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로 총 사면 차단되냐”…페이스북 하원 청문회 5가지 질문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Libra)용 전자지갑 칼리브라(Calibra)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커스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아닌 워싱턴으로 출근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이어 17일 하원 금융위원회의 리브라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서다. 

전날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질문 공세가 쏟아졌지만, 그 내용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주제로 삼았던 상원과 달리 하원 청문회에선 리브라 네트워크의 탈중앙성, 리브라의 정치적 중립성, 리브라협회의 정당성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마커스 대표는 자금세탁방지 등의 금융 규제에 대해선 “우려를 모두 해소하기 전까지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리브라나 칼리브라에 대한 물음에는 “내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하원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제기한 ‘리브라에 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미국 달러뿐 아니라 국채도 리브라 리저브에 속한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 프라이버시 거래 등이 우려된다”고 청문회 포문을 연 맥신 워터스 의장. (이미지 출처 : 하원 유튜브)

1.”리브라로 총을 산다면 페이스북처럼 차단할까”

하원 청문회에선 리브라의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화당 숀 더피(Sean Duffy) 하원 의원은 “누구나 20달러 종이 지폐를 좋은 일에나 범죄에 쓸 수 있다”며 “페이스북에선 총기류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데, 만약 내가 총기류 판매상(딜러)이라면 리브라를 이용해 총을 팔 수 있냐”고 물었다.

이는 리브라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지원 방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과 또 다른 맥락이다. 리브라가 디지털 화폐라면 기존 화폐와 마찬가지로 어떤 용도로든 쓰일 수 있는데, 페이스북이 콘텐츠 필터링을 하는 것처럼 화폐에 대해서도 통제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더피 의원은 “중국에서 소셜스코어를 매겨서 대출을 허락하거나 대중교통에 접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페이스북을 포함한 운영 주체가 비슷할 수 있지 않느냐”고 봤다.

공화당 테드 버드(Ted Budd) 의원도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리브라를 구분해야 한다”며 “리브라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일지, 이를 유지할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지 답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화당 워렌 데이비슨(Warren Davidson) 의원도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것처럼 트랜잭션을 필터링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공화당 앤 와그너(Ann Wagner) 의원은 “미국이 북한 등의 국가에 경제 제재를 할 때 리브라는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마커스 대표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가 결정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리브라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지만, 전자지갑 단위에선 정책이 나오는 대로 사려 깊게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리브라가 출시되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 다른 네트워크나 암호화폐가 등장할 것”이라며 “(그들과 달리) 리브라협회는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및 주요 규정에 협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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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리브라는 공공재가 아니라는 의미인가”

현장에선 리브라를 공공재로 분류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거론됐다. 더불어 리브라협회가 미국 사기업 위주로 구성된 만큼 이 화폐의 정당성을 우려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의원은 “리브라협회를 우버, 페이스북, 비자, 유니언스퀘어 등이 관리한다는데 이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됐느냐”고 질문했다. 마커스 대표는 “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니즈에 따라 모였다”고 답했다. 

이에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리브라가 화폐 공공재라고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마커스 대표는 “주권화폐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응했지만,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리브라가 공공재가 아니라는 의미로 들린다”며 “역사적으로 정부가 아닌 기업이 컨트롤하는 화폐의 개념은 공공재를 불안정하게 해왔다”고 꼬집었다.

청문회에서 질의하는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이미지 출처 : 하원 유튜브)

민주당 니디아 벨라스케스(Nydia Velazquez) 의원은 “리브라 백서에 따르면 협회 멤버가 굉장히 다양하게 구성된다고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뽑는 것이냐”며 “이들 중 누군가 중도에 포기한다면 (담보자산과 상관없이) 리브라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마커스 대표는 이에 대해 “초기 멤버는 리브라 유틸리티에 기여하려는 우버와 스포티파이 등, 상점 부문에선 비자와 마스터카드, 공익적 차원에서는 키바나 세계여성은행 등이 참여한다”며 “얼마든지 참여를 멈출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리브라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아야 프레슬리(Ayanna Pressley) 의원은 “리브라가 방글라데시, 중국,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17억 명에 달하는 비금융인구(unbanked)를 위해 출범했다고 했는데, 협회 초기 멤버 중에 이 국가에 기반을 둔 회사가 있느냐”고 짚었다. 

반대로 공화당 안소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 의원은 “네트워크 검증(validation)을 하는 역할에 중국 기업도 들어올 수 있느냐”고 우려했다. 리브라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기획한다는 점에서 리브라협회가 화폐 사용자를 대변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러 국가로 구성될 경우 정부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다는 반론이 맞부딪힌 셈이다.

3.”비허가형 블록체인 되면 책임은 누가?”

리브라는 백서를 통해 협회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비허가형(permisionless) 블록체인’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화당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의원은 “리브라 네트워크가 5년쯤 뒤에 전환점을 맞아 비허가형이 된다면 완전히 탈중앙화한 화폐인 채로 자금세탁, 신원확인(KYC) 규제 등에 어떻게 응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곤잘레스 의원은 “완전히 탈중앙화한다면 애초에 협회가 필요 없어 보인다”며 “탈중앙화와 몇몇 협회 멤버가 제어하는 방식 사이에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고 내다봤다. 

