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세계 1위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 “특허,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방패이자 무기”

한국에 블록체인 특허왕이 있다. 특허왕이 국내에 출원한 블록체인 특허 개수는 200건 이상. 등록까지 마친 특허는 총 94건이다. 해외에서도 블록체인계 특허 왕좌에 올랐다. 지난해 호주 및 유럽 특허청이 공식 발표한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특허 출원 개수로 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국내 한 메이저 은행은 일찌감치 그와 손을 잡았다. 오랜기간 이동통신 업계에서 종사하며 특허에 눈을 떴다는 그는 정통 엔지니어다. ‘특허는 스타트업의 방패이자 무기’라는 철학을 가진 엔지니어이자 코인플러그를 이끌고 있는 어준선 대표와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코인플러그 본사에서 만났다.

Q. 현재까지 몇 건의 블록체인 기술 특허가 출원되거나 등록됐나.

국내 기준 특허는 240건, 이중 등록까지 마친 특허는 94건이다. 이중 중요한 것들은 패밀리 특허’를 낸다. 국내 특허를 낸 다음 다시 국제 특허를 내는 것을 뜻한다. 이 ‘패밀리 특허’가 10여 건이다. 미국, 유럽, 중국 , 캐나다, 일본 특허청에 개별적으로 특허를 다시 냈다.

특허 유형으로는 인증과 개인데이터 관리 분야가 제일 많다. 다음으로는 지급 결제, 위변조관리, 콘텐츠 유통,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이나 자산관리 서비스가 있다. 그리고 ‘메타디움’이라는 개인 데이터 플랫폼 관련 특허가 있다. 정보 주체에게 정보 통제 권한을 주는 개념인 DID(탈중앙신원) 과 관련된 특허다.

Q. 취득한 특허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인증서 특허를 소개하고 싶다. 공인인증기관의 역할을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할 수 있는 기술 특허다. 블록체인에서 인증서를 발급하고 발급 인증서를 블록체인에 올리면 위변조가 안되니까 누구나 신원을 증명할 수 있다. DID 관련된 부분에서도 특허를 여러 개 갖고 있다.

17일 경기도 성남 코인플러그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어준선 대표(사진 출처=블록인프레스)

다음으로 ‘블록체인 기반 PKI 기반의 인증서 기술’ 특허가 있다. 개인의 퍼블릭키와 프라이빗키를 쌍으로 만들어 퍼블릭키를 블록체인에 올린 다음 이를 통해 PKI(공개키 인프라) 기반 인증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다수가 참여해 계약이나 문서를 공증을 가능케 하는 멀티 시그니처(다중 서명) 기반의 인증 기술, 암호화한 개인정보 데이터의 신뢰성을 알려주는 내용을 블록체인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술도 갖고 있다.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인증서를 발급해서 다양한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인증기술도 갖고 있다.

Q. 주로 블록체인 인증, 증명 특허 쪽에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느낌이다.

2013년 회사를 설립한 후 안 해본 게 없다. 금융권의 공인인증서를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로 대체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2015년에 파이도레저라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만들었다. 이걸 가지고 KB국민카드에 제안해 2016년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개인인증 서비스를 구축했다. 사용자가 카드 앱을 다운받아 블록체인 인증서 발급을 요청하면, 기기에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가 자동으로 발급된다. 별도로 공인인증 패스워드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서 매우 편리하다. 지금은 웹에서도 블록체인 인증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사용자는 800만 명 정도 된다.

사진 출처=2018년 11월 호주특허청 특허보고서(좌), 2018년 3월 유럽특허청 특허보고서(우)

다만 아직 특허를 가지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할 단계는 아니므로 블록체인 특허로 큰 매출을 일으킬 수는 없다. 대신 특허 덕분에 정부 지원 사업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는다. 경쟁 입찰 사업에 지원할 때도 특허가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업계 인지도 측면에서 코인플러그는 압도적이다. 유럽, 호주, 한국 특허청에서 블록체인 관련 특허 출원 및 등록 보고서가 공개됐는데 코인플러그가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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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허에 목을 매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현대전자에 입사를 했다. 그때 현대전자가 반도체랑 통신에 주력했는데, 나는 이동통신 쪽이었다. 당시 현대, 삼성, 엘지 등 통신 3사는 이동통신 인프라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할 때 퀄컴과 손을 잡았다. 퀄컴은 아주 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CDMA 기술에 대한 IP(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 회사였다. CDMA가 상용화됐을 때 퀄컴이 엄청난 돈을 벌었다. 기업들이 퀄컴의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동통신 관련 IP는 퀄컴이 다 갖고 있다. 전 세계 통신사를 상대로 퀄컴은 IP 비즈니스를 하는 거다.

