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목록 밝혀” 명령에 크레이그 라이트 “불가능”, 왜?

비트코인 채굴기업 엔체인(nChain)의 수석 과학자인 크레이그 라이트 박사가 곤경에 처했다. 미 법원이 초창이 비트코인 채굴 이력을 제출하도록 명령했지만, 해당 증거를 제출하기 위해 소송 원고의 도움이 필요해진 까닭이다.

20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남부법원은 라이트 박사에게 지난 3월에 이어 14일에도 2013년 12월 31일 이전에 채굴한 비트코인 목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라이트 박사는 난색을 표현했다. 이를 증명할 신탁(트러스트, trust)에 접근하기 위해 복수의 비밀번호가 필요하지만, 이 번호를 모두 갖지 못하고 있어서다.

해당 소송은 지난해 2월 아이라 클레이만(Ira Kleiman)이 라이트 박사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아이라 클레이만은 데이비드 클레이만(Dave Kleiman)과 형제 관계다. 2013년 클레이만이 사망한 후 그와 그의 회사 W&K의 소유였던 비트코인 110만 개, 관련 지적재산을 라이트 박사가 가로챘다는 혐의다.

데이비드 클레이만은 일명 ‘튤립 트러스트(Tulip Trust I)’라 불리는 비트코인 신탁의 최초 피신탁인(trustee)으로 거론됐다. 그를 기점으로 라이트 박사, 우옌 응우옌(Uyen Nguyen) 등이 이 신탁자산에 대한 권한을 나눠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 박사는 2008년 하드 드라이브 데이터를 덮어쓰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클레이만과 공동 저술한 바 있다. 비트코인 백서가 공개된 2008년 10월 이전인 3월 클레이만에게 “새로운 버전의 전자화폐(electronic money)”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한 명이 아니라 한 팀이라는 주장과 함께 라이트 박사가 본인을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부각됐다.

2014년 W&K는 클레이만에게서 응우옌으로 넘어갔다. (이미지 출처 : document)

응우옌은 2013년 클레이만이 사망한 후 W&K 정보보안 연구소(W&K Info Defense Research)의 새 책임자로 서류상에 기재된 인물이다. 이 회사는 2011년 클레이만이 설립했다. 2015년 기즈모도 보도에 따르면 당시 라이트 박사 담당 회계사였던 존 체셔(John Chesher)는 “비트코인 채굴을 목적으로 W&K가 만들어졌다”며 라이트(Wright)가 공동창립자라고 주장했다.

플로리다 법정에 라이트 박사는 2016년 이후 응우옌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한 해커는 이메일을 통해 세이셸 공화국(Seyshcelles)에 신탁을 구축하는 데 대한 미체결 계약서로 보이는 서류를 기즈모도에 보냈다. 클레이만이 계약에 따라 110만111개 비트코인을 받고, 2020년 1월1일에 라이트 박사에게 이를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만약 클레이만이 죽을 경우 라이트 박사는 15개월 후 신탁과 회사 지분을 돌려받는다는 규정도 있다. 신탁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5개 PGP키(비밀번호)는 라이트 박사와 클레이만, 제3의 인물이 나눠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소송에서 라이트 박사는 “(클레이만은 사망했고, 응우옌은 행적을 알 수 없는 까닭에) 현재로선 유일하게 나만 이 신탁에 접선할 수 있다”며 “내가 채굴했던 비트코인 목록에 대한 계정, 비밀 키를 담은 암호화한 파일을 열려면 나를 포함한 첫 튤립 신탁 피신탁자의 참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인데스크는 “최종 수탁자 목록에 라이트 박사 외에도 이 신탁의 PGP키 일부를 보유한 사토시 나카모토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두번째 튤립 트러스트(Tulip Trust II)는 2014년 세이셸 공화국에 자리잡았다. 이 신탁의 우선수혜자는 라이트 박사와 그의 아내 라모나 왓츠(Ramona Watts)다. 과거 미체결 계약서에 따르면 라이트 박사가 사망할 경우 호주 국세청과의 소요에 쓰일 금액을 제외한 모든 소유권이 라이트의 아내 리모나 와츠에게 돌아가는 조항이 있었다.

데이비드 클레이만의 유족은 라이트 박사가 고인의 소유였던 비트코인과 관련 지적재산을 계획적으로 자기 관할에 옮겼다고 봤다. 지난 4월 암호화폐 전문 매체 비트코인닷컴 보도에 따르면 라이트 박사는 W&K 재산을 도용하기 위해 클레이만이 죽은지 1년 후 작성된 위조 문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오는 28일까지 법정에 출두해 증거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사실만으로도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판결할 충분한 정보가 된다”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썸네일 : 영화 <위대한 개츠비>