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역삼에 모인 ‘재야의 고수들’…노래방앱 ‘썸씽’ 콘서트 현장

지난 13일 서울 역삼역에 있는 한 라이브카페를 향했다. 지하로 걸음을 옮길수록 노랫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노래방 애플리케이션 ‘썸씽’(somesing)의 유저들이 모인 미니콘서트 현장이었다. 

“옥수수님이 무대로 올라옵니다!”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는 사이라고 했지만, 유저들은 서로의 닉네임으로 부르며 스스럼 없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유튜브를 통해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부터 퇴근길에 코인노래방을 향하는 직장인까지 이 앱을 구심점으로 이미 커뮤니티를 형성한 모양새였다.

현장에서 암호화폐는 유저 사이를 연결하는 윤활제 역할로 등장했다. 이날 행사 진행자는 미니콘서트의 소규모 프로그램이었던 듀엣가요제에서 “가장 인상 깊은 듀엣에 SSX스티커로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표를 가장 많이 받은 듀엣팀은 실제로 썸씽 앱에서 500개 암호화폐(SSX)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듀엣가요제에서 가수 장범준의 ‘노래방에서’를 부르는 참가자들.

SSX는 썸씽 앱에서 유통되는 암호화폐다. 썸씽은 유저가 직접 노래하는 영상을 올리는 노래방 앱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결합한 디앱(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이다. 올 2월 문을 연 후 벌써 이용자 수가 4만 명을 넘어섰다. 유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영상에 SSX를 보낼 수 있다. 이는 영상을 게시한 유저에게 후원 포인트가 된다. 

썸씽 커뮤니티에서 암호화폐는 단지 가격이 오르내리는 자산이 아니라, 노래라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보상에 가까웠다. 진행자는 “이 암호화폐가 앞으로 어떤 경제적 가치를 가질지 우리도 알 수 없다”며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들면 ‘좋아요’ 대신 코인으로 후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듀엣가요제에 참여한 한 참가자도 자신을 네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하면서 “제 노래에 SSX로 후원하세요”라고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썸씽 베타버전 앱에서 유저들은 SSX를 주고받았다. 화면 속 SSX표시는 노래를 부른 유저에게 타 유저가 보낸 SSX 후원이다.

썸씽 김희배 대표는 “예전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사람, 재미있는 추억이나 경험을 남기고 싶은 사람 모두 한 자리에 있다”며 “노래방 앱으로 노래하는 유저들을 보며 늘 ‘악기 연주와 함께 노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앞으로 더 많은 관계자와 유저를 모아 더 큰 자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가수 연규성도 썸씽의 유저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오래 전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계기로 가수 생활을 하게 됐다”며 “썸씽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을 보며 그때의 열정, 노력,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가수 이승철의 ‘인연’을 부른 연규성)

그는 2000년대 초반 노래하는 영상을 인터넷 커뮤니티 락타운에 올리며 ‘재야의 고수’로 불려온 인물이다. 그 인기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 4’에서 빛을 발했지만, 이후 연축성 발성장애로 인해 6~7년 가까이 무대에 서지 못했다. 

오랜만에 썸씽 커뮤니티 행사를 통해 라이브 무대에 선 연씨는 “새 치료법을 만나 호전되고 있는 와중에 오랜 친구의 소개로 썸씽이라는 앱을 통해 다시 노래에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젠 길거리에서도 썸씽으로 노래를 부를 정도로 앱을 좋아하고, 썸씽 유저들과 노래하게 돼 감사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