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유 산증인’ 필 짐머만 “페이스북에 더 많이 화 내야”…왜?

‘자유 산증인’이라 불리는 필 짐머만 박사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에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모든 개인정보를 SNS에 넘겨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이하 디코노미·Deconomy)에 참석한 짐머만 박사는 블록인프레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을 “끔찍하다”고 표현하며 더 많은 이용자가 SNS에 화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이메일 보안 소프트웨어인 PGP를 개발해 프라이버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 기술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3년 가까이 그를 수사대상으로 지목했다. 당시 수출통제 방침에 따라 암호기술은 외국 반출이 금지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판부와 함께 PGP가이드와 소프트웨어 코드를 담은 책을 수출해 이 기술을 전 세계에 알렸다.또  PGP는 양자 간 거래(P2P) 암호화 기술로 암호화폐에 쓰이는 ‘P2P 크립토커런시 페이먼트(결제)’ 기술의 원형을 제공했다. 

프라이버시 보호의 길을 걸어온 그는 “모든 디스토피아는 감시 사회로, 프라이버시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며 “모든 영역의 자유는 프라이버시로부터 시작된다”고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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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PGP를 창시했을 당시와 현재의 언론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독재 사회에서는 감시가 많아 언론의 자유가 없습니다. 대중 언론을 위해선 프라이빗한 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억압적인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친구 및 동료 운동가와 대화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런 대화도 감시되면 대중적으로도 언론의 자유가 없어지겠죠.

미국에서는 언론의 자유에 관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SNS와 인터넷의 울림효과로 인터넷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있지만 *필터버블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격리돼 있습니다. 신념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서로의 생각을 읽고 있죠. 즉, 미국에서 트럼프를 뽑은 유권자들은 역시 트럼프를 선택한 유권자의 글만 본다는 것이죠.

*필터버블(Filter Bubble)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걸러진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또 한 남자가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탱크 앞에 서있는 유명한 사진이 있어요. 전 세계가 이 사진을 봤지만,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중국의 만리방화벽 때문이죠.

천안문 사건 당시 사진

Q. 오늘날 IT 공룡들은 이용자 데이터를 취합하고 있습니다.

전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을 사용하는데요, 애플사에 스마트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고객 개인정보를 최대한 많이 취합하려고 하죠. 

전 안드로이드 기기도, 페이스북도 사용하지 않아요. 고객 정보로 수익을 내는 기업을 피하려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피할 수는 없어요. 때론 아마존에서 상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수년간 거부하긴 했지만, 1년 전부터 이 편리함에 굴복했어요.

Q. SNS의 프라이버시 위협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요.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SNS에 넘겨주는 현상이 끔찍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손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에 화가 나 있는데요, 그 중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과 다른 플랫폼의 수익 모델은 고객 정보의 상품화입니다. 최대한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죠. 이용자들은 해당 상품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용자 자체가 상품인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초래한 피해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선거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요. 페이스북이 아니었다면 다른 선거 결과가 있었을지도 몰라요.

Q. 프라이버시 이슈에 직면한 페이스북은 자체 코인 발행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블록체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프라이버시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PGP와 같은 보안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하고자 할 때 PGP 공개 키를 블록체인에 넣을 수 있겠죠. 공개 키 암호화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통신 프로토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직접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 장부이기 때문에 거래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공공 장부에 올리면 안 됩니다.

Q. 비트코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탈중앙화 구조를 선호합니다. 설계할 때 기회가 있으면 탈중앙화 구조로 설계합니다. PGP도 근본적인 탈중앙화 접근법을 사용합니다. 탈중앙화된 암호화폐도 그 범주에 속합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돼 있는데, 그 점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전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Q. 요즘 정부의 검열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넷이 성장하면서 검열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누구든 아무거나 올릴 수 있죠. 그래서 온라인에는 허위 정보도 있습니다. 가짜뉴스도 그렇죠. 전 신문사의 전문 기자들로부터 뉴스를 받아 볼 때가 좋았습니다. 기자의 경험과 스킬로 무엇이 진실인지를 선별했죠. 개인적으로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신문사를 믿는 편입니다. 검열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지만, 진실과의 경계가 교묘합니다.

디코노미에서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필 짐머만

Q. 프라이버시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자유 민주주의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운영됐는지를 보면 프라이버시의 필요성을 알 겁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는 사적 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부조리한 무언가를 바꾸고자 할 때 먼저 다른 사람과 대화를 가져야 합니다. 모든 디스토피아 사회는  감시 사회입니다. 프라이버시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모든 영역의 자유는 프라이버시로부터 시작됩니다.

Q. 이상적인 미국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타국과의 관계 재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보존, 한국을 비롯한 세계 다른 동맹국에 든든한 국가가 되는 것 등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7000만 명이 사망하고 여러 국가들이 모여 민주적인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죠. 70여년에 걸쳐 성공적으로 이뤄냈죠. 하지만 오늘날 미국은 참혹한 선거 결과 때문에 이런 우호적인 관계에서 후퇴하고 있어요. 이런 균형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첫 내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코노미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저는 더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암호화폐 컨퍼런스는 좋은 배움의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Q. 가장 인상적인 디코노미 연사는 누구인가요.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교수입니다. 일반적으로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지지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암호화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훨씬 더 흥미로운 토론이 될 것으로 생각했죠. 모두가 열광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거니까요.

Q. 디코노미 행사에 함께 참여한 암호화폐 선구자, 안드레아스 M. 안토노풀로스가 짐머만 박사를 청소년기 우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이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니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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