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차특위 이끈 정병국 위원장 “추격자 모델로 못 살아남아…생존방법 3가지는”

‘교육, 창업 지원, 민간 중심 펀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꼽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주요 키워드다.

제 20대 국회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이하 4차 특위) 위원장을 역임하며 4차 산업규제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4차 특위를 이끌어 온 정병국 의원은 “더 이상 추격자형 모델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라며 “선도자형 모델로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차 특위 여야간사를 이끌고 ICT(정보통신기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정 의원은 한국의 ICT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창업 생태계의 관여를 줄여야 한다”며 정부 중심이 아닌 민간 중심으로 생태계가 돌아가도록 전환해야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당시의 출장을 토대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IT대사'(디지털대사)를 신설하는 내용의 ‘외무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며 ‘공무원 연수제도 개선’, (코트라 회관 신축 등) 실리콘밸리 창업가를 위한 숙소,사무실 지원‘ 등을 정책 제안으로 내놓았다. 

지난달 말 4차 특위 위원장 임기를 마친 정 의원은 대부분 특위를 마칠 때 마무리 보고서만 제출하기에 일반 국민들은 내용을 알 수 없다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 국민들도 관련 내용을 알 수 있도록 4차 특위의 업무 내용 및 제안 사항을 담은 책 <꿈꾸는 모래상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정병국 의원은 20대 국회 마지막 4차 산업 특위 위원장 임기를 마친 소회 및 한국 ICT 생태계가 및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제시했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블록인프레스와 인터뷰를 갖는 정병국 의원

Q.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마감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아쉬운 점이 더 많습니다. 특위에는 입법권을 주는 특위가 있고, 입법권 없이 심의만 하는 특위가 있는데, 4차 산업 특위는 입법권 없이 논의 내용을 정부에 권고하고, 특위 차원에서 관련 법규를 해당 상임위로 법안을 제출하는 권한밖에 없어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특위를 마무리 할 때 대부분 마무리 보고서를 내고 끝내기에 특위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일반 국민들은 알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4차 산업 특위가 어떤 것을 논의했고, 논의한 결과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담은 책 <꿈꾸는 모래상자>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뒷받침해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했어요. 

Q. 책 제목이 ‘꿈꾸는 모래상자’인데요, 무슨 뜻인가요?

아이들이 모래를 가지고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모래에서 놀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고 해요. 그런데 위생상의 문제로 아이들을 모래에서 못놀게 하는데, 요즘에는 모래를 통한 교육적 효과가 입증돼서 유치원에 소독된 모래상자를 세팅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그 속에서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꿈을 꿨으면 하는 의미로 지어봤어요. 

사실 샌드박스라고 단어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에요.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을테니 마음대로 꿈을 꿔라라는 의미로 나온 것이 샌드박스인데,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샌드박스는 그런 개념으로 못하고 있죠.

Q.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추격이라는 것이 가능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추격만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때문에 4차 산업 초기인 현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최첨단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실리콘밸리에 가서 직접 보자하고 가게 된것이죠.  

한국도 여러 차원에서 정부가 ICT 관련 지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ICT 산업 생태계가 조성이 안됐어요. 실리콘밸리에 가서 생태계를 기본적으로 조성하는 기본적 요소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요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봤더니 ‘교육, 창업 지원, 민간 펀드 조성’에서 실리콘밸리가 갖는 특징이 있었어요.

결과론적으로, 우리 정부가 창업 생태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가 관여하기 때문에 안된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한국의 ICT산업 생태계를 보면 정부,관에서 움직이는 게 절대적이에요. 공무원들의 생각이 어떻느냐에 따라 빨리 진척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생각을 바꾸고 4차 산업의 흐름을 볼 필요성이 있죠. 현재 공무원 해외 연수 제도는 소수의 인원이 2년이라는 긴 기간을 다녀오는 형식인데, 워낙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다보니 부처 한두사람 다녀와서 트렌드를 공유하는 것 보다, 한 부처에서 집단으로 30명 가량이 싱귤래리티 대학의 2주 과정 등을 다녀온다면 혁신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부처가 다녀오면 좋겠지만 우선적으로 교육부, 과기부, 중기부, 행안부 등 가장 관련있는 부처에서 다녀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꿈꾸는 모래상자 북콘서트에 자리한 정병국 의원

Q. 교육, 창업 지원, 민간 중심 펀드를 꼽으셨는데요 그중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실리콘밸리나 시애틀을 가서 본 경험에 의하면 그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했고,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하는 것은 교육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육시스템 측면에서 보자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핵심 화두가 ‘융복합’으로 급격히 기술이 변화하고 발달하고 있죠. ‘내가 4년 동안 무엇을 전공했다’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것이죠. 이제 이 산업에서는 융복합 등 트렌드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이에 능동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는 전공으로 평생 살았다면 이제는 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일’이라는 내용만 남는 시대에요. 인상 깊었던 것은 스탠포드 대학의 디자인 스쿨이 공대 안에 설치가 돼 있었는데, 1년 과정으로 전공 구분 없이 누구나 그 과정을 들을 수 있었고 여러 전공에서 온 학생들이 공대생들과 해당 과정을 함께 듣고 협업하며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스타트업 창업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전공의 경계가 사라지고 4년제라는 게 의미가 없어지는 등 교육 자체의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죠.  실제적 스탠포드 대학 졸업한 사람들이 성공해서 생산해내는 총액이 2조 8척억불로 우리나라 1년 총생산액인 1조 3천억불의 두배가 넘어요.