마커스 대표는 “비허가형 네트워크가 되고 나서도 여전히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나 신원확인 절차를 네트워크 단위에서 검증인(밸리데이터)이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브라 전자지갑 단위에서뿐 아니라 대표 검증인들도 비허가형 네트워크에서 기본 규제를 준수한다는 설명이다.

협회 중앙화 이슈와 관련해선 담보자산 관리에 협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마커스 대표는 “리브라는 담보자산이 필요하기에 이를 관리하는 대목에선 중앙화로 보일 수 있겠다”면서도 “결과적으로 현재 협회가 네트워크 주요 운영, 규제 대응, 거버넌스를 진행하는 수준이 향후에도 동일할 거란 의미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리브라 지배구조와 구매 과정 (이미지 출처 : KTB투자증권)

4.”칼리브라야말로 과독점 문제 아닌가”

탈중앙화 이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칼리브라가 페이스북 메신저인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에 유일하게 탑재되는 리브라 전자지갑이 될 것을 우려했다. 설령 페이스북이 협회에서 일부분만 담당하더라도 칼리브라가 페이스북 사용자를 흡수할 경우 또 다른 거대 플랫폼이 된다는 우려다.

민주당 캐롤린 말로니(Carolyn Maloney) 의원은 “칼리브라가 왓츠앱에 탑재될 유일한 지갑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과독점이 우려된다”며 “제삼자도 페이스북 관련 앱에 지갑을 탑재해 경쟁과 접근성이 허용되겠느냐”고 말했다. 곤잘레스 의원도 “칼리브라가 페이스북에 직접 탑재되는 유일한 지갑이냐”고 물었다.

이에 마커스 대표는 “다른 지갑 앱은 칼리브라 지갑과 상호운용성을 가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페이스북을 포함한 IT대기업은 ‘과독점’ 이슈를 맞닥트린 상황이다. 지난 15일 하원 금융위는 ‘거대기술기업 금융금지법’이라는 법안 초안을 제시했다. 이 법안은 연간 최소 250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제공사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Fed) 이사회가 규정하는 교환, 회계 단위, 가치저장, 기타 유사 기능으로 쓰이는 디지털 자산을 발행 및 유지 또는 운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법무부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연방거래위원회(CFTC)도 아마존에 동일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2억 명이 드나드는 페이스북이 리브라와 칼리브라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의장을 맡은 민주당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의원은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로, 파트너 모집책으로 칼리브라도 제공한다”며 “협회의 다른 구성원이 이 이상의 행보를 보이지 않는데 의회가 왜 페이스북을 믿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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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리브라가 ETF냐, 증권이냐, 상품이냐”

리브라가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화폐가 아니라 증권, 상품(커모디티) 혹은 상장지수펀드(ETF)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리브라가 증권이나 상품이냐’는 맥헨리 의원의 질문에 마커스 대표는 “증권은 아니다”면서 “미국 현행법상 리브라가 상품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제수단이 가깝다”고 말했다. 맥헨리 의원은 “리브라가 명쾌하게 분류되는 형태가 아닌 상태에서 그 어느 것도 아니라면 어떻게 규제에 응하려 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기존 금융 규제에 응하는 한편, 여러 규제 당국과 협의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민주당 짐 하임스(Jim Himes) 의원은 “내가 1000개의 리브라를 사고 그에 해당하는 돈을 예치했는데 담보자산을 구성하는 통화 중 하나의 가격이 급격히 변동한다면 내가 빌린 리브라의 가치나 예금 규모도 적어지느냐”며 “평소라면 외환리스크에 노출될 일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 리스크가 마치 ETF처럼 보이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마커스 대표는 “운영 메커니즘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리브라는 결제 수단”이라고 못 박았다. 

하임스 의원은 “그런 수단이라고 해서 ETF가 아니라고 할 순 없다”며 “다른 자산에 의해 기반을 얻는다면 ETF일 수 있고, 증권법을 고려해야 할텐데 왜 리브라가 ETF가 아니라는 말이냐”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마커스 대표는 “리브라는 안정성으로 인해 누구도 투자 수단으로 사지 않을 것”이라며 “수익을 고려하는 투자로 리브라를 활발하게 관리할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리브라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디자인하기 위해 설정한 담보자산 구성이 미국 달러뿐 아니라 엔, 유로, 단기 국채 등 다양하게 이뤄진 까닭에 나온 문제제기다. 

민주당 그레고리 믹스(Gregory Meeks) 의원은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문제가 됐던 모기지 생태계는 글로벌 경제를 무너뜨리려고 자초하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전체 시스템을 망가뜨렸다”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가장 큰 비용을 치렀는데, 페이스북을 포함한 리브라협회가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들고 있는 은행과 같은 상황에서 넘어질까(collapse)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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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미 하원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