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안경 착용”…인터폴 행사장 누비는 ‘AI 로봇경찰’ 명암은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인터폴월드(Interpol World)2019 행사장에는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 이하 인터폴)가 주최하는 행사답게 기술로 범죄자를 식별하고, 국경 간 보안을 세운다는 내용이 부각됐다. 전시제품이라 구체적으로 신원을 식별하진 못했지만, 행사장을 돌아다니는 인공지능(AI) 로봇은 하얗고 둥근, 걸어 다니는 CCTV처럼 보였다. 카메라라는 눈을 통해 상대방의 성별은 물론 예상 나이, 안경 착용 여부, 얼굴 이미지 등을 식별했다. 

인터폴도 기술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범죄를 예측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기조연설에서도 싱가포르 조세핀 테오 노동부 장관은 “(경찰 활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납득 가능한(sense-making) 형태로 만들면 범죄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죄를 잡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범죄 가능성을 모니터링으로 막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인터폴은 인공지능 로봇이 앞으로 사회에 널리 쓰인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로봇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기술 고도화로 국경과 상관없이 인터넷 공간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과 사법기관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으로 풀이된다. 인터폴 위르겐 스톡(Jürgen Stock) 사무총장은 “기술이 굉장한 속도로 발전하면서 그 다음에 무엇이 다가올지에 대한 대부분의 예측이 수포가 됐다”며 “글로벌 경찰 활동(policing)의 현대화를 목표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음 경지(breakthrough)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소셜미디어, 암호화폐, 익명 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동시에 범죄를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인터폴 김종양 총재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컨버전스(융합)는 소셜미디어에서 끝나지 않고 테러 자금 조달 등에서도 볼 수 있다”며 “암호화폐 지갑 등을 통한 모금(donation)이 한 예”라고 꼬집었다. 

테오 장관은 “*딥페이크(Deepfake), **다크웹, 대규모로 악용될 수 있는 IoT 등 범죄 대응은 굉장한 복잡성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훔치거나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등 좋은 것이 나쁜 목적으로 쓰인다”며 “이는 극단주의자가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툴(도구)을 얻게 돼 양극화 사회를 심화한다”고도 전망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더 빠르고 쉽게 연결되면서 경제적, 사회적 기회를 얻은 만큼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나 국경 간 범죄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딥페이크 : 특정 이미지를 영상 속 인물의 특정 신체 부위에 합성하는 영상 기술.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의 얼굴 이미지를 포르노그라피에 합성해 ‘가짜 동영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다크웹(Darkweb) : 구글, 네이버 등의 일반 검색 사이트로 검색할 수 없는 웹사이트를 통칭하는 개념. 토르(Tor)와 같은 익명 네트워크를 악용해 범죄에 쓰이는 사례가 주로 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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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심사대 모형 옆에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화면이 달려 있다.

기술 활용과 함께 데이터 교류,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디지털 차세대에 맞춰 국경을 넘나드는 경찰 활동에 대비하고자 한다”며 “혼자가 아니라 협조를 통해 함께 규제해나가는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스톡 사무총장은 “기업과 데이터 협약을 맺어 산업 플레이어와 파트너십을 늘리는 등 게이트웨이(Gateway)로 자리매김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데이터 규제, 프라이버시 세션도 다수 포함됐다. 경찰 활동에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에 균형감을 불어넣는 구도로 보인다. 행사장을 거니는 AI 로봇이 얼굴 이미지를 인식할 때 이 기술이 한 개인을 포함해 사회에 해가 되지 않도록 안전 장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사 개막 영상에서 인터폴은 “빅데이터가 실세계를 끌어들이면서 정보가 경제를 이끌기 때문에 이는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국가가 더 긴밀하게 상호 연결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생산되지만, 기술 및 데이터 접근성 문제부터 데이터 권한 이슈가 불거진다는 우려다. 

기조연설에 참여한 네덜란드 리처드 반 후이돈크(Richard van hooijdonk) 미래학자는 “유럽연합(EU)에선 프로세스 설명이 불가능한 인공지능(non-explainable AI)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며 “자율주행차 및 드론 해킹, 병원 데이터 해킹, 아마존 창고 자동화, 바이오칩, 비트코인 지갑 등 (광범위하게 기술이 생활에 들어오는 흐름에서) 기계는 인간을 차별하지 않아야 하고, 합법적인 감시견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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