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렸다 내렸다’…개미 울리는 코인값 조작자들, 법적 해법은? 

암호화폐시장에는 ‘펌프 앤 덤프’ 현상이 종종 목격된다. 무명의 코인 가격이 급등하거나 상장 직후 폭등했던 코인이 폭락하는 일이 일어난다. 최근 한 미국 코인거래소에서는 ‘체인링크’라는 코인이 상장되자 50% 넘게 폭등했다.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일부 유저들은 이를 두고 ‘시세 조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코인시장에서 의혹은 의혹으로 맴돌 뿐이다. 

일각에서는 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거나 허위로 거래량을 부풀리는 등의 행위가 ‘마켓메이킹’이라는 이름으로 연출되곤 한다. 증권법에서 마켓메이킹은 매수와 매도 호가 간격을 줄여 거래를 유도하는 ‘시장 조성 행위’이다. 이는 수급 질서를 왜곡하고 가격을 뻥튀기시키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코인시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시세 조정이고, 마켓메이킹일까. 지난 10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법무법인 디라이트 사무실에서 조원희 대표변호사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조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년간 IP, M&A, 기술 관련 경험을 쌓은 뒤 2017년 디라이트를 출범했다. 

Q. 유가증권시장에서 말하는 마켓메이킹은 무엇인가. 

유가증권시장은 매수 주문과 매도 주문이 서로 매칭돼 계속 거래 체결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회사나 시장 상황에 따라 매수와 매도 주문이 서로 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거래를 성사시켜 시장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게 마켓메이킹이다. 시장 조성 행위라고 번역된다. 마켓메이킹, 유동성 공급이란 개념을 두고 있는 것은 투자 시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다. 

Q. 유가증권시장의 마켓메이킹과 코인시장의 마켓메이킹은 무엇이 다른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마켓메이킹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다. 자격을 부여 받은 마켓메이커(시장조성자)가 법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이 있다. 가령,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마켓메이킹은 시장가 위아래에서 매수, 매도 주문을 동시 호가로 내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시장 가격 자체가 큰 폭으로 조정되지는 않는다. 가격 변동성이 크게 발생하지는 않는 셈이다. 

반면, 코인시장에서의 마켓메이킹은 정의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 조성 행위라는 명목으로 가격을 몇배 띄운 뒤 이익을 챙겨 떠나려는 시도도 관찰된다. 의심해 볼만한 현상이 종종 벌어진다. 예를 들어 코인시장은 증권시장처럼 호재와 악재가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등락이 시장의 등락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특정 코인이 비트코인과 무관하게 10배 올랐다면 시세 조종 세력이 있다고 의심해 볼 수 있다.  

혹은 코인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일정한 가격에서 계속 거래되도록 유지하는 것도 마켓메이킹이라 불린다. 종목을 100원에 상장했는데 95원, 90원으로 떨어진다면 마켓메이커에게 70원을 마지노선으로 삼아 계속 매수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마켓메이커는 코인을 계속 매수해 일정한 가격 구간(박스권)을 형성하도록 만든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올라가거나 박스권에서 유지되니 괜찮은 코인’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디라이트 선릉 사무소 조원희 변호사 집무실에서 (출처=블록인프레스)

Q. 코인시장에서 시세 조종 행위가 문제로 여겨지는 지점은 어디인가.  

단순히 거래가 없는 시장에서 거래를 만들어내는 정도면 합법적인 마켓메이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조성을 넘어서 원하는 가격으로 시장가를 바꾸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중간 정도가 20원이라고 하자. 이때 20원을 기준으로 매매를 유도하는 수준을 넘어 50원까지 의도적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것은 문제의 출발점이다. 

일반적인 시장 참여자들은 ‘거래가 일어나네’, ‘가격이 올라가네’, ‘호재가 있나 보다’라고 오해한다. 옛날엔 거래가 안 되던 코인인데 가격이 올라가니 매수에 나서기 시작한다. 이후 시세 조종자가 빠지면 가격은 뚝 떨어진다. 이에 대해 사기라고 주장할 수는 있어도 누가 그 일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더라도 사실 확인은 어렵다.

Q. 코인시장에서 시세 조종 행위라고 판단된 법적 사례가 있나. 

법원이 자전거래 중 일부를 ‘투자자를 기만한 시세 조종 행위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는 있다. 자전거래는 거래소에 매수, 매도 주문이 없음에도 스스로 사고 팔기를 반복해서 가격을 변동시키는 거래다. 그러나 사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뿐 실제 사기라고 판명된 사례는 없다.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Q. 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시세 조종 행위를 규제할 수 있을까. 그리고 향후 코인시장의 마켓메이킹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현재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는 증권을 매매하는 거래소가 아니다. 또 매매되는 코인도 유틸리티 토큰으로 증권법으로 다루기 어렵다. 일단은 코인보다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먼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거래소를 규제하는 추세에 있다. 거래소에 관한 제도 및 라이선스가 정비된 이후 점차적으로 마켓메이킹에 대한 규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사기죄, 위작죄 정도의 범위 내에서 규제가 있다가 거래소 제도화가 진행되면 본격적인 규제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법적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소의 자율적인 자정 노력이다. 현재로서는 거래소가 스스로 마켓메이킹을 규제할 이유가 없다. 마켓메이킹을 통해 거래 참여가 활발해지면 거래 수수료를 받는 등 이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큰 피해를 입고 시장을 떠날 수 있다. 거래소는 마켓메이킹에 대한 기준을 자율적으로 마련해 위반 시 일정 기간 거래를 중단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썸네일 출처: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