인정보 보호법이든 다른 차원으로든 보완돼야 할 부분이에요.

정부부처와 이야기하는 중에 규제가 충분히 갖춰지고, 사회적 합의가 생기기 전에 개인정보가 손쉽게 이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 오갔어요. 마이데이터로 인해 환자 데이터가 마음대로 사용되는 상황은 우리 입장에서도 존립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블루버튼 이니셔티브’에 대한 미 보건복지부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 마크 스크림셔 개발 에반젤리스트의 강연. 영상 출처 : 헬스레벨세븐)

Q.헬스케어 마이데이터 사업을 벤치마크한 사례가 있나요?

이 : 미국 오바마 정부 시절에 추진돼 지금도 진행 중인 ‘블루버튼 이니셔티브 2.0(Bluebutton Initiative)’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군 보훈병원을 잘 갖추고 있어요. 이 이니셔티브는 여기를 중심으로 환자가 진료기록을 받을 수 있게 해 민간병원으로 확대되는 겁니다. 웹을 이용해 데이터를 받을 수 있고, 서드파티가 API 등을 활용해 연계 서비스를 수천에서 수만 개 개발했어요. 정부에서 이끌어 개인이 자기 정보를 받게끔 한 대표적인 사례죠.

애플 헬스도 하나의 사례입니다. 2년 전부터 미국 주요 클리닉을 기점으로 애플헬스의 S앱에 로그인할 경우 진료기록을 내려받게 했어요. 100개 넘는 의료기관이 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IT회사가 이런 서비스를 시도했는데, 애플이 성공했죠. 특히 애플은 헬스케어 사업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Q.앞으로 이 컨소시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 : 오는 11월 말까지 개발한 앱이 1000명에게 다운로드돼 자기 데이터를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아 보험을 청구하거나 타 병원에 보여주는 등 환자 본인이 활용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차 목표예요. 실제 사업 시작점은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였으니 6개월짜리 프로젝트인데, 그 전부터 이야기해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시도입니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과기정통부가 ‘데이터 고속도로’로 설명한 로드맵 중 굵은 키워드입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1차 목표를 달성해 이 사업이 의미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다년도 사업으로 지원하지 않을까 희망합니다.

이 : 서울대병원과 컨소시엄을 구축해 진행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메디블록이 추구하는 바이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병원에 다니는 환자들만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환자가 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여러 병원이 이 시스템에 연결돼 범용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게 이번 사업의 목표죠. 환자가 주도하는 시스템은 아직 없는데, 서울대병원이 이를 마련할 수 있다면 좋을 듯합니다.

썸네일 출처 : 위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