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록체인협회 전하진 위원장이 본 V20 “피할 수 없는 진전 이뤄져”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V20 가상자산 서비스공급자 정상회의(이하 V20)의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던 한국블록체인협회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은 “피할 수 없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블록체인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2일 전 위원장은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블록몬스터랩에서 블록인프레스와 만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규제안을 발표했고, G20 재무장관들은 FATF의 규제안을 따르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위원장은 “제도권에서 암호화폐의 아이덴티티를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피할 수 없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도권 안으로 암호화폐가 편입된다는 것은 암호화폐를 글로벌 가상 자산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모든 국가가 적어도 1년 안에는 G20이 권고한 FATF 규제안에 맞게 프레임워크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V20 현장을 회고하는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

전 위원장은 이번에 공식 출범을 발표한 국제 디지털 자산 거래소 협회(International Digital Asset Exchange Association, IDAXA)의 주요 과제로 “당장의 과제는 FATF의 규제안에 맞는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DAXA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대만, 중국, 홍콩 등 7개국 거래소 협회 대표들이 모인 글로벌 협회이다. 현재 영국 런던에 사기업으로 등록돼있다. IDAXA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의견을 조합하고 정부·규제당국과의 대화를 뒷받침하는 협력 체계를 꾸릴 계획이다. 전 위원장은 “각국간 폭넓은 정보 교류를 지원하고, 글로벌 산업 규제를 준수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한국 거래소들과 외국 거래소간 자리를 만들고 한국 거래소들의 권익을 높이는 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사카 G20 재무장관 회의에 맞춰 처음으로 개최된 V20은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호주, 일본, 홍콩, 대만, 중국, 영국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 협회장들과 관계 기업들, 법률가 등 90개사가 모여 워크샵을 진행했다. FATF 관련 프레임 워크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토론 형태로 진행됐다. 전 위원장은 현장에서 FATF 톰 네일런 고위정책분석관과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FATF의 경우 생각보다 유연한 곳”이었다며 “자금세탁을 방지하거나 테러 자금 등에 쓰이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 목표였지 규제안을 강압적으로 내놓은 모습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규제안에 대한 프레임워크는 각국이 자체적으로 유연하게 만드는 구조로 진행된다”며 “프레임워크가 제대로 만들어졌을 경우, FATF에서 해당 프레임워크를 솔루션으로 채택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프레임워크를 잘 구축해 FATF가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 위원장은 덧붙였다. 

또한 FATF와 관련해서는 CCTV를 놓고 흥미로운 비유를 해 눈길을 끌었다. 

전 위원장은 “CCTV 카메라가 있어서 안심하는 사람이 있고, 불안해 하는 사람이 있다”며 “돈세탁 등 안좋은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는 규제안이 나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암호화폐를 정상적으로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부분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일반 사람들에게는 더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센티넬 프로토콜 패트릭 김 대표

전 위원장과 함께 V20에 동행한 센티넬 프로토콜의 패트릭 김 대표 또한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 주관으로 프레임워크가 짜질 것 같다”라며 “FATF에 따르면 각자가 툴을 만들어 적용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라이센싱 단계를 밟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V20 행사장에서는 FATF가 일본의 규제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 등으로 적극적인 규제 정비를 해왔던 일본은 FATF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일본의 마운트곡스는 해킹 사건으로 핫월렛에 보유한 비트코인을 분실당했고, 결국 파산하게 됐다. 

전 위원장은 이를 언급하며 “올해 진행되는 FATF의 한국에 대한 조정은 이번에 발표됐던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FATF 규제안 발표 후 첫 조정 대상 국가는 올 10월 일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공개된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에 대해서는 시장이 성장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이 이 산업에 뛰어들었고, G20과 FATF에서도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려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2막이 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워밍업 단계였지만 이제 제도권으로의 출발선상에 섰다”며 “페이스북 리브라 뿐 아니라, JP모건 같은 기업이 시장에 들어 오고 있어 규모가 정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