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장, 중앙화 아냐”….’골목대장’ 오명 벗기 나선 채굴사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채굴장(마이닝풀)이 ‘골목대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기반의 블록체인은 컴퓨터 연산작업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컴퓨터 자원을 많이 들이는 곳일수록 해당 암호화폐에 더 많은 영향력을 얻는 셈이다. 권한의 분산을 중요시하는 업계에서 채굴장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는 걸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초창기부터 자리를 지킨 채굴장들은 생각이 달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비트코인2019(Bitcoin2019)’ 패널 토의에 참석한 슬러쉬풀(SlushPool)의 얀 차펙(Jan Čapek) 대표와 제네시스마이닝의 마크로 스트랭(Marco Streng) 대표는 “채굴에 대한 권한 자체는 분산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슬러쉬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트코인 채굴장 중 한 곳이다. 제네시스마이닝은 2014년 시작한 비트코인 채굴 대행사이자 클라우드 채굴기업이다.

차펙 대표는 “채굴장이 기업화하지만, 이는 중앙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트랭 대표도 “다른 사람에게 마이닝 서비스(Mining as a Service)를 하는 모양새”라며 “채굴 대행 계약에 따라 채굴이 이뤄지는 등 고객에게 더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채굴 구조가 변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채굴 칩을 만드는 제작사가 중앙화 이슈의 중심에 있다고 지목했다. 카펙 대표는 “지금까지 대략 3개 회사가 대부분의 채굴 칩을 만들고 있다”며 “이게 중앙화 리스크”라고 꼬집했다. 스트랭 대표는 “몸집이 작은 채굴 플레이어도 들어오는 추세”라면서 “칩을 만드는 곳이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고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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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더리움, 모네로, 지캐시 등은 특정 채굴 칩을 공개적으로 보이콧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이더리움 코어 개발자는 ASIC을 거부하는 알고리즘을 네트워크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은 특정 용도에 최적화한 주문형 반도체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특정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관리에 최적화한 칩을 의미한다.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채굴에 쓰는 것보다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이 우수하지만, 해당 네트워크에 독점 이슈가 생길 우려가 있다.

같은 달 모네로도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과정에 ASIC을 우회하는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너리페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모네로 개발자는 “반ASIC 모네로는 네트워크 탈중앙화를 적절하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가 대체 가능한 화폐인 만큼 소수만 채굴에 참여하는 식의 검열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별도의 발표 세션에서 중국 채굴기업 폴인의 케빈 판(Kevin Pan) 공동창립자는 “지난달 바이낸스가 대규모 해킹으로 비트코인을 잃었을 때 몇몇 유명인사와 ‘리오그(reorg, 블록체인 거래 내역 뒤집기)’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굴장에 물리적으로 컴퓨터가 배치됐다고 해도 무엇을 채굴할지에 대한 결정은 채굴자 개개인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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