2000년도에 현대전자를 나와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엑시오’라는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엑시오는 CDMA 기반의 기업 네트워크 장비 기술을 가진 회사였다. 이 회사는 1년 만에 시스코 시스템즈에 인수합병됐다. 1억 5500만 달러에 팔렸다. 당시 시스코 시스템즈가 엑시오의 인수합병 가치를 평가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요소가 IP 개수였다.

인터뷰 중인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 (사진 출처=블록인프레스)

그때 특허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는 특허전쟁 시대 아닌가. 삼성, 애플, 화웨이는 이동통신 쪽에서 계속 특허를 내면서 서로 특허전쟁을 치르고 있다. 삼성의 경우 CDMA 초기에 관련 기술 특허를 많이 냈다. 3G, 4G, 5G 시대로 접어들면서도 계속 특허를 내고 있다. 그러니 경쟁사는 그 특허를 사지 않는 이상, 특허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특허 안 내는 기업은 생존을 못한다.

어떤 기술이 처음 등장할 때는 특허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러나 시장이 성숙하면 큰 기업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때 스타트업이 기술도 없고 시장 장악력도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소한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는 기술 특허를 갖고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단지 공격 목적이 아니라 방어 목적으로라도 특허가 필요한 것이다.

Q. 블록체인 특허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건가.

블록체인의 가용성이 증명된 상황이라 아마존, 페이스북, IBM 같은 대기업이 하나둘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색깔을 내고 경쟁력을 가지려면 특정 기술을 가지고 수직적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적 자원, 자본력, 브랜딩을 스타트업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하는 분들은 보통 특허에 둔감한 편이다. 빨리 뭔가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자금력과 인력 있는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베끼는 건 금방이다. 대기업이 블록체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을 키운다고 하자. 그 시장에서  조그마한 기업이 무엇을 갖고 싸울 수 있겠나. 대기업은 돈으로 덤벼들 텐데, 자그마한 기업은 기술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게다가 블록체인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다. IP 없으면 글로벌 확장은 불가능하다.

Q. 블록체인 기술은 오픈소스로 제공되는데, 특허가 웬말이냐고 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줄곧 오해하는 부분이다. 세상에 오픈소스 아닌게 어딨나. 리눅스도 그렇고, 첫 출발은 오픈소스였다. 그러나 기술이 제품화되고, 사업화되면 결국엔 모든 게 오픈소스로 공개되지는 않는다. 블록체인도 기본 기술은 오픈소스로 제공되더라도 이걸 갖고 쓸 만한 서비스를 만들게 되면 서비스 특허를 따로 낼 수밖에 없다. IBM, BOA, 알리바바도 보면 지급결제, 플랫폼 쪽에서 죄다 서비스 특허를 내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올리고,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관한 아이디어도 전부 특허가 될 수 있다.

A와 B가 똑같은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A만 특허권이 있을 경우, B에게 사업을 접으라고 하면 접을 수 밖에 없다. 특허만 제대로 갖고 있어도 상대방 회사의 서비스를 죽일 수도 있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특허를 하나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관련된 특허를 쭉 걸어놔야 한다. 기술 기업인데 IP가 없다면 서비스 기업이지 기술기업이라 할 수 없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그 예다. 두 회사는 초기에 미국 기업에 반도체 관련 특허료를 많이 지불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을 발전시켜서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쌓다보니 상대방이 공격해도 쉽게 당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특허를 쌓지 않았으면 번 돈 전부 특허료로 나갔을 거다. 특허는 방패이자 공격 무기다.

Q. 사용자가 매번 특허권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특허가 블록체인 상용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블록체인 기술 특허가 상용화를 막는 건 아니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다 공유되어 있어서 누구나 쓸 수 있다. 특허는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할 때 자기 사업을 보호할 수단이므로 둘은 연관이 없다. 기업은 서비스를 확산시키면서 사용자 층을 만들고 생태계를 넓혀나가면서 자기들이 선행적으로 만든 기술에 대한 방어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상품은 보호해야 하는 게 맞다.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 기업은 기부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썸네일 출처: 블록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