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등장에 급부상 ‘CBDC’ 만지작 각국 중앙은행…한국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CBDC는 지폐나 주화 같은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발행된 전자적 명목화폐를 뜻한다. 중앙은행 내에 예치된 은행의 지급준비금 혹은 결제계좌 잔액은 계정형의 전자적 화폐로 운용되고 있어 형태상으로는 CBDC와 유사하다. 다만 중앙은행 내 계정 개설은 일부 금융기관등에만 허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CBDC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CBDC는 모든 경제주체가 사용가능한 소매용으로 발행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CBDC 발행시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익명성을 제한할 수도 있다. 또한 정책 목적에 따라 이자를 지급할 수도 있어 금리 수준에 따라 CBDC 뿐만 아니라 현금이나 은행예금 등에 대한 수요도 조절이 가능하다. 자금세탁 등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제주체별로 보유한도를 정할 수 있고, 이용가능 시간대를 임의로 설정할 수도 있다. 

◆ “리브라, 그냥 보고만 있기엔..” CBDC가 뜨는 이유

최근 CBDC가 급부상한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IT공룡 페이스북이다.

페북이 전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공개하자 각국 중앙은행은 부쩍 긴장하기 시작했다. 페북은 적절한 승인 전까지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용자만 20억 명이 넘는 전세계 1위 SNS업체가 만든 암호화폐를 마냥 반길수만은 없는 것이 각국 중앙은행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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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BIS)도 리브라로 인해 CBDC가 예상보다 빨리 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BIS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총장은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중앙은행이 자국 법정화폐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CBDC 발행에 반대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던 지난 3월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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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발행을 적극 추진하는 의지를 보인 국가도 눈에 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왕신 연구국 국장은 이달 초 베이징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해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직접 발행하면 통화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인민은행은 CBDC 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14년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했던 인민은행은 2년 전에는 은행 직속 관련 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중국을 포함한 스웨덴, 우크라이나, 우루과이, 바하마 4개국이 CBDC 프로젝트 시범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현금 대체할 수 있는 ‘CBDC’ 부작용은?

CBDC 발행은 중앙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소매용 즉, 소액결제용 CBDC의 경우 지급결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개인의 경우 CBDC를 통해 안정적인 지급결제수단을 확보할 수도 있다.

다만 금융안정성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CBDC 도입으로 예금금리가 올라가게 될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이 경우 은행들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고위험 대출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중앙은행의 경우도 보유자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위험한 자산으로 보유자산 종류가 다양화될 가능성이 있어 중앙은행 보유자산 위험관리가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사이버공격으로부터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데다, 은행예금이 쉽게 CBDC로 교환 가능할 경우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금융연구원의 진단이다.

◆ 한국은행 “CBDC, 지금은 ‘아냐’..앞으론? ‘더 보자”

하지만, CBDC 발행 필요성을 느끼지 목한다며 도입 가능성을 일축한 국가들도 아직 다수다. 스웨덴 처럼 현금없는 사회에 대비하려는 국가에서는 CBDC 발행을 적극 추진 중이지만, 현금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은행(BOJ) 마사요시 아마미야 부총재는 로이터가 주최한 이벤트에 참석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경우 정부가 현금 사용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CBDC 발행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아마미야 부총재는 “CBDC가 개인예금을 대신하게 된다면 상업은행의 신용경로를 해쳐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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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아직까지 CBDC 발행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초 가상통화연구반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발행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가상통화연구반은 1년 이상 CBDC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진행한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CBDC 발행 논의에 보다 적극적인 일부 국가들의 발행동기가 우리나라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수 업체가 소액지급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소수 민간업체의 서비스 독점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것. 또한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인프라가 확대되는 등 금융포용의 정도도 이미 높은 수준이라서 시급하게 CBDC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이 같은 보고서를 낸 뒤 가상통화연구반의 업무를 종료하고, 올 2월부터 디지털혁신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혁신연구반에서 지속적으로 CBDC를 연구하고 있다. 리브라 이슈를 포함한 암호화 자산, 분산원장 등도 함께 연구 중이다.

아직까지는 CBDC 발행의 필요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CBDC 발행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연구반 관계자는 “올 초 발표된 보고서는 지난해 연구에 따른 최종 결과물이었다”라면서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 만큼 지금도 각국 중앙은행의 CBDC 발행 계획이나 페이스북 리브라 같은 민간 부문의 암호화폐 상용화 시도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이후 반년이 그렇게 큰 기간이 아니다”라면서 “기존 한은의 입장을 바꿀 필요가 있을지를 놓고 계속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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