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선 비트코인 주목하지만…”정전사태 나면 어떡하죠”

130만퍼센트.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1000만퍼센트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가 비트코인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초인플레이션, 다시 말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국 내 통화 가치가 휴지조각보다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자산이나 해외송금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7일(현지시간) 글로벌 비트코인 기업 BTC미디어가 주최한 ‘비트코인2019(Bitcoin2019)’에선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다소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비트코인이 베네수엘라의 탈출구라고 표현하기에 앞서 전기, 인터넷 등 관련 인프라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베네수엘라의 경제나 인프라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패널 토의에 참석한 베네수엘라 출신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의 다이애나 아길라 기자는 “이게 가능한가 싶은 퍼센트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놓이면 내 손에 든 돈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슈퍼에 식료품이 있어도 손에 있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뀐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와 마찬가지로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비트코인매거진의 콜린 하퍼(왼)가 토의 진행을 맡았다.

BTC베네수엘라닷컴 란디 비리토 운영자는 “비트코인이 베네수엘라 통화보다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전기세를 낼 때 조금씩 환전하는 식”이라며 “왓츠앱 같은 메신저 앱을 통해서라도 저축용 자금(saving)을 비트코인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오픈머니이니셔티브 연구소의 자말 몬타세르 공동창립자는 “(가까이 위치한) 콜롬비아에서도 베네수엘라에 사는 가족들에게 합법적으로 돈을 보낼 방법이 거의 없다”며 “일각에서 (해외 송금을 위해서) 비트코인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비트코인이 베네수엘라에 완전히 자리 잡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아길라 기자는 “지난 3월 베네수엘라에 전기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애초에 핸드폰 요금을 낼 수 없다면 암호화폐 지갑이 무슨 소용이며 컴퓨터 전기가 나가버리면 펀드를 살 순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대규모 정전과 복구가 번갈아 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아길라 기자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을 돕는 비트코인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리토 운영자는 “(페이팔 같은 결제사인) 벤모도, 달러도, 아무것도 선택지도 없고, 현금도 쓸모없다면 메신저를 통해서라도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듯이 상거래(커머스)를 할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에서나 허리케인 등의 재난 현장에서나 자유롭게 트레이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몬타세르 창립자도 “난민이거나 베네수엘라에서나 미국 달러가 일단 우선순위에 있는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투기 목적에 얽히기도 하고, 신뢰할 만한 기반에서 비트코인을 발 빠르게 환전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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