스탠포드 대학과 같은 기존 대학의 움직임 외에 선도적으로 ICT 리더들이 이끌며 기부해 만들어진 4차 산업혁명시스템 만들어 놓은 게 싱귤래리티 대학교의 운영 프로그램을 보면 평균적으로 10주 과정 프로그램이며, 교육 소비자가 원하면 2주, 4주로 커리큘럼을 짜고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Q. 한국에 접목시켰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단연 ‘생태계’라고 봅니다. 실리콘밸리와 우리나라는 생태계가 살아서 움직이느냐 아니냐의 차원이 다릅니다. 

실리콘밸리에는 꿈, 능력, 아이디어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품고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실리콘밸리는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요. 공부하는 과정에서 창업으로 연계할 수 있고,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며 펀드들은 좋은 아이템을 찾고 있어 정말 능력 있고 꿈을 지닌 사람들이라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돼있어요. 

한편, 우리나라는 능력과 꿈이 있어도 공무원들이 스타트업을 관리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공무원 차원의 기준을 통과해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공무원 기준은 시행규칙,법, 제도, 이런 부분들을 뜻하는데, 이것은 새로운 일이 되게끔 해주는 게 아니라, 지원했을 때 면책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높은 규제의 벽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정부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이 규제의 벽을 높게 만들었다고 보고 이것이 ICT생태계를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페이스북,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의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이들은 언제든지 자사 직원이 창업한다고 하면 지원 한다며,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 면밀히 보고 실패의 경험까지도 산다고 하더라고요. 성공했을 경우에는 협의를 해서 정당한 대가를 두고 M&A를 하는 등 협력자적 입장에서 같이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였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업 혹은 다녔던 기업에 복귀할 수 있고 실패한 경험담까지도 팔 수 있는 것이 실리콘밸리 ICT 산업의 생태계 모습이었습니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기업 문화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마존을 갔을 때 안내데스크 한 곳에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이 놓여져있고 직원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출퇴근하는 모습을 봤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공원도 따로 있었습니다. 반려동물 특위 위원장을 역임했어서 그런지 특히 눈길이 갔는데 상대를 인정해주는 배려의 문화가 눈에 돋보였습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가 세계에서 퀴어 혹은 관련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도시라고 해요. 결국은 이렇게 다양성을 포용해주는 문화가 실리콘밸리가 형성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한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봤죠.

조그마한 창고에서 출발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건물 마감을 하지 않은 페이스북, 사양사업인줄 알았지만 대표가 바뀌며 방향 전환을 통해 다시 1,2위 자리로 올라선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습 등을 보며 기업 경영인의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표의 비전과 미래를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됐어요. 이러한 부분은 정치권에서도 지도자의 미래를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실리콘밸리 페이스북에 방문한 정병국 의원

Q.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기술에서 크게 활약을 해오시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기술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앨빈토플러가 한 말중에 ‘기술 발달 속도는 100마일, 정치는 3마일, 법은 1마일로 가고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 법, 제도가 기술 발달의 발목을 잡는 것이 현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정치인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의원 생활을 하면서 초선때부터 3선때까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몸담은 경험이 있고 후에 방송통신융합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첨단 기술 변화의 매커니즘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정치, 법이 기술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봤습니다. 

당시 경험을 통해 느꼈던 것은 정치인들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온갖 특권을 다 가지려고만 하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고 욕을 먹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가 중앙집권화 돼있는 것을 분산시키고 공동관리하면서 해킹을 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러한 체계가 정치권에도 제도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현 정치권의 가장 큰 단점은 패권·패거리 정치로, 이는 특정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중앙집권화 구조이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봐요. 권력이 분산화되면 패권·패거리도 없어지고 ‘권력의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이 진짜 실현될 수 있다고 봤어요.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하면 정당 정치 분산화와 분권화 가능해져 정당에서 블록체인 정당을 만들자고 꾸준히 주장하며 여러 솔루션을 가지고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Q. 4차 산업 시대에서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각합니다. 특히 교육 제도, 법규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아날로그 시대에 멈춰 있어요. 이에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시행할 수 있는 시행령, 시행규칙을 10개부처 35개 과제 발굴해서 제시했습니다.

정책제안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공무원 연수제도 개선과 더 이상 국가대 국가의 외교가 아닌 기업과 기업의 외교가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IT 대사관 개설’(더 이상 국가대 국가의 외교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외교), 코트라 회관을 신축해서 스타트업 창업이나 인턴십 등으로 실리콘밸리로 연수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 및 사무실 지원 시스템 등 3가지 정책 제안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Q. 4차 산업혁명시대에 소외되는 사람들에도 주목하고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네, 4차 산업혁명과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로봇으로 대체되며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죠.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게 되면 일자리를 뺏긴 이들의 소득원이 사라져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되지 못하죠. 기업도 소비자가 있어야 지속가능해지고요. 때문에 빌게이츠 같은 선각자들은 로봇세를 주장하고 있어요. 로봇세 도입으로 기업이 로봇을 활용하게 하는 템포도 좀 늦추고, 로봇 대체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로봇세를 통해 기본 소득을 제공해주자라는 것이죠. 로봇에 대한 세제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본 소득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등 정치권에서 시대 흐름에 맞게 염두해야한다고 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속적으로 법안을 제출해서 제도 개혁 과제들이 해당 상임위를 통해 채택될 수 있게끔 독려할 예정입니다. 특위는 끝났지만 정책 